무등일보

광주시는 왜 출산지원금을 폐지했을까?

입력 2023.01.03. 17:19 수정 2023.01.03. 17:53 댓글 23개
정책 변화에 격한 반발·논란 불구
재정 소모·위장전입 등 부작용 커
풍선효과 심각…지자체 간 ‘제로섬’
“중앙정부에서 실시해야 할 제도”
지난해 7월2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글로벌 베이비 페어를 찾은 시민이 신생아용 신발을 손에 쥐고 있다. 뉴시스

광주시가 출산지원금을 폐지하기로 하면서 출산을 앞둔 부모 등을 중심으로 반발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출산율을 높이려는 시대적 과제에 역행하는 정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지자체를 중심으로 한 출산에 대한 현금성 지원 폐해 심각성이 커지고 있어, 오히려 폐지가 설득력이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무엇보다 국가가 출산지원금과 육아수당을 확대한 상황에서 단순 '출생률 증가'라는 수치를 올리기 위해 '제로섬 게임'을 벌이고 있는 지자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잘못 꿴 단추…'제로섬 게임' 촉발

광주시는 올해부터 출산축하금 100만원을 폐지하고 출산 후 24개월 동안 지급하던 양육수당도 올해 12개월로 축소한 뒤 내년부터는 폐지하기로 했다. 문제는 당장 지난 1일부터 시행되면서 지원금을 받을 것이라고 기대했던 예비 임산부는 물론 육아수당을 기대했던 이들의 항의가 시에 빗발치고 있다는 점이다.

정책 변화를 늦게서야 알게 된 시민들의 반발은 당연한 수순.

김순옥 광주시 여성가족교육국장도 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전 예고에 미흡했다는 점을 인정하며 "시민들에게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럼에도 광주시가 출산지원금을 폐지하는 것에 대해서는 '옳은 결정'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애초에 출산에 대해 지급하는 현금성 지원이 출생률 증가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분석이 많다. 오히려 출생률 증가라는 수치를 올리기 위한 선심성 지원으로, 지자체 간 출생아를 뺏고 뺏기는 '제로섬 게임'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많은 상황이다.

보건사회연구원은 2019년 펴낸 '출산육아지원 사각지대 해소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지자체별 상이한 출산지원금 제도는 국가 전체의 인구 증가와 관련이 적다"고 분석했다. 달리 말해 출생률 증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더 많은 지원금을 얻기 위해 전입을 유도한다는 뜻이다.

실제 광주시가 2021년 출산축하금과 육아수당(24개월까지 월 20만원 지급)을 신설하고 2년간 340만원을 지급하기로 하자, 그 해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광주만 출생률이 증가했다. 그러나 광주 인근 지자체에서는 출생률이 평년에 비해 대폭 줄었다. 특히 500만원의 출산지원금을 3년에 걸쳐 지급해 예비 부모가 몰린 영광은 2.46명에서 1.87명으로 1년만에 뚝 떨어졌다. 이른바 대도시 광주의 '블랙홀' 효과가 발생한 것이다.

◆뺏고 뺏기며 지방재정 악화…국비 지원으로 숨통 틔었지만

그러면서 광주의 인근 시·군들은 너도나도 출산지원금 올리기에 나섰다.

당장 출생률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인구 감소까지 일면서 해당 지자체로서는 심각한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최근 순천이 출산장려금을 3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보성이 240만원에서 600만원으로 올린 게 대표적. 여기에 지자체들은 의무거주기간까지 삭제하며 '숫자' 올리는 데 여념이 없다.

더 큰 문제는 지방재정 악화다. 광주시는 최근 2년간 출산축하금과 육아수당을 위한 892억원을 전액 시비로 충당했다. 늘어난 세수에서 충당한 게 아닌, 다른 복지 분야에서 끌어온 예산이다. 광주시보다 재정 상황이 더욱 열악한 중소 시·군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출산지원금을 늘리면서도, 출산지원금을 모두 지급하고 나면 떠나버리는 모습을 눈뜨고 지켜봐야 하는 실정이다.

감사원이 2021년 발표한 '저출산·고령화 대책 성과분석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해남군에서 출산지원금을 지급받은 여성 10명 중 3명 가량이 출산 6개월 내에 전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2~3년에 걸쳐 나눠 지급하지만, 그 이후에 떠나는 것은 여전하다.

다만 출산지원금이 출생율 증가에는 영향이 없지만, 보육 부담을 줄인다는 점에서 정부가 보편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보건사회연구원도 "출산지원금은 지자체가 개별 시행하기보다 중앙정부에서 실시해야 할 성격의 제도"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해부터 출산지원금(첫만남이용권) 20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또 올해부터는 부모급여를 확대하고 있다. 지자체로서는 숨통이 틘 셈이다. 다만, 여전히 많은 지자체들이 출산지원금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뺏고 뺏기는 제로섬 게임은 현재 진행 중이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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