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예술이 사회를 자유롭게 하리라

입력 2022.11.17. 08:53 댓글 0개
조덕진의 무등칼럼 무등일보 주필
조덕진 논설실장

광주 '아르브뤼' 작가들이 세계 미술계에 데뷔했다. 소화자매원이 발굴한 김진홍·나정숙·윤미애 작가가 2022 싱가포르 비엔날레 초청으로 현지에서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싱가포르비엔날레 유일의 아르브뤼 작가들이다.

한국사회에서 장애인, 그것도 여성 장애인의 사회적 위치와 편견, 그녀들이 감당해야했을 삶의 여정을 생각건대 가슴 벅차다.

'아르브뤼'작가 비엔날레 나들이

이들의 국제무대 데뷔는 우리사회 여성정신지체자애인의 처참한 현실, 복지시설이나 가정에 사실상 갇혀있다시피 하는 현실을 뛰어넘어 '작가'로, 한 존엄한 '인간'으로 세상과 마주한다는 점에서 각별하다.

'장애인'이라는 틀 외에 그들의 사회적 개별성을 외면하고 짓밟아온 이 잔혹한 사회를 '예술'로 뛰어넘는다. 한 사회인, 직업인으로 존재감 확인이다. 더 이상 어느 누구도 '장애인', '여성장애인'이라는 차별과 편견으로 구속하지 못한다.

데뷔는 사뿐했다. 여성정신지체장애인 복지시설 소화자매원이 사회공헌 프로젝트로 지난 2017년 시작한 미술치료, 작가 양성 프로그램이 시작이다. 교육생들은 미술 수업에 놀라운 정서적 변화를 보였다. 빼어난 작품도 많았다. 전시회서 만난 대중의 호응이 뜨거웠다. 이듬해부터 '틈새미술공모전'으로 본격적인 작가 발굴이 이어졌다. 지난 여름 창작그룹 '밝은방'의 초대로 서울에 작품을 선보이던 중 싱가포르 비엔날레 큐레이터에게 발탁돼 정식 초청을 받았다. 소화자매원의 실험은 예술의 힘, 장애와 예술, 예술과 사회의 상관관계 등 다양한 질문과 가능성을 제기한다.

순수예술의 정형으로 불리는 '아르브뤼(Art Brut)'는 프랑스 화가 드뷔페가 창안했다. 어린이나 아마추어 작가, 정신장애인 등 제도교육을 받지 않은 이들의 작품이 전문 작가보다 창조적 요소를 더지니고 있는 특성이나 관련 작가들을 지칭한다.

또 하나의 중요한 아르브뤼 전시가 지난달 광주에서 열렸다. 'UN작가'로 불리는 김근태 화백이 '아트패럴림픽' 창설을 제안하는 '2022 들꽃처럼 별들처럼2'. 40m에 달하는 초대형'5000인 드로잉 시리즈-인간떼' 등 회화와 설치작품, 8개국 발달장애아동 작품과 함께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1층 대형 전시장에 선보인 이 전시의 숨은 주인공은 2024 파리 장애인올림픽의 '아트 패럴림픽'을 제안하는 아트패럴림픽 국제포럼이었다. 전시준비에 그는 자신을 한계까지 밀어붙였다. 극한의 작업에 어깨가 나갔다. 눈이 멀고, 귀가 멀었다. 전시는 그렇게 화가 자신을 담보로 만들어졌다.

김 화백은 평생을 발달장애인들과 함께, 그들을 그리고 있다. 그는 발달장애아동들을 '인간의 본질, 본성, 순수를 가장 극적으로 안고 있는 이들', '가장 낮은 곳의 사람'이라 말한다.

섬세한 영혼의 김 화백은 1980년 광주에서 '살아남은 자'의 죄책감과 트라우마로 심각한 내상을 입었다. 수차례 생과 사의 경계를 넘나들다 발달장애 어린이들을 만나며 비로서 작업을 할 수 있었다. 아이들은 '꽃'이 되고 '음악'이 되어 그와함께 UN본부와 평창패럴림픽 등 세계를 유영하고 있다. 그는 "장애의 고통에 몸부림치던 아이들이 그림 그릴 때 만큼은 천사처럼 밝아지는 모습에 '구원'을 얻은 듯 했다"고 말한다. '저들에게 예술을 돌려줘야'했다. 화백은 그렇게 세상의 그들이 주인인 무대를 염원한다.

인류의 오만과 편견에 대한 경고가 눈앞에 와있는 이 중차대한 시절에 약자와의 공존, 존재 를 향한 무대를 마련하자는데 주저할 어떠한 변명도 있을 수 없다.

이 도도한 흐름에 광주문화재단의 발걸음이 한 획을 그리고 있다. 14일부터 3주간 전개되는 '2022 예술날개 페스티벌'은 지역 장애예술인들의 종합 축제다. 장애, 비장애 예술인들이 함께 공연과 전시, 문학 작품을 선보인다. 재단이 외부 프로젝트로 지난 2020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소중한 프로젝트다. 또 지역의 소수문화 계층의 문화 다양성을 지원하는 예술축제 '무지개다리사업'도 단연 주목을 받는 프로젝트다. 이 역시 외부 프로젝트 응모로 10년째 진행하며 재단의 존재 이유를 선언한다.

그뿐인가, 광주는 장애인 예술활동 지원을 위한 조례도 국가 법률보다 7년이나 앞서(2013년) 제정했다. 2017년엔 문화 다양성을 지원하는 조례를 제정했다. 지난해엔 '광주형 장애예술인 창작지원센터'가 문을 열었다.

예술이 밥 먹여주는 인권 도시

거친 세파에 잠시 잊혀젔던 광주의 소중한 얼굴, 사람을 귀히 여기고 사랑해마지 않는, 예술 도시의 면면이 새삼 새록새록하다. 어깨 펴고 기대해도 되겠다. 우리사회의 아프고 약한 이들, 예술만이 밥 먹여 주는 외롭고 지친 이들이 만들어내는 무대, 그들과 함께하는 도시의 풍요로움이 뭉클하다.

조덕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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