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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엔 서핑, 오후엔 리조트 재택근무"···'일·쉼 경계 파괴' 워케이션 '붐'

입력 2022.06.25. 07:07 댓글 1개

기사내용 요약

네이버, 라인, 야놀자, 티몬 등 휴양지서 일하는 워케이션 도입 확산

"재충전의 기회이자 업무의 연장선"…일과쉼 동시에 가능할까

코로나19 따른 재택근무 확산, IT 인력난 여파로 새로운 복지 강조

원격근무 확산 속 '근태관리'가 고민

네이버·야놀자·티몬 등 정보기술(IT)업계를 중심으로 워케이션(Workation: 휴가+업무) 도입이 늘고 있다. [사진=야놀자]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송종호 기자 = # 회사에서 디자인 부서에 있는 김씨(32)의 이번 주 근무지는 부산 해운대 앞 리조트. 그의 오늘 업무 시작 시간은 오후 1시. 오전 2시간은 자신의 취미생활인 서핑을 위해 비워뒀다. 그만큼 오후 시간대로 업무 시간을 조정하면 된다. 해변가 서핑을 즐긴 후 오후 리조트로 들어와 노트북으로 업무를 본다. 화상회의·업무 협업 프로그램이 잘 갖춰져 있어 부서 업무 공조도 끄덕없다. 무엇보다 부담스러운 회사 상사들과 얼굴을 마주 대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더 없는 행복'이랄까. 바다를 바라보면서 일하니 오히려 아이디어가 더 잘 떠오른다. 그 시간대 함께 머무는 가족들은 부산 시내 관광을 나갔다. "이런 직장이 있을 수 있냐"는 가족들의 말에 살짝 직장에 대한 자부심마저 느껴진다.

"휴가지에서 여유롭게 일할 수 있다면.” 그 상상이 현실이 되고 있다. 네이버·라인플러스·야놀자·티몬 등 정보기술(IT)업계를 중심으로 이른바 '워케이션(Workation: 휴가+업무) 제도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보편화되고 정보기술(IT) 인력난에 따른 복지 경쟁이 본격화되면서다.

◆넌 회사 가니, 난 휴양지서 일한다…'일과 쉼' 경계 파괴하는 워케이션 도입 '속속'

네이버는 7월부터 춘천과 일본 도쿄에서 휴가와 업무를 겸비한 워케이션을 도입한다. 네이버 직원들은 도쿄 및 춘천 연수원 거점오피스에서 4박5일간 워케이션을 할 수 있다. 네이버 워케이션은 매주 직원 10명씩 추첨해 진행한다. 네이버 임직원들은 워케이션이 아니더라도 3일 사무실 출근과 원격 근무 중에 선택이 가능하다. 이른바 ‘커넥티드 워크(Connected Work)’다.

계열사인 라인플러스는 한발 더 나아가 해외 원격 근무제도를 도입했다. 오는 7월부터 자사의 원격 근무 지역을 한국 시각 기준 시차 4시간 이내 해외로 확대하기로 한 것. 라인플러스 직원들은 일본,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베트남, 몰디브, 괌, 뉴질랜드, 사이판, 호주 등에서도 원격근무가 가능해졌다. 해외 원격근무는 최장 90일까지 가능하다.

사진은 부산 오피스에서 업무 중 아름다운 경치로 힐링 중인 알서포트 직원 [사진=알서포트] *재판매 및 DB 금지

원격 회의 시스템 전문기업인 알서포트는 직원들의 워케이션을 위해 부산 해운대구 송정동에 거점 오피스(부산오피스)를 마련했다. 알서포트 부산 오피스는 '부산 한달 살기' 방식으로 직원들이 서울서 하던 자신의 업무를 부산에서 그대로 할 수 있다.

소셜 커머스 티몬도 전국 유명 여행지에서 일하는 워케이션을 가동 중이다. ‘더 휴일’로 이름 붙인 이 프로그램은 이달까지 제주, 남해, 부산 세 곳에서 운영된다. 티몬은 워케이션에 참여하는 직원 50명에게 4박5일 간 숙박비, 왕복 교통비까지 지원한다. 이는 내달 리모트 워크(remote work)시행을 앞두고 사전 시험 성격으로 진행됐다. 리모트 워크는 티몬 직원들이 자신의 상황에 맞게 다양한 장소에서 일할 수 있는 것이 골자다. 본사 사무실이나 공유 오피스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

여가 플랫폼 기업 야놀자는 동해와 여수에서 두 번째 워케이션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11월 평창에서 진행한 워케이션에 대한 내부 만족도가 높았던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야놀자는 숙소 뿐만 아니라 인근 카페도 빌려 직원들이 다양한 장소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워케이션 기간 동안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하루 세끼 식사도 챙겨준다.

카카오의 경우 7월부터 새 근무제를 파일럿(시범운영)으로 운영한다. 주 5일 동안 직원이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시간에 근무한다. 가령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더라도 집 근처 카페에서 내가 원하는 시간에 근무할 수 있다. 또 원격 근무에 대한 혼선을 줄이기 위해 당초 불리던 메타버스 근무제라는 이름도 잠시 보류하기로 했다.

워케이션 [사진=한국관광공사] *재판매 및 DB 금지

◆심각한 인력난 속 복지경쟁 속 꽃피는 '워케이션'

IT기업들이 워케이션을 속속 도입하는 데는 업계의 심각한 인력난과 맞물려 있다. 전문 인력을 뽑기 어렵고 뽑아 놓은 인재도 지키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들이 복지혜택을 경쟁적으로 늘리고 있다.

휴가지에서 업무를 볼 수 있는 워케이션은 직원들의 직장 만족도를 극대화하면서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선택지다. 코로나19로 달라진 근무 환경도 워케이션 제도가 속속 채택되는 이유다. 실제 재택근무가 보편화되면서 일하는 공간과 쉬는 공간을 구분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즐기면서 일하고 일하면서 즐기는 MZ세대 성향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국내에서 워케이션에 대한 인식은 어떨까. 한국관광공사가 지난해 기업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워케이션에 대해 조사한 결과 63.4%가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또 생산성 향상에 긍정적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61.5%,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직무 만족도 증대 84.6%, 직원 삶의 질 개선 92.3%, 복지 향상 98%로 집계됐다.

반면, 워케이션이과 같은 원격근무 확산으로 근태관리가 기업들의 새로운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원격근무가 전면화 될 경우 과연 업무의 효율성과 지속성, 부서간 협업력 등 조직 생산성이 제대로 유지될 지 여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이 때문에 일부 기업들은 큰 틀에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지만, 사안별로 마찰을 빚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카카오가 다음달 도입할 원격근무제(메타버스 근무제)가 그렇다. 음성채팅 연결, 주1회 대면회의 방침 등 일부 가이드라인 조항이 "과도한 감시 아니냐"며 직원들의 반발을 샀다. 결국 카카오는 이 가이드라인 조항을 '의무'에서 '권장'으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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