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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혼의 캡틴' 손흥민···최후의 질주로 '알라이얀의 기적' 연출
입력 2022.12.03. 02:12 댓글 0개기사내용 요약
후반 추가시간 황희찬 2-1 역전골 도와
손흥민, 세 번째 월드컵에서 마침내 '16강 진출'
[알라이얀(카타르)=뉴시스]안경남 기자 = 한국 축구 '최고의 스타'인 캡틴 손흥민(30·토트넘)의 생애 세 번째 월드컵에서 벼랑 끝에 몰렸던 벤투호를 16강으로 이끌었다.
손흥민은 3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포르투갈과의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에 선발로 나와 풀타임을 뛰었다.
손흥민의 마스크 투혼 속에 포르투갈을 2-1로 꺾은 벤투호는 1승1무1패(승점 4 골득실 0 4득점)를 기록, 같은 시간 가나를 2-0으로 이긴 우루과이(승점 4 골득실 0 2득점)를 제치고 조 2위로 16강에 올랐다.
한국이 월드컵 16강에 오른 건 2002년 한일월드컵,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에 이어 역대 세 번째다. 원정 16강은 두 번째다.
손흥민에게 카타르월드컵은 투혼의 대회로 기억될 만하다.
대회 개막을 보름여 앞두고 왼쪽 눈 주위가 골절되는 안와 골절상으로 수술을 받아 월드컵 출전이 불투명했다.
하지만 파울루 벤투 감독은 손흥민은 최종 명단에 올렸고, 수술 후 빠른 회복세를 보인 손흥민도 소속팀에서 제작한 검은색 마스크를 쓰고 카타르 도하에 입성했다.
우려 속에 월드컵 첫 경기인 우루과이전에 선발로 나선 손흥민의 몸놀림은 기대보다 가벼웠다.
훈련 중 질주와 슈팅은 무리가 없었지만, 격렬한 몸싸움이 오가는 실전에서도 손흥민은 몸을 사리지 않았다. 상대와 경합에서 부딪쳐 넘어져도 곧장 일어났고, 개인 기술을 활용한 드리블과 돌파도 시원했다.
부상 부위를 의식한 듯 의도적으로 헤딩을 하지 않았던 1차전과 달리 가나와의 2차전에선 팀이 2-3으로 끌려가자 헤더를 시도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또 한 차례 오버헤드킥은 손흥민이 이번 월드컵을 얼마나 절실하게 임하는지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다만 우리가 알던 2021~2022시즌 아시아 선수 최초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과는 분명 거리가 있었다.
훈련을 통해 마스크를 착용하고 뛰는 데 익숙해졌다곤 하지만, 상대 집중 견제 속에 슈팅을 하거나 기회를 잡을 때 시야의 방해를 받았다.
가나전에서 손흥민이 평소라면 슈팅까지 이어갔을 만한 장면에서 공을 흘린 것도 이 때문이다.
손흥민도 자기 경기력에 실망한 듯 가나전 패배 후 눈시울을 붉히며 동료들에게 미안함을 보이기도 했다.
프로 무대 데뷔 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우상"이라고 자주 표현하며 닮은 싶은 선수 중 한 명으로 꼽았던 손흥민은 포르투갈과 최종전에서 호날두를 넘어야 했다.
소속팀에선 만난 적이 있지만, 월드컵 무대에서 둘이 격돌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무조건 승리해야 하는 포르투갈을 상대로 손흥민은 가나전보다 더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재성(마인츠)과 수시로 자리를 바꾸며 포르투갈 측면을 공략했다.
포르투갈전까지 이번 대회 단 한 개의 유효슈팅도 기록하지 못했던 손흥민은 전반 40분 박스 페널티박스 외곽 정면에서 왼발 슛으로 첫 유효슈팅에 성공했다.
상대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지만, 골에 대한 손흥민의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후반 11분 역습 찬스에선 조규성(전북)의 패스를 받아 오른발 슛을 시도했으나, 수비에 맞고 무산됐다.
코너킥을 차기 위해 이동하던 손흥민은 한국 원정 팬들의 박수를 유도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또 후반 21분에도 왼발 슛이 골키퍼 품에 안겼고, 후반 25분 상대 박스 안에서 오른발 논스톱 슛은 수비수의 몸에 맞았다.
손흥민은 끝까지 사력을 다했다. 다친 것도 잊은 채 또 헤딩을 시도했고, 상대 견제에 여러 차례 그라운드를 뒹굴었다.
기적은 정규시간 90분이 지나 추가시간 1분이 됐을 무렵 일어났다.
우리 진영에서 공을 따낸 손흥민이 약 70m 이상을 질주한 뒤 포르투갈 수비수 3명의 견제를 뚫고 찔러준 패스를 황희찬(울버햄튼)이 오른발 슛으로 마무리했다.
포르투갈 수비수들을 완벽히 따돌린 손흥민의 키 패스 하나가 한국의 운명을 바꾼 순간이다.
손흥민은 경기 막판 질주 상황에서 마스크가 벗겨지자 손에 들고 뛰기까지 했다. 캡틴의 투혼이 또 하나의 기적을 연출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손흥민은 마스크를 벗고 그라운드를 주먹으로 내리치며 눈물을 쏟아냈다.
동료들과 그라운드 가운데 둥그랗게 모여 우루과이와 가나전 결과를 지켜본 손흥민은 16강이 확정되자 오열했다. 그의 세 번째 월드컵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공감언론 뉴시스 knan90@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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