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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안보 의존하는 유럽, 자체 안보 강화 서둘러야

입력 2022.06.29. 12:36 댓글 0개

기사내용 요약

우크라전으로 미국·유럽국 안보 협력 이례적으로 강화됐지만

1회용 반창고에 불과…중국 상대 바쁜 미 언제든 떠날 수 있다

[서울=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스웨덴·핀란드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위해 터키(튀르키예)가 이들과 양해각서를 체결한데 대해 28일(현지시간) 축하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바이든 대통령의 트위터 갈무리. *DB 및 재판매 금지.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독일의 알프스 산맥 휴양지에서 열린 주요7개국(G7) 정상회의는 전에 없이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이들이 찍은 기념사진은 과거와 달리 "가족같은 분위기"였다. 이어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도 이같은 분위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같은 분위기가 매우 이례적이라며 미국과 갈등의 원인이 돼온 유럽의 안보 체제의 문제점을 다루는 기고문을 실었다. 기고자는 대서양위원회 선임 연구원 에마 애쉬포드다.

불과 3년전 NATO는 리비아, 이라크 개입에 실패하면서 분열됐고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대통령 때문에 혼란을 겪으면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뇌사상태에 빠졌다"고 선언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덕분에 NATO는 다시 힘을 얻어 유럽의 방패가 됐다. 유럽 대부분 나라들의 지도자들이 모여 확신에 찬 목소리로 공동의 목표를 말한다.

그러나 지난 몇 달은 유럽이 안보를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음을 부각시켰다. 전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미국은 2차대전 이래 1991년 러시아가 붕괴한 뒤에도 유럽의 안보우산으로 기능해왔다.

그러나 이같은 방식은 단기적 미봉책에 불과하다. 미국은 국내 문제가 산적해 있으며 현재 중국에 더 집중하고 있다. 유럽을 영원히 보살필 수 없는 형편인 것이다. 또한 적대적으로 돌변한 러시아에 직면한 유럽도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얼핏 생각하면 말이 안되는 주장일 지 모른다. 유럽국들이 최근 몇 달 동안 방위노력을 크게 강화해왔기 때문이다. 예컨대 독일은 앞으로 몇 년 동안 국방비로 1000억유로(약 137조원)를 더 지출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탈리아와 루마니아, 노르웨이도 상당한 국방비 증액을 약속했다. 유럽이 미국의 안보 보호에 의존하며 "무임승차"한다는 불만을 줄일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유럽은 쉽지 않은 과제를 해결해야 무임승차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있다. 바로 집단행동의 문제다. 쉽게 말해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의 개별적 이해관계와 의도가 중구난방이어서 공동 행동을 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경제 개혁과 사법제도 등 많은 문제에서도 견해차가 크지만 군사 및 방위 정책에서 특히 문제가 심각하다.

EU 회원국 가운데 6개국만이 가입한 NATO에도 같은 문제가 있다. EU의 독자적인 공동 방위와 국방정책이 부재한 것이다. 사실 EU가 독자적으로 방위능력을 갖게 되면 NATO는 강화되기보다 약화하기 쉽다. 이런 우려를 없애기 위해 지리적 여건과 개별국의 군사 능력을 감안한 역할 분담을 제시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과연 어떻게 분담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보다 심각한 것은 위협에 대한 인식과 우선순위가 나라마다 다르다는 점이다. 중동부 유럽국들은 당연히 러시아를 최대 위협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러시아에서 멀리 떨어진 나라들은 다른 문제들을 안고 있다. 독일과 북유럽 국가들은 테러 위협을 중시하고 프랑스는 극단주의 세력과 말리 등 과거 아프리카 식민지의 소요사태를 우려하며 그리스와 이탈리아는 난민 문제와 지중해 안보 질서를 중시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이같은 상황에 대한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심각한 공동의 위협에 직면한 각국이 서로 양보해 합의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유럽국들은 대체로 힘을 모아 전쟁에 대응했다.

그러나 몇 달이 지나면서 분열이 다시 드러나고 있다.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등은 우크라이나 전쟁 조기 종식을 거론한다. 그러나 폴란드 여론은 러시아에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한다는 쪽이다. EU는 합의를 이뤄내지 못해 느리게 움직인다. 전쟁 직후 발표된 "전략 방향(Strategic Compass)" 문서는 안보의 "비약적 발전"을 여러 대목에서 강조하지만 이같은 분열을 해결하진 못한다.

결국 유럽의 안보를 하나로 묶는 건 미국밖에 남지 않는다. 지난 2월 이후 미국과 유럽은 미봉책으로 회귀했다. 미국이 주요 병력과 첨단 장비를 제공함으로써 다른 NATO 회원국들이 공동방위에 많은 자원을 투입하는 걸 대신했다.

미국의 지원은 동유럽국가들을 안심시키는 정치적 효과가 크다. 서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에 유화적이고 유럽을 이끄는 독일은 군사비 부담 증가를 거부하는 속에서 이들 나라들은 걱정이 많았다. 최소한 미국의 병력과 장비가 유럽대륙에 있는 한 유럽국들은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근간에 깔려 있는 합의의 부재는 그대로 남아 있다.

유럽 지도자들이 어려운 시기에 정치적 투쟁에 나서지 않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또 미국이 유럽에 10만 병력을 주둔하는 것은 확고불변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트럼프 시대를 쉽게 잊어선 안된다. 바이든 대통령 시대 미국의 유럽 안보 공약은 확고하다. 그러나 아시아에서의 위협이 커지고 미 국내의 정치 상황이 혼란스럽기에 미국의 공약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된다면 미국이 NATO에서 철수할 것이라는 위협을 실행할 것이다. 트럼프를 덜 추종하는 사람조차 미국의 유럽의 안보 역할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다. 지난 달 공화당 상원의원 11명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군사지원에 반대하는 표결을 했다.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중국 위협에 긴급히 대처해야 한다는 의견도 미 정계에 확산하고 있다. 최선의 경우라도 다른 지역에서 위기가 발생하면 미국은 유럽에서 서둘러 빠져나갈 것이다.

미국과 유럽 지도자들은 NATO 정상회의에서 미국과 유럽의 안보 협력이 복원될 것을 크게 과시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지원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라 유럽의 안보 합의 부재를 대신하는 1회용 반창고일 뿐이다. 유럽 지도자들이 각국의 입장 차이를 극복해 1회용 반창고를 떼려는 노력을 강화해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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