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이쑤시개

입력 2022.05.25. 10:34 수정 2022.05.26. 20:03 댓글 0개
손미경 건강칼럼 조선대학교치과병원장
손미경 조선대치과병원장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나면 마치 습관처럼 이쑤시개를 찾게 된다. 특히 고기나 나물 반찬을 주메뉴로 제공하는 식당은 테이블 위나 계산대에 손님들이 언제든 사용할 수 있도록 이쑤시개를 구비하고 있다.

이쑤시개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널리 사용되고 있고, 처음 이쑤시개의 대량생산이 미국에서 시작된 것으로 볼 때, 치아 사이에 음식물이 끼어 생기는 불편감은 국가나 인종을 구분하지 않는다. 10만 년 전 네안데르탈인의 치아에서 나뭇가지로 이쑤시개 모양을 만들어 사용한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날것을 섭취하던 원시시대에도 치아 사이에 음식이 끼는 불편감이 있었고, 이것을 해결하기 위한 이쑤시개는 긴 역사를 통해 인류의 생활 밀착형 발명품임에는 틀림없다.

이쑤시개를 단순히 치아에 낀 음식을 제거하는 것에만 사용하진 않았던 것 같다. 적국이 보낸 독이 묻은 이쑤시개로 이를 쑤시다 암살당한 모로코 왕의 이야기, 사무라이들이 곤궁하더라도 방금 밥을 먹은 것처럼 이쑤시개를 입에 물고 허세를 부렸던 이야기, 홍콩 느와르 영화 속에서 이쑤시개를 잘근잘근 씹는 주윤발이 전세계의 숱한 이쑤시개를 동나게 만들었던 이야기들은 작은 나뭇가지인 이쑤시개가 우리 생활 속에서 다양하게 활용되어 왔음을 말해준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쑤시개의 쓰임이 더욱 다양하다. 유독 한국의 대형마트의 시식코너가 번창할 수 있었던 것은 젓가락도, 포크도, 숟가락도 아닌 이쑤시개를 시식용 음식을 집어먹는 용도로 사용했기 때문이고, 산적이나 전을 만들 때 꼬챙이의 용도로 사용되기도 한다.

이쑤시개가 이렇게 다양하게 쓰이지만, 치과에 있으면 이쑤시개로 인한 웃지 못할 일들을 빈번하게 접하게 된다. 이쑤시개를 단순히 끼인 음식물을 제거하기 위해 사용하는 수준을 넘어 습관적으로 쑤시거나 씹으면서 치아에 홈이 파이거나 치아가 마모되는 경우, 치아 사이에 이쑤시개 나뭇조각이 박혀서 제거가 안되는 경우, 잇몸이나 입천장을 찔러서 심하게 상처가 나는 경우, 음식과 함께 삼켜서 소화기관 내에 걸려 제거가 안되거나 장내 출혈을 야기하는 경우 등 크고 작은 사고들로 치과를 찾는 환자들이 제법 많다.

물론 원시시대부터 인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쑤시개지만, 치아 사이에 낀 음식물을 제거한다는 이쑤시개 본연의 임무를 대체할 만한 발명품들이 있다. 바로 치실과 치간칫솔이다. 치아의 뿌리는 잇몸뼈 안에 있지만 치주인대로 둘러싸여 있어 씹는 힘이 가해지면 치아가 각기 조금씩 움직이게 된다. 이러한 움직임으로 필연적으로 치아사이에 음식이 끼일 수 밖에 없는데, 칫솔질 만으로는 제거하기가 힘들고, 방치하게 되면 충치나 치주질환의 원인이 된다. 치아사이를 깨끗이 관리하는 것이 구강건강에 필수적인데, 이쑤시개보다는 치실과 치간칫솔을 잘 사용하게 되면 이쑤시개로 인한 사고를 예방할 수 있고, 더욱 효율적으로 끼인 음식물을 제거할 수 있다. 구강 건강을 위하여 이제 이쑤시개는 추억 속으로 떠나보내자.손미경 조선대치과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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