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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체류 러시아 반체제 활동가 300명 베를린서 회의

입력 2022.12.08. 12:04 댓글 0개

기사내용 요약

반체제 움직임 주도할 지도자 없어

중구난방 논으로 공통 과제 도출 못해

러시아 연방 존속·해체 두고 설전도

[모스크바(러시아)=AP/뉴시스]21일(현지시간)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부분 동원령 반대 시위에 나섰던 러시아 시민이 모스크바 경찰에 의해 연행되고 있다. 2022.09.21.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독재 정치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반대하는 러시아의 젊은 망명 반체제 인사 약 300명이 지난 주말 베를린에 모여 공통의 목표를 모색하는 모임을 가졌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모임 참가자들은 페미니스트, 정치인, 성소수자 권리옹호 운동가, 소수민족 대표 등 다양하다.

참가자들은 러시아 제국, 소련, 푸틴 체제를 잇는 오랜 압제에 맞서야한다는데 뜻을 함께 한다고 말한다.

이번 회의를 개최한 단체 중 하나인 모스크바시민교육학교 소속 인나 베레즈키나는 “폭력으로 나라를 유지할 순 없다. 폭력이 소련과 러시아의 모든 기초”라고 강조했다.

해외 체류 러시아 반체제 인사들은 역사적으로 상호 반목이 심했다. 이번 모임에서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참가자들은 공통의 지도자를 뽑지도 못했으며 우크라이나 전쟁을 “푸틴의 전쟁”으로 부를지 “러시아 전쟁”으로 부를 지를 두고 논쟁을 벌였다.

러시아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으나 현재는 투옥상태인 알렉세이 나발니가 반체제 인사 대표로 공인될 수 있지만 그가 석방될 가능성은 없다. 또 그의 동료들은 다른 단체와 함께 일할 여력이 있다면 푸틴 반대에 더 집중하겠다면서 함께 일하기를 회피한다.

젊은 활동가들 사이에선 석유 재벌 출신으로 투옥된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나 체스 챔피언 개리 카스파로프 등을 지도자로 삼으려는 분위기 일부 있으나 이들 역시 러시아에 대한 영향력이 오래전에 차단된 상태다. 지난달 지방 정치인들 중심의 소수 그룹이 “망명 정부”를 구성하려다가 대중적 지지가 없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부각되는 지도자가 없는 상태에서 공통의 목표를 도출하기란 지난한 일이다. 대학생 나이의 아들 둘이 징집되는 것을 피해 러시아를 탈출한 인터넷 전문가 폴리나 옐리나(35)는 “우린 지도자도, 공통 목표도 없고 무슨 일을 해야 하는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몇 달 전 리투아니아에서 열린 비슷한 모임에도 참가했던 옐리나는 이번 모임도 지난 번 모임과 달라진 것이 전혀 없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번 모임을 지원한 독일 외교부 고위 당국자인 토비아스 린드너는 “조만간 총성이 멈추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떠나기를 바라지만 그 뒤에 러시아는 어떻게 될까? 지금으로선 어떤 방향도 예측할 수 없다”면서 러시아 활동가들이 “러시아 민주화의 희망”이라고 말했다.

어머니가 람잔 카디로프 체첸 독재자에 의해 투옥된 체첸의 인권운동가 아부바카르 얀굴바에프는 러시아가 제국, 소련, 연방을 거치면서 과거 청산을 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올해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상한 러시아 인권단체 메모리얼을 예로 들었다. 이 단체는 체첸 전쟁에서 저질러진 3000건의 전쟁 범죄 사례를 수집했으나 극히 일부만 처벌됐다고 밝혔다.

그는 또 어떤 단체는 러시아를 구원하길 바라고 다른 단체는 러시아 연방 해체를 바란다면서 “러시아 내부의 문제를 풀지 못하면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일이 계속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소수 민족 대표들은 가난한 소수민족 지역 출신들이 과도하게 많이 전쟁에 차출돼 희생되고 있음을 강조한다. 자유 야쿠티아 재단 대표인 라나 콘다코바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자신들의 전쟁이 아님을 강조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또 다른 소수 민족 단체 자유 칼미키아 소속인 알다르 에렌드제노프도 “러시아 연방이 현재 형태로 유지될 것인지 여부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 지방 의원은 경제 제재와 외교적 고립과 같은 국제적 압박이 러시아 국민들에게는 너무 추상적이라고 지적했다.

망명 활동가들로선 러시아 내부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가장 큰 과제다. 지난 2월 전쟁 발발 직후 만들어진 반체제 단체에서 일하는 나탈리아 바라노바(29)는 “동료들과 매일 어떻게 하면 외부의 시각을 러시아 내부로 전할 수 있을 지를 논의한다”고 했다. 이 단체는 반전 포스터를 배포하고 징집반대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러시아 국내의 반전 움직임을 지원해왔다.

이번 모임 주최자 베레즈키나는 러시아 전체가 “제국주의 마인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본질적 변화가 없다면 전쟁이 우크라이나 승리로 끝나더라도 상황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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