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실종 초등생 체험학습 급히 신청···집엔 카드빚 독촉장만

입력 2022.06.27. 16:59 수정 2022.06.27. 18:25 댓글 2개
실종 수색 엿새째 행방 '묘연'
제험학습 이틀 전 급하게 신청
신청 당일 조양 학교 결석…이후 '실종'
현관 수천만원 카드빚 노란딱지 붙어
생활고 겪었음을 짐작케하는 정황 나와
27일 오전 찾은 조양의 가족이 살던 광주 남구 한 아파트 현관 앞에 신용카드 대금 지급을 알리는 법원의 특별우편 송달 딱지가 붙어 있다.

제주도 한달 살기 체험을 간다고 집을 나선 뒤 완도에서 연락이 두절된 초등학생 가족에 대한 수색이 엿새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행방에 대한 실마리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다만, 실종된 조유나(10)양의 부모는 수개월 전 컴퓨터 관련 사업체를 폐업한 후 현재 재직 중인 직장이나 운영 중인 사업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고, 집에 수천만원의 카드빚 독촉을 안내하는 법원 특별우편 송달 딱지가 붙어 있는 등 생활고를 겪었던 것으로 짐작되는 정황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실종된 초등학생 가족이 교외 체험학습을 급히 준비한 정황까지 포착되면서 극단적 선택에 대한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27일 오전 찾은 조양의 집 앞에 조양이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먼지가 수북히 쌓인 자전거가 놓여 있다.

27일 광주 남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조양의 부모는 지난달 17일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조양과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15일까지 제주도로 교외 체험학습을 떠나겠다는 신청서를 제출했다.

제주도로 떠나기 불과 이틀 전이다. 신청서를 제출한 당일 목적지인 제주도가 아닌 완도 명사십리 인근에 있는 한 펜션에 가족이 머물 숙소도 예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체험학습을 신청한 당일 조양은 아프다는 이유로 학교에 나오지 못해 '질병 결석' 처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날인 18일은 지방공휴일로 등교하지 않는 날인 탓에 조양은 이후로 볼 수 없었다.

조양 가족은 지난달 24일부터 완도 명사십리 인근 한 펜션에 머물었다. 24일부터 28일까지 지낸 뒤 29일 다시 입실해 30일 오후 10시57분께 펜션을 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펜션에서 나온지 1시간40여분이 지난 31일 오전 0시40분께 조양의 휴대전화 전원이 꺼진데 이어 오전 1시9분께 조양의 어머니 휴대전화 전원도 꺼졌다. 3시간 뒤인 오전 4시께 차로 6분 가량 떨어진 송곡선착장 인근에서 마지막으로 조양의 아버지 휴대전화 전원도 꺼졌다.

CCTV 확인 결과, 조씨의 차량이 완도로 들어가는 모습은 확인됐으나 나오는 모습은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제주를 방문한 기록이나 행적도 발견되지 않은 상황이다.

학교 측은 교외체험학습 기간이 끝났음에도 조양이 출석하지 않고 가족들도 연락이 닿지 않자 지난 21일 경찰에 아동 실종신고를 접수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학교 측 관계자는 16일 조양이 등교하지 않자 조양의 부모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고, 이후로 이틀간 계속해서 유선으로 연락을 취했지만 끝내 닿지 못했다.

메뉴얼에 따르면 결석 이후 이틀간은 유선으로 연락을 취하고 3일부터는 가정방문을 하게 돼 있는데, 주말이 있었던 탓에 20일 관할 행정복지센터 관계자와 함께 조양의 거주지에 방문해 조양이 집에 돌아오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당시 현장을 찾은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관문은 굳게 잠겨 있었고 누군가 다녀간 흔적도 없었으며, 우편함에는 독촉장, 고지서 등 우편물이 쌓여 있었다. 이처럼 수북하게 쌓여있는 우편물을 보며 장기간 집을 비웠다는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21일 경찰에 신고, 수사가 시작됐다.

이처럼 한 달간 조양 일가족의 행방이 묘연한 가운데 이들이 생활고를 겪었음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정황들이 속속 나오면서 극단적 선택에 대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조양의 일가족이 머물던 광주 남구 한 아파트 입구 현관에는 미납된 수천만원의 카드 대금을 지급하라는 법원의 '특별우편 송달'안내 딱지가 붙어 있었다.

해당 노란 딱지는 조양의 어머니 편으로 온 것으로, 신용카드사에서 미납된 2천700만원 가량의 카드 대금을 받기 위해 법원에 지급명령을 접수한데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25일 법원 집행관실 직원이 방문했다가 사람이 없어서 연락을 달라고 쪽지를 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현관 앞에는 인적이 끊겼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듯 먼지 쌓인 어린이용 자전거와 성인용 자전거가 놓여 있었다. 특히 조양의 것으로 추정되는 분홍색 자전거에는 오래 전에 버린 듯한 부패된 음료수가 담긴 컵이 버려져 있었다.

해당 아파트 동에 사는 한 이웃주민은 "며칠 전에 이 집 앞을 지나다가 다른 집과 달리 독촉장으로 보이는 노란 딱지가 현관문 곳곳에 붙은 것을 봤다. 세어보니 7개 가량 됐다"며 "지난해 이사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기존에 왕래가 있던 것은 아니지만 이웃인 만큼 하루빨리 집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같은 층에 살던 다른 이웃주민은 "올해 3월에 이사와서 조양의 가족을 자주 보지는 못했다. 그동안 한 번 정도 봤다"며 "다른 집들은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봤는데 최근 며칠 째 해당 집은 불이 꺼져 있어서 무슨 일이 있나 걱정했다. 부디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길 바란다"고 전했다.

경찰은 조씨가 운영하던 사업체를 폐업한 뒤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추정하는 한편 차량 사고 또는 강력사건, 극단적인 선택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색을 확대하고 있다.

이예지기자 foresight@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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