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민선 8기 단체장과 '사즉생'(死卽生) 각오

입력 2022.06.13. 23:24 수정 2022.06.15. 18:57 댓글 0개
박석호의 무등칼럼 무등일보 취재1본부장

지방이 어렵다고들 한다. 하지만 광주·전남만 할까. 광주는 대전에도 밀리는 등 변방의 중소도시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고, 전남은 인구 감소 추세가 이어지며 소멸위기에 놓여 있다. 고사 직전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보수정권 출범 이후 청와대를 시작으로 장·차관 등 부처 인사에서도 지역 출신들이 철저히 외면 당하고 있다. 앞으로 정부 예산 등에서 지역 차별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이런 절대절명의 위기 속에서 민선 8기 지방정부가 출범을 앞두고 있다. 민선 8기 광주·전남 단체장에 대한 바람과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크고 높은 이유다. 앞으로 4년간 지역을 이끌어갈 '선장'의 역할은 명확하다. 그들에게는 위태로운 지역 상황을 헤쳐 나가야 할 막중한 책무가 주어졌다. 민선 8기 단체장들은 자신을 뽑아준 시민과 주민을 위해 좋은 행정, 멋진 정치를 펼치겠다는 의욕에 충만해 있을 것이다. '초심을 잃지 말고 열심히 일하라'는 격려와 함께 민선 8기 성공을 위해 몇 가지 조언을 올린다.

지도자로서의 올바른 철학과 리더십은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과거처럼 '팔로 미'(follow me·나를 따르라)라는 일방적·권위적 리더십은 통하지 않는다. '레츠 고'(Let's go, 우리 함께 갑시다)라는 상호적·동반자적 지도자가 필요하다. 속도감 있고 강하게 정책을 밀어붙이면서도 포용과 화합의 정신을 보여줘야 한다. 단절이 아닌 연결의 역사를 만들어 가야 한다. 물론 새 수장은 누구나 과거를 지우고 자신만의 색깔을 입히려 할 것이다. 지역민들은 잘한 것은 이어받고 못한 것은 수정해 나가는 단체장을 원한다.

조직 내 인적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핵심은 충분한 검증을 통해 인적자원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일이다. 민선 7기 사람이라고 무조건 배척하고 자신과 가까운 측근(?)들만 주요 보직에 앉히면 그 조직은 무너지기 마련이다. 취임과 동시에 선거 후유증으로 불거진 지역 내 갈등과 민심을 수습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그 시작은 인수위원회를 통해 향후 4년의 정책 방향타를 제대로 설정하는 작업이다.

인수위는 민선8기 성공을 위한 출발점이다. 그 만큼 중요하다. 인수위원들이 편견을 갖지 않고 균형 잡힌 사고와 냉철한 판단으로 민선 7기 정책들을 제대로 평가하도록 만들어 주어야 한다. 인수위 역할은 과거 정부의 잘못은 고치고, 잘한 부분은 지속 가능한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한편으론 모든 숙제를 풀어내고 미래 과제를 도출해 내겠다는 욕심은 경계해야 한다. 지역이 잘 살기 위해 어떤 모습을 보여야 할지 최소한의 방향타만 제시해 주면 된다.

중장기적으로 민선 8기 단체장들은 광주·전남 상생의 새 역사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충청과 영남은 '메가시티'(특별연합)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광주·전남은 아직 요원하다. 지역 이기주의에 얽매여 군공항 이전 등 공동 현안들에 대해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 집중화와 지방 소멸시대, '메가시티'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우리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흐름에 올라탔다. 강기정 광주시장 당선자와 김영록 전남지사, 일선 시·군 단체장들의 상생 선언은 그래서 반갑다. 이제는 타협과 양보에 따른 구체적인 실천이 뒤따라야 할 때다.

지방자치가 재개된 지 30년이 지났지만, 지방자치로 우리 삶이 얼마나 나아졌는지는 회의적이다. 미국 학자는 개인의 삶에는 대통령과 국회의원 잘 뽑는 것보다 단체장과 지방의원 잘 뽑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국가업무도 중요하지만 서민들의 피부에 와닿는 정책들은 자치단체의 몫이다. 그래서 자치단체가 일 잘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내 삶의 질을 달라진다.

연일 치솟는 고물가와 경기침체로 지역민들은 어느때 보다 어렵고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가 아니겠는가. 민선 8기 지방정부의 성패는 인수위 부터 시작된 6개월 아니 1년안에 달려있다. 단체장들은 보다 큰 그림으로 승부하고, 지역민만 바라보고 뛰어야 한다. 민선 8기 단체장들은 재선할 생각을 버리고, 4년 임기라도 제대로 하겠다는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를 가져야 한다. 절실함이 없으면 성공은 불가능하다. 박석호 취재1본부장

# 이건어때요?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