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기고>푸른길 또다른 시작

입력 2022.05.24. 10:40 수정 2022.05.24. 19:12 댓글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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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철 지역공공정책플랫폼 광주로 이사

서울에는 경의선 숲길이 있다. 경의중앙선을 '지하화'하면서 지상 공간을 공원으로 만들었다. 지금 이 지역은 '핫'하다. 서울 한복판,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보기 어려운 공간에 갑자기 엄청나게 긴 공원이 생겼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놀고, 즐기며, 쉼을 얻는다. 삭막한 도심에 숨 쉴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전국 모든 도시에서 이것을 보고 도심을 통과하는 기찻길을 '지하화'하자고 수조 원의 예산을 달라고 요구한다.

사실 '폐선부지'를 활용해 공원을 만든 원조는 광주다. '푸른길'. 국내 최초로 만든 긴 공원이다. 경의선 숲길도 푸른길을 따라했다. 처음 광주에 푸른길을 만들자는 주장에 정말 많은 반대가 있었다. 하지만 2000년에 광주역부터 효천역까지 10km에 이르는 길을 공원으로 만들기로 결정했다. 막상 공원을 만들기로 했지만, 공원이 완성되기에 16년이 걸렸다.

그런데 지금 푸른길이 지나는 공간은 완전히 바뀌었다. '상전벽해'. 과거 철도가 지나면서 모두가 외면하는 곳이 멋진 공간이 되었다. 수백, 수천 억원의 예산이 투입되지도 않았다. 단지 기찻길을 공원으로 만들었을 뿐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길을 걷거나 쉰다. 직장인의 출퇴근, 학생들의 등학교 길이다. 집들도 과거에는 기찻길을 등지고 대문을 내었다면, 이제는 푸른길 방향으로 낸다. 남구와 동구의 행정계획을 보면, '푸른길'이 가장 먼저 등장한다. 그만큼 푸른길의 효능을 만끽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의문이 들었다. 이처럼 좋은 효과를 보고 있는데, 왜 푸른길을 더 확장하지 않는가? 수년 동안 사람들을 붙잡고 물어봐도 제대로 답을 듣지 못했다.

다행히 최근 변화가 생기고 있다. '광주선 푸른길 더하기 시민모임'이 결성되었다. 광주역에서 광주송정역까지 푸른길의 연장을 말한다. 새로운 변화는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문제가 겹겹이 쌓여있다.

도심에 진입하는 교통시설 중 '철도'의 매력은 무시할 수 없다. 철도의 주변지역에 피해가 없도록 다른 지역처럼 기찻길을 지하화하고 윗 공간을 푸른길로 하자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도심 구간 기찻길을 지하화하면 수조 원의 예산이 든다. 현재 광주선은 기차도 거의 다니지 않는다. 당장 지하화를 논의하기 어렵다. 향후 달빛내륙철도가 개설되면 제 역할을 못하는 광주역의 기능이 다시 살아난다고 하지만, 이 철도 계획의 실현은 10년 내에는 거의 불가능하다.

또 다른 주장도 있다. 도시는 기발한 상상력이 구현되어야 한다. 기찻길과 광주역의 교통 기능을 유지하는 것보다 문화, 예술, 공원 등과 같이 전혀 다른 공간으로 바꾼다면, 현재의 광주역 뿐만 아니라 주변 지역, 특히 북구의 도심 구간이 다시 활기차게 살아날 수 있다.

이 대목에서 사람들은 전문가에게 정답을 원하지만, 전문가도 신은 아니기에 판단이 어렵다.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정답이 아닌 해법을 찾아야 한다.

얼마 전, 한 멋진 분이 토론 과정에서 이런 그림을 말했다. "타 지역에서 KTX를 타고 광주송정역에 내려 광주 도심까지 걸어서 갈 수 있는 멋진 광주를 보여줄 수 있다". 필자는 이런 생각이 든다.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처럼, 광주의 푸른길은 새로운 시민운동의 길이다. 전 세계에서 공원을 조성하는데 16년이나 걸린 곳이 있을까? 앞서 만든 푸른길에 이어 다시 푸른길을 더하는 십 년의 운동이 시작되었다. 시민이 제안하고 실현하는 푸른길 더하기는 미래 광주를 살리는 최고의 방안이 될 것을 확신한다.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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