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어린이날 제정 100주년이지만···어둠 속에 있는 아이들

입력 2022.05.24. 13:58 댓글 0개
<백신프로젝트3 시동>
지역 아동 100명 중 5명 '주거빈곤' 겪어
최저주거기준 미달…비위생·불안정 환경
해마다 보호종료아동 100명 '홀로서기'
자립정착금·생활비 등 경제적 부담↑
코로나 교육격차 심화…불평등 악순환
SRB미디어그룹과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광주지역본부가 '백원의 신나는 나눔' 백신프로젝트 시즌3로 돌아왔다. 1호 후원자로 아이위드유치원생인 윤서온양, 김지아양, 송찬군이 나섰다. 임정옥 기자

평범하게 사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누울 자리조차 변변치 않은 단칸방 생활 속에서 여느 친구들처럼 내 방을 가질 수 없었고, 영문도 모른 채 부모님과 이별한 후 아동양육시설에 맡겨져 부모님의 따뜻한 품을 느낄 새도 없었다. 더군다나 재난의 고통은 사회적 약자에게 더욱 가혹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소득격차에 따른 교육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소득의 크기가 곧 꿈의 크기가 됐다.

어린이날이 제정된지 올해로 100주년을 맞았지만 아이들이 자라나는 환경은 제자리걸음만을 반복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라는 악재 속에서 사회적 안전망마저 흔들리면서 아이들이 겪는 '주거·자립·교육' 문제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에 무등일보와 사랑방미디어가 속한 SRB미디어그룹,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광주지역본부, 광주시가 이 세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아동 지원을 위한 백신프로젝트 시즌3를 시작한다. 지역 내 아동 문제의 실태를 조명하고 아이들의 꿈을 이루고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기후원 프로젝트다.

◆곰팡이 피는 단칸방 생활

광주 지역 아동 100명 중 5명은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한 주택이나 지하나 옥탑방 등 열악한 거주환경 속에서 살아간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발표한 '광주시 최저주거빈곤 아동가구 실태조사'에 따르면 열악한 주거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광주 지역 주거빈곤아동은 1만8천여명으로, 전체 아동 중 5.6%에 해당한다. 아동이 포함된 주거빈곤가구는 1만800가구에 이른다. 좁은 집에 너무 많은 가족이 살고 있는 경우, 사춘기가 넘은 형제자매들이 성별로 분리되지 못하고 방을 함께 쓰는 경우, 비위생적인 환경인 경우, 쪽방이나 타인의 집에서의 더부살이 등 불안정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경우를 포함한다.

문제는 공간이 주는 불편함을 넘어 주거빈곤은 천식, 알레르기, 성장부진 등 아동의 신체·정서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또한 낮은 학업성취도, 사회적 고립가능성까지 불러와 아동 삶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

광주 5개 자치구에 위치한 사회복지관, 지역아동센터를 이용하는 아동주거빈곤가구 중 각 기관에서 추천받은 100가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아동의 비율은 약 17%로 일반아동(10% 미만)에 비해 높았다. 알레르기 비염이나 아토피 피부병 등 진단 병명이 있는 아동이 과반수를 차지했다. 아울러 학습에 필요한 공간, 책상, 인터넷 기기 부족으로 온라인 재택수업 참여에도 어려움을 겪으면서 전체 학업 성취도는 5점 만점 중 2.94점으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홀로 세상과 맞서는 아이들

매년 전국에서 시설 보호가 종료돼 세상 밖으로 나오는 자립준비청년은 2천600명으로, 광주지역의 경우 해마다 100여명의 아이들이 시설을 떠난다.

아동양육시설이나 공동생활가정(그룹홈), 위탁 가정 등에서 생활하는 보호대상아동은 만 18세가 되면 보호 조치가 종료되면서 시설을 떠나 홀로서기를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시설을 떠날 때 손에 들린 짐은 책 몇 권, 옷 몇 벌을 담은 고작 종이박스 1~2개가 전부다. 대다수의 아이들이 1~2월에 자립을 시작하는데 변변한 이불조차 없어 겉옷을 껴입고 원룸에서 한겨울을 보내는 경우도 허다하다. 지자체에서 자립준비청년에게 1천만원의 자립정착금과 자립수당 등을 지원하고는 있지만 대부분 주거비로 쓰이는 탓에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살 여력은 부족한 실정이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보호대상아동 1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보호아동 진로 및 자립 관련 욕구조사'에 따르면 보호대상아동 10명 중 3명은 '자립에 대한 두려움(31.8%)'으로 자립 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다음으로 '경제적 부담(26.1%)', '자립정보 부족(16.5%)' 순으로 나타났다.

◆소득의 크기가 곧 꿈의 크기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옛말이 됐다. 소득 격차는 곧 교육 격차를 불러왔고, 교육 격차는 다시 소득 격차를 불러오면서 불평등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부모의 월 소득이 높을수록 사교육에 참여하는 비율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월 소득이 200만원 미만인 가정의 경우 사교육 참여율이 35.9%로 집계됐지만, 월 소득이 800만원 이상인 가정의 경우 사교육 참여율이 80.1%에 달했다. 즉,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자녀의 교육은 기회, 과정, 성과 면에서 상당한 격차를 나타냈다.

특히 코로나 장기화로 대부분 수업이 온라인으로 이뤄진 가운데 저소득층 아동들의 경우 학습 공간의 부재, 교재 및 학습기기 부족 등으로 학습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교육 격차는 점차 심화됐다. 준비 없이 시작된 온라인 수업은 심각한 교육 공백을 야기했고 이는 곧 학습 결손, 학습 격차를 가속화하는 결과를 불러왔다. 결국 자라나는 아이들의 무한한 꿈의 크기는 소득의 크기에 가로막힐 수밖에 없는 셈이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관계자는 "아동 인권을 선언한 지 100년이 넘었지만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많은 아이들이 존재한다"며 "특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 아동들의 상황이 악화된 만큼 어린이날 제정 100주년을 맞아 광주 지역 아동들의 3대 문제(주거·자립·교육)를 파악하고, 이 세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아동 100명을 돕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예지기자 foresight@mdilbo.com

# 관련키워드
# 이건어때요?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