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강기정-김영록호 상생협력 기대 크다

입력 2022.06.22. 11:24 수정 2022.06.22. 19:08 댓글 0개
류성훈의 무등칼럼 무등일보 취재2본부장

#1. 민선 7기 반환점을 돈 지난 2020년 9월 이용섭 광주시장은 급작스럽게 '광주·전남 행정통합'을 꺼내 들었다. 금시초문인 전남도는 이 시장의 일방적인 통합 제안에 어안이 벙벙했다. 원론적으로는 통합에 공감하나 현실적으로 극한의 어려움이 뒤따른 이유에서다. 더구나 이런 중차대한 결정을 내리면서 당사자와는 단 한마디 논의도 거치지 않고 이 시장이 일방 통보식으로 김영록 전남지사에게 제안하는 제스처를 취한 것에 대해서도 전남도는 상당히 불쾌해했다. 어설픈 통합 첫발이 광주와 전남의 상생에 금이 가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2.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열린 2019년 7월. 지구촌 최대 수영 축제답게 194개 나라에서 1만5천여명의 선수와 임원이 참가했고 지역민들의 관심 또한 뜨거웠다. 성공 개최를 돕기 위해 수영대회에 파견 나간 전남도 공무원들은 세계 각국에서 온 외국인들에게 광주와 전남을 알리고 싶었다. 도청 공무원들은 지역 주요 관광지 투어를 기획하고, 광주시와 협의를 요청했으나 묵살됐다. 광주시는 굳이 수영대회 참가차 광주에 온 외국인을 전남까지 보내기 싫고 귀찮았던 모양이다. 전남 관광 없는 광주 관광은 큰 메리트가 없는데도, 시청의 무관심이 놀라울 따름이라고 도청 공무원은 지금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3. 광주 군공항 이전을 둘러싸고 보내려는 입장과 받지 않으려는 입장 차이가 대립의 양상으로 번졌다. 급기야 광주공항 내줄테니 군공항 받아가라고 광주시가 전남도를 압박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이도 저도 결론이 안 나자 광주시는 결국 광주공항 이전을 철회해 버렸다. 호떡 뒤집듯 뒤집힌 공항 이전 프로젝트는 광주·전남 상생에 의구심을 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민선 7기 광주시와 전남도의 대표적인 비상생(比相生) 사례이다. 이 외에도 상생이 삐걱거렸던 경우가 꽤 있었다.

광주와 전남은 말로는 늘 '한 뿌리'라고 하지만, 상생에서는 셈법이 달랐다. 시·도가 분리된지 36년이라는 세월이 지나면서 광주·전남 상생은 뒷전으로 밀려났고 갈등만 쌓였다.

상생 협력이 가능하려면 상호 역할, 의식 변화가 중요한데 광주와 전남은 이해와 배려, 화합을 멀리했다. 시장, 지사들이 표를 의식하거나 눈치를 보면서 서로 책임을 떠넘겼다. 정치권의 이해득실과 지역이기주의까지 겹쳐 갈등 현안 해법의 실마리조차 찾지 못했다.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유치만 상생 협력 사례로 꼽히고 있다

시·도 갈등은 민선 1기부터 시작됐다. '허송세월'로 불렸던 허경만 전남지사, 송언종 광주시장 시대에는 도청 이전이나 시·도 통합 문제로 자주 충돌했다. 민선 2기 고재유 시장, 허경만 지사 시절 잠시 해빙 무드가 조성됐지만 협력은 오래가지 못했다. 민선 3기 박광태 시장과 박태영 지사 시절엔 '팍팍(한) 세월'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했고 민선 5기엔 강운태 시장과 박준영 지사가 정부의 4대강 사업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으면서 '광역행정협의회'가 중단돼 버렸다.

민선 6기에는 한전공대 입지, 민간공항·군공항 이전 등 민감한 사안에서 윤장현 시장과 이낙연 지사 간 불편한 관계가 지속됐다. 민선 7기 역시 공항 이전 문제와 시·도 행정통합, 공공기관 이전 등 각종 갈등 현안을 두고 상생 협력 대신 사사건건 대립하기에 바빴다.

이제 곧 민선 8기가 시작된다. '행정·정치의 달인' 김영록 지사가 75%가 넘는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재선에 성공하고, 정치적 판단력·정무 감각이 높이 평가받는 강기정 시장 당선인은 다음 달 1일 취임 하자마자 시·도 상생에 속도를 내야 한다.

광주와 전남이 협력하지 못하고 한목소리를 내지 못할 때 중앙정부로부터 입지가 더욱 좁아질 것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기획재정부 등 중앙부처에서 광주시·전남도를 대하는 '태도'와 '온도'가 크게 변화된 시점에서 시·도가 갈등하고 반목하며 주도권 싸움이나 벌인다면 정부의 행·재정적 지원은 크게 줄어들 것이 뻔하다.

산적한 현안 어느 하나도 광주만의, 또는 전남만의 힘이나 지혜로 풀 수 있는 것은 없다. 광주와 전남이 함께 손을 맞잡고 머리를 맞대야만 해결 가능한 숙제다.

광주·전남 두 단체장이 지방선거 과정에서 보여줬던 원팀 행보를 계속 이어 행정·경제·문화·관광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상생 협력을 만들거라고 지역민들이 거는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다.

지역민들의 드높은 기대에 대해 김 지사와 강 당선인은 상생 협력을 통해 일과 성과로 보답하기를 바란다. 상생을 구호로만 외치고, 흉내 내기로 끝내선 절대 안된다. 류성훈 취재2본부장·부국장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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