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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한국 프로야구 차세대 거포를 찾습니다

입력 2022.11.21. 11:49 댓글 0개
스포츠부 김주희

[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한국은 최근 젊은 세대에서 거포가 나오지 않는다는 고민을 안고 있다."

최근 일본 매체 풀카운트가 짚은 한국 야구대표팀의 현실이다. 아프지만, 부정할 수 없는 지적이다.

올 시즌 KBO리그 홈런 1위는 36개의 아치를 그린 박병호(36·KT 위즈)다.

지난 2년간 '에이징 커브' 평가를 받았던 박병호는 끊임없는 노력과 철저한 자기관리로 생애 6번째 홈런왕에 올랐다. 동시에 최고령 홈런왕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강타자의 부활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박병호를 긴장시킬 만한 '젊은 피'가 없었다는 점은 못내 아쉽다.

젊은 거포가 실종됐다.

올해 KBO리그에서 30개 이상의 홈런을 친 20대 타자는 한 명도 없다. 20홈런 이상을 때려낸 20대 타자도 23홈런을 날린 이정후(24·키움 히어로즈)가 유일하다. 이정후는 올 시즌 장타율(0.575) 1위를 차지하기도 했지만, 그를 '거포'라고 보기는 어렵다.

지난 18일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발표한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관심 명단에서도 차세대 홈런 타자의 부재가 여실히 드러난다.

예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28명의 야수 중 올 시즌 최다 홈런을 때려낸 타자는 26홈런을 친 최정(35·SSG 랜더스)이다.

이정훈 두산 베어스 퓨처스(2군) 감독이 최근 젊은 홈런 타자가 사라진 것에 대해 "박병호, 김재환 등이 은퇴하고 나면 누가 30홈런을 치겠나. 암담한 현실"이라고 안타까워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시즌 내내 홈런으로 들썩인 미국, 일본과 비교하면 KBO리그의 고민은 더욱 두드러진다.

애런 저지(30·뉴욕 양키스)는 연일 커다란 아치를 그려 메이저리그를 뜨겁게 달궜다. 62개의 타구를 담장 밖으로 넘기면서 1961년 로저 매리스가 작성했던 61홈런 기록을 넘어 아메리칸리그 한 시즌 최다 홈런 신기록을 썼다.

일본도 '22세 거포'의 출현에 들떴다. 야쿠르트 스왈로즈의 무라카미 무네타카는 올 한해 56차례나 손맛을 봤다. 1964년 오 사다하루(왕정치)가 세운 55홈런을 넘어 일본프로야구에 새로운 페이지를 열었다.

저지와 무네타카가 이제 막 전성기를 열어젖힌 선수라는 점에서 미래는 더 밝다.

반면 KBO리그에서는 40홈런을 보는 것도 힘들어졌다.

2018년 김재환(두산 베어스·44홈런), 박병호(당시 키움·43홈런), 한유섬(SSG 랜더스·41홈런) 이후 4년 연속 40홈런을 넘어선 국내 타자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50홈런은 2015년 박병호(53홈런) 이후 7년 연속 감감무소식이다.

홈런은 힘이 세다.

홈런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기만 해도 장내에는 긴장감이 맴돈다. 거포만이 줄 수 있는 묘미다. 단 한 방으로 분위기가 반전되는 짜릿함도 선사한다. 홈런 타자를 향한 열광은 리그 흥행을 위한 좋은 소재이기도 하다.

내년 3월 WBC,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등을 앞둔 상황에서 국제 경쟁력을 고려한다면 거포가 실종된 현실은 더욱 뼈아프게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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