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따져보지 않으면

입력 2022.08.28. 14:48 수정 2022.08.28. 20:07 댓글 0개
안현주의 무등칼럼 무등일보 취재2본부

"한 개를 사면 한 개를 더 드립니다."

1+1, 2+1, 3+1 상품들이 명절을 앞두고 쏟아져 나온다. 소비자들은 할인상품을 사고 나서 싸게 샀다고 좋아한다. 한마디로 '착각'이다. 이런 마케팅은 더 많이 팔려는 기업들의 얕은꾀에서 시작됐다. 하나만 필요한데 두 개를 사고, 조금만 있어도 되는데 많이 사서, 그냥 버리는 일도 잦다.

따져보면 값도 꼭 싸다고 볼 수 없다. 물건값은 상인이 매기고, 밑지는 장사는 없다. 상인이 값을 비싸게 정해도 소비자들은 그 값이 알맞은지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옆집과 비교할 뿐이다. 요즘 말로는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돌면서 '최저가'를 헤매기 일쑤다.

닻(anchor)을 내린 배는 닻의 언저리를 벗어날 수 없다. 닻이 기준점이 되고, 배와 연결된 사슬은 한정된 범위가 된다. '닻내림 효과' 또는 '정박 효과'(Anchoring effect)라고 부른다.

사람들은 보통 닻을 내리는 기준을 가지고 판단을 내린다. 닻을 내리지 않는 곳의 기준은 생각하지도 않고, 생각하기도 어렵다.

어떤 판단을 할 때 첫 정보를 주면 그 정보의 테두리 안에서만 헤아리려는 것을 말한다. '이 아파트는 구조가 잘 빠졌고, 교통이 좋아서 5년 뒤에 오를 겁니다', 이런 첫 정보에 들떠서 '세금이 많이 나올 수 있다'는 나중 정보는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돈이 들어가는 것이 벅차지만 일단 산다. 그리고 힘들어하지만 이미 늦었다. 먼저 들이댄 정보에 빠져서 헤어나지 못한 경우다.

듣기 좋은 말을 꺼내고, 이롭지 않은 말은 살짝 에두른다. '이번 상여금은 전 직원이 똑같이 4%씩 주기로 했어요'. 상여금을 준다는 소리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지만 '똑같이'는 생각하지 않고 동의하고 만다. 연봉 1억의 4%는 400만원이지만, 3천만원의 4%는 120만원이다. 퍼센트(%)의 함정이고, '골고루'나 '공평하게'는 아니다. '120만원이 어디야', 그렇게 달랜다면 할 말은 없다. 힘을 가진 소수는 다수를 갖은 방법으로 차별한다.

값을 매기면 그 값을 따져보고, 정보를 얻으면 '왜 그랬을까'를 따져봐야 한다. 말하는 순서에 따라 속아넘어갈 수도 있다. 월급 받으면서 '사람대접'을 받고 있는지, 정치권력을 앞세워 자존심을 탈탈 털어가는지 헤아려볼 일이다.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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