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지지부진 헌법 개헌, '5·18 명칭 손 보자' 제언까지

입력 2022.12.20. 14:17 수정 2022.12.20. 14:57 댓글 0개
尹 대통령 공약 불구 정부·정치권 무관심
‘이행 물꼬 터보자’ 개명 검토 주장까지
역사적 평가마다 항쟁·의거·사태 제각각
“5월정신 담긴 새 헌법, 국가 세우는 일”
공법단체인 5월 단체(부상자회·공로자회·유족회)와 5·18기념재단 등은 지난 15일 서울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5·18정신과 헌법전문 국회 토론회'를 개최했다. 5·18기념재단 제공.

'5·18정신'을 헌법에 담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 이행 논의가 명칭 변경 의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개헌을 약속한 윤 정부도, 실행 검토에 나서야 할 정치권도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으면서 5·18민주화운동 개명 제언을 통해서라도 논의의 촉발제를 만들어보자는 의도로 읽힌다.

5·18기념재단과 5월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공로자회)는 지난 15일 국회에서 '5·18 정신과 헌법전문' 토론회를 열고 광주민주화운동 정신을 명시한 개헌 추진의 속도감을 촉구했다.

이 자리에서 발표자로 나선 김윤철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새로운 명칭 검토 필요성을 꺼내 들었다.

표면적으로는 '5·18민주화운동'이라는 현 공식 명칭이 헌정사에 기록될 만큼 포괄적 의미를 가졌는가를 다시 살펴보자는 제언이었지만, 그 이면에는 미적미적한 헌법 개헌 논의에 새 물꼬를 터보자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김윤철 교수는 '5·18민주화운동'이 1980년 5월 광주에서 벌어진 사건을 오롯이 담아낸 명칭이냐에 의문부호를 붙였다. 항쟁의 지역성(광주)과 주체(민중)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는 데다, 무장투쟁과 공동체성 등 항쟁의 의미도 결여됐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5·18'이라는 숫자가 가지는 상징성은 상당하지만, 사건의 시작과 과정, 결말까지 담아낼 수 있는 방식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고도 강조했다.

독재 권력에 맞섰던 민중의 희생적 저항과 투쟁을 담은 '부마항쟁', '6월항쟁'을 예시로 들며 "5·18은 광주와 만날 때 비극적 항쟁으로서의 의미가 살아난다. 이를 종합하면 '5월 광주항쟁' 또는 '광주 5월항쟁'을 새로운 명칭으로 제안하고 싶다"라고도 주장했다.

실제로 5·18은 '광주민주화운동', '민중항쟁', '민주항쟁', '5·18광주의거' 등 여러 명칭으로 불린다. 혼용 사용된다고 해서 5·18이 갖는 고유의 정신과 의미에 차이가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투쟁의 주체 등 어떤 측면을 강조하느냐에 따라 제각각으로 표현된다. 광주시, 5·18기념재단, 3개 단체, 5·18행사추진위원회, 각 정당 및 단체마다 사용하는 명칭이 다른 이유도 이 때문이다.

군부에 의해 '소요사태', '폭동' 등으로까지 폄훼됐던 5·18은 1987년 6월 항쟁 이후 재조명을 받으며 비로소 '민주화운동'으로 격상됐다. 역사 바로 세우기에 주력했던 문민정부를 거치며 특정 지역만의 민주화운동이 아닌 전 국민 차원이었다는 정당성을 인정받으며 '5·18민주화운동'으로 공식 명명됐다.

반면 민주·진보진영에서는 집회의 규모와 치열성 등을 감안해 '항쟁', 노동자와 농민 등 민중이 투쟁의 주체가 됐다는 점에서 '민중항쟁'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고 보고 있다.

5·18기념재단 등은 이번 토론회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명칭 변경 논의를 시작해서라도 5월정신의 헌법전문 수록 논의 분위기를 되살리겠다는 계획이다.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5·18정신의 헌법전문 수록'은 문재인·윤석열 전현직 대통령은 물론 유력 대선 후보들이 입을 모아 내놓은 국민 약속"이라며 "이는 곧 정부와 여야 모두가 속도감 있게 추진하지 않으면 안 될 국가 최대 논의 과제라는 뜻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조 상임이사는 그러면서 "대한민국 현대사의 근간인 5월정신을 헌법에 새기는 일은 국가를 바로 세우는 일과 같다. 5·18 명칭을 변경해서라도 헌법전문에 그 정신이 담긴다면 적극적으로 추진 해 볼 계획"이라면서도 "무엇보다도 이번 제언이 지지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헌법 개헌 논의에 새바람이 되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주현정기자 doit85@mdilbo.com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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