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최악 가뭄에 애탄다" 물 전쟁 지친 완도 주민들 [지역이슈]<하>

입력 2022.11.22. 06:30 댓글 0개

기사내용 요약

오늘도 3주째 제한 급수제…나흘 만의 빨래에 '분주'

"섬 생활 55년 만에 처음" "지하수도 마르면 어쩌나"

저수지 고갈에 미봉책 뿐…광주·전남 식수난 가시권

[완도=뉴시스] 변재훈 기자 = 19일 오후 전남 완도군 금일면 척치리에서 주민 박본진(76)씨가 지하수 관정에서 끌어올린 물을 받고 있다. 금일도는 이달 7일부터 제한급수(2일 급수·4일 단수) 조치가 내려져 있다. 2022.11.19. wisdom21@newsis.com

최악의 가뭄에 광주·전남 식수원과 농·공업용 수원지가 말라가고 있다. 광주는 우려했던 비상급수 사태가 눈앞에 와 있으며, 전남 완도군 일부 섬 지역은 단수가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광주·전남 지역 가뭄 현황과 용수 확보를 위한 대책, 가뭄 상황 등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완도=뉴시스] 변재훈 기자 = "섬 생활 56년째인데 요즘처럼 물 귀한 적이 있었나 싶어요. 지독한 가뭄이에요."

지난 19일 전남 완도군 금일읍 척치리 경로당에서 만난 서동금(78·여)씨는 "지하수를 끌어다 써도 화장실 물도 한 번에 모아 내려야 한다.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고 털어놨다.

같은 마을에 사는 김방희(80)씨 부부도 급수일에 맞춰 모처럼 빨래를 했다. 부부가 사는 집 마당 한 켠에 놓인 850ℓ·300ℓ 들이 대형 고무 통에는 틈틈이 지하수 관정에서 퍼 올려 받은 물이 담겨 있었다.

김씨는 "애가 탄다. 단수 조치 이후 부랴부랴 모은 빗물과 지하수로 버키기는 어렵다. 종일 밭일을 하고도 개운하게 씻지 못한다. 전쟁통 피난민 꼴이 따로 없다"고 불편함을 토로했다.

부인 아내 박본진(76·여)씨도 "그나마 아쉬운 대로 (지하수를) 세수·양치나 설거지 할 때 쓰곤 한다"며 "1년 내내 비가 안 오니 별 수 없다. 이웃들은 유자 농사 작황이 시원치 않다고 울상이다"며 나흘 만에 세탁한 옷가지를 장대에 널었다.

이장 박성남(62)씨는 "주민들이 급수일에 맞춰 미뤘던 빨래, 설거지를 할 지경이다. 지하수 관정마저 말랐는지 물줄기가 예전만 못하다"며 "이대로 가뭄이 길어지면 고통이 커질 것 같다"고 토로했다.

[완도=뉴시스] 변재훈 기자 = 19일 오후 전남 완도군 금일면 척치저수지 저수율이 4.3%대까지 낮아지며 가장 자리가 말라있다. 2022.11.19. wisdom21@newsis.com

주민 3600여 명이 거주하는 금일도는 이달 7일부터 2주째 단수 조치(2일 급수·4일 단수)가 내려져 있다.

긴급 대책으로 금일도 내 저수지 2곳(척치제·용항제)에는 15t 규모 급수차들이 매일 배 편으로 입도, 인근 생일도에서 받아온 물을 보충 공급하고 있다.

척치제 주변에 선 급수차 4대가 저수지와 맞닿은 공급관에 15~20분씩 물을 대고 있었지만 말 그대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급수차 기사는 "매일 4차례 긴급 급수하고 있지만 간신히 저수율을 유지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임시방편에 불과한 것 같다"고 전했다.

척치제 취수탑 주변도 수위가 눈에 띄게 낮아져 있었고 저수지 가장 자리 바닥은 쩍쩍 갈라져 있었다.

[완도=뉴시스] 변재훈 기자 = 19일 오후 전남 완도군 금일면 척치저수지 저수율이 4.3%대까지 낮아지며 가장 자리 바닥이 갈라져 있다. 2022.11.19. wisdom21@newsis.com

9.5㎞ 가량 떨어진 용항제 끝자락도 앙상한 모습을 드러냈다. 당초 잠겨 있다가 드러난 마른 흙, 생기 없는 잡풀이 우거진 수풀과 만든 경계가 한 눈에 들어왔다.

인근 주민들은 제한 급수에 지친 기색이 뚜렷했다. 용항리 주민 천정삼(49)씨는 "급수철 물탱크(3t)에 미리 받아 놓은 물로 단수 기간 나흘을 겨우 버틴다"며 "일상복은 빨래를 모아놨다 하지만 양식장 작업복은 뻘·염분 등이 묻어 악취가 심해 빨래를 미룰 수 없다"며 고충을 이야기했다.

천씨 아내도 "급수 대책이 절실하다. 행정 당국이 제대로 된 해법을 내놔야 한다"고 덧붙였다.

완도 주요 급수원 저수율은 ▲금일 척치제 4.3% ▲노화 넙도제 5.6% ▲소안 미라제 6.24% ▲금일 용항제 10.2% ▲약산 해동제 20.2% ▲보길 부황제 49.3% 등으로 집계됐다.

완도에서는 노화읍은 일주일 중 하루만 수돗물이 공급된다. 소안면은 2일 급수·5일, 보길면은 2일 급수·4일 단수 조처가 내려져 있다. 고금·약산면도 다음 달부터는 제한 급수가 유력하다.

[완도=뉴시스] 변재훈 기자 = 19일 오후 전남 완도군 금일면 용항리에서 한 주민이 급수일을 맞아 세탁한 옷가지를 널고 있다. 금일도는 이달 7일부터 제한급수(2일 급수·4일 단수) 조치가 내려져 있다. 2022.11.19. wisdom21@newsis.com

광주 시민 143만 명 중 86만 명에게 마실 물을 공급하는 화순군 이서면 동복댐(호)도 고갈 위기에 처했다. 동복호의 상류에 해당하는 이서천은 물줄기가 말라 곳곳이 갈대가 우거진 습지대로 변했다.

동복댐 현 수위는 155.5m다. 만수위(168.02m)보다 12.52m 가량 낮다. 저수율도 지난해 같은 때 71%의 절반을 밑도는 31.5%에 불과하다. 이 추세라면 내년 봄 광주 지역 제한 급수도 불가피하다.

최하열 광주시 상수도사업본부 동복댐관리장은 22일 "1999년 물 관리 측정 지표를 전산화한 이래 수위·저수율 모두 최저다. 어느 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사상 최악의 가뭄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화순=뉴시스] 변재훈 기자 = 11일 전남 화순군 이서면 동복호 저수율이 30%대 초반까지 낮아지며 가장 자리가 드러나 있다. 광주 지역 주요 식수원인 동복호의 저수용량·취수량을 고려하면 140일가량만 물 공급이 가능하다. 현 추세대로라면 내년 3월 1993년 이후 30년 만의 제한급수까지 우려되고 있다 2022.11.11. wisdom21@newsis.comdefault
[완도=뉴시스] 변재훈 기자 = 19일 오후 전남 완도군 금일면 척치저수지 저수율이 4.3%대까지 급감, 주변 공급 배관에서 가느다란 물줄기가 나오고 있다. 2022.11.19. wisdom21@newsis.com

◎공감언론 뉴시스 wisdom21@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관련키워드
# 이건어때요?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