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극복 2023 신년특집] 꽉 막혔던 군공항 이전, "들어는 보자" 가능성 열려

입력 2023.01.01. 17:56 수정 2023.01.01. 18:04 댓글 0개
[광주 군공항 이전 답보 10년째 '희망이 보인다']
함평군민 '기피보다 유치가 오히려 더 좋을지도' 역발상
사람 늘고 지역 발전…15년 후 지역 소멸 억제할 대안
정부 지원·지지 이끌 군공항 특별법, 더 많은 지원 가능
여야, 광주·대구 상호 협조…올 상반기 내 제정 기대
광주 군공항 부지.

[광주 군공항 이전 답보 10년째 '희망이 보인다']

군 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된지 10년, 국방부가 광주 군공항 이전이 타당하다고 결정된지 6년이 지났지만 진전 사항은 전혀 없는 답보 상태다. 현재의 광주 군공항은 훈련기 운항으로 도심 소음이 미치는 범위가 넓은데다 마지막 '노른자위'라 불릴 만큼 활용도가 큰 부지 특성으로 관심은 컸다. 하지만 기피 시설을 받지 않으려는 전남 지자체의 유력 후보지들은 국방부의 이전 설명회조차 거부하며 자신들의 지역에 군공항이 들어서는 것을 격렬히 반대하고 있다.

수년동안 광주시와 전남도, 전남도와 전남 지자체간의 반목과 마찰로 비화된 광주군공항 이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광주시와 전남도가 민선 8기 시작과 동시에 상생발전협의회 안건으로 채택하는 등 해결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1월 함평군이 군 공항 이전을 위한 주민 설명회를 자처하면서 새해에는 진전을 보일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또 현재의 군공항 부지를 개발해 새 공항을 개발해 기부하는 기부대 양여 방식의 한계로 이전에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 초과비용과 추가시설 설치, 미군기지 이전비용 등을 국가가 지원하는 '군공항 이전 특별법' 제정도 눈앞에 두고 있어 묵은 현안의 해결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광주 군공항 부지

◆ 뜨거운 감자 된 군공항 이전

광주 군공항 이전은 광주·전남지역의 핵심 현안이다. 하지만 예비 이전후보지로 거론된 전남지역 지자체 4곳 모두 국방부의 군공항 이전에 대한 설명회조차 거부했다. 지자체장들은 설명회 개최가 자칫 유치 찬성으로 오해 받아 선거에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로 거부하기 때문이었다. 이런 이유로 광주군공항 이전사업은 국방부가 이전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린 지 6년이 지났지만 제자리걸음이다.

여기에 민간공항 이전이 군공항 이전 문제와 맞물리면서 답답한 상황이 이어졌다. 광주시는 2020년 말 광주 민간공항의 무안공항 이전·통합을 논의하기 위해 광주시·전남도와 국토교통부, 국방부가 참여하는 '4자 협의체'를 통해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전남도는 민간공항 이전과 군공항 이전은 별개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묶어서 추진하는 것은 '약속 파기'라며 반발, 4자 회의는 결국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해 9월 6차 공항개발 종합계획을 통해 광주 공항 이전을 군공항 이전과 연계한다고 확정했다.

◆ "피할 수 없다면 유치가 더 유리"

일부 지역민들이 군 공항 이전 사업에 대해 문의하는 등 풀기 쉽지 않을 것으로 우려됐던 실타래가 풀려가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함평군과 영광군, 무안군 시민단체들이 광주시에 이전 절차와 인센티브를 문의하는 등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 먼저 영광군 한 시민단체가 광주시를 방문해 군 공항 이전 사업의 세부 계획과 절차를 문의하며 희망 이전 부지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광주시는 "후보지로 제시된 일부 부지의 경우 인근에 풍력발전기가 있다"며 "항공기 등이 이·착륙 시 풍속 방향이 중요한데 풍력발전기로 인해 위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함평군 시민단체도 '광주 군 공항 이전이 지역에 도움이 될지 실익을 따져 보자'며 설명회를 개최하고 군과 의회에도 관련 공청회를 요구했다. 무안군은 여전히 지역 내 반발이 거세지만 최근 군 공항 유치에 찬성하는 지역 일부 시민단체가 광주시에 관련 자료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지역민의 인식과 기류가 바뀌고 광주 군공항 유치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정치권에서 국가 주도 군 공항 특별법을 발의했으며, 현 정부의 공약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여진다. 이는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군 공항 지역은 물론 인근 시·군도 소음 등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오히려 군 공항을 유치함으로써 광주시와 정부가 약속한 지원을 확보하는 게 더 유리하다는 역발상에서 나온 판단인 셈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기피대상이었던 군 공항을 국방부와 정부에서 나서준다면 충분히 해볼만 하다는 기류가 생길 것 같다"며 "지난 과거 같은 경우 광주와 전남이 따로 노는 부분도 있었는데 이제 광주시와 전남도는 물론 지역 정치권에서도 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 함평이 먼저 설명회 자처

군공항 이전 관련 문의한 지역 중 함평군이 가장 먼저 설명회를 자처하고 나서는 등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현재 군공항 예비 이전 지역으로 거론되는 곳은 함평군을 비롯해 고흥·해남·신안·무안·영광군이다. 국제공항이 들어선 무안은 소음 피해 등을 우려해 주민들이 '결사반대'하고 있다. 해남과 신안, 고흥 등은 논의가 잠잠하다. 이런 가운데 함평에서 첫 주민 설명회가 열렸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설명회를 갖지 못했던 상황을 감안하면 돌파구가 마련된 셈이다.

지난 11월 25일 함평군에서 '광주군공항 이전 설명회'가 열렸다. 이날 설명회는 300여 명의 군민들이 참석해 이전 사업 절차와 이전에 따른 금전적·물질적 보상 방안에 대해 청취했다. 이 자리에서 국방부는 '지원 사업비 4천500억원을 함평군 발전 기금으로 사용한다'는 등의 지원책이 제시됐다. 이후 함평군에 등재된 사회 단체 31개 중 28개가 참여해 대책위가 발족하고 두 번째 설명회를 열기로 하면서 유치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

모두가 거부하는 군공항을 함평군이 유치하려는 데는 군공항이 들어서기 희망하는 지역이 소음 피해가 덜한 산악지역인데다, 군공항 유치를 통해 지역발전의 기회로 삼고자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광주시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주민들이 먼저 설명회를 요구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군공항 이전에 대한 유·불리를 들어보겠다는 입장일 뿐이다"며 "설명회를 요청한 단체의 명칭에 '대책'이 들어가 있어, 자칫 분위기가 험악해질 경우 '반대' 단체로 돌변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신 공항 구상도

◆ '특별법' 상반기 안 제정 기대

기존 부지를 개발해 새 군공항을 건설하는 '기부대 양여' 방식에서 발전한 이른바 '광주 군공항 특별법'도 조만간 제정될 것으로 보인다.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광주 서구갑)이 대표 발의한 이 특별법은 기존의 '군 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과 달리 기부 대 양여 부족분과 사회간접자본·산업단지·이전 지역 지원 등 비용을 국가재정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 법의 가장 큰 특징은 새 군 공항 개발에 국가의 지원이 더 늘어나는 것이다. 예상보다 늘어나는 조성 비용과 추가로 지어질 시설에 대해 정부가 부담하고, 미군 기지는 국가가 나서서 건립하게 된다. 또 특례사업으로 이전지의 산업단지나 주요 도로 등 SOC 건설도 국가가 책임지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이전할 지역에 지원 사업비가 더 늘어나, 지역민의 혜택이 더 늘어난다.

이 법은 애초 2022년 제정을 목표로 추진했지만, 여야간의 대치로 정국이 냉랭해지면서, 연내 제정이 무산돼 올해 상반기 내 제정을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

강기정 광주시장도 지난 11월 홍준표 대구시장과 광주시청에서 대구·광주 민선 8기 달빛동맹 강화 협약식에서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 건설 특별법과 광주 군 공항 이전 특별법의 제정에 협력하기로 약속하기도 했다.

군공항 이전은 광주와 대구 모두 숙원사업인데다 나란히 특별법을 추진중이다. 여당인 국민의힘과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협조해 처리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사안인 탓에 광주와 대구,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국방부와 국토부 등 관련 정부부처의 지지를 이끌어내는데 힘을 모을 수 있다.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특별법'과 광주 군공항 이전 특별법은 법안 발의 후 상임위 논의 시점이 2주일 정도로 가까운데다, 두 도시간 연대, 여야간 특별법 교차 지원 등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대가 커지고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오랫동안 군공항 이전이 거론된 지역에 접근조차 하지못했던 점에 비하면 함평군의 주민설명회 개최는, 한발짝 나아가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며 "함평군민들은 군공항이 개발되는 10~15년 후 지역의 인구가 줄어들어 소멸이 가속화될 것을 예상, 군공항이 들어서는 면에 사람이 머무는 시설이 지어지고, 다양한 지원이 되면 오히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본 듯 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전 후보지가 정해지면 전남도도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겠다고 약속했다"며 "국방부와 광주시가 소음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어, 군 공항이 들어서는 면의 발전을 통해 지역 소멸을 막는 대안 중 하나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선정태기자 wordflow@mdilbo.com

# 관련키워드
# 이건어때요?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