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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아유기·살해' 11년간 1495건···쉴틈없는 베이비박스[반복되는 영아유기①]
입력 2022.05.21. 08:00 댓글 0개기사내용 요약
11년간 영아유기 1379건, 영아살해 116건
중고마켓서 입양 시도 사례에 사회적 공분
베이비박스 단체, 2009년이후 1935명 보호
[서울=뉴시스]최영서 기자 = #1.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속 고등학생 커플 방영주와 정현은 갑작스럽게 임신을 하게 된다. 계획되지 않았던 탓에 임신 중단도 고민했지만, 병원에서 아이의 심장 박동 소리를 들은 뒤 출산을 결심한다. 이 10대 커플은 주변 어른들에게 출산을 응원 받고 '해피엔딩'을 맞는다.
#2. 이달 13일 경기도 평택에서 자신의 아이를 야산에 유기한 20대 미혼모가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자택 화장실에서 출산한 아이를 살해한 뒤 인근 야산에 묻었고, 다음 날 A씨의 집 화장실에서 막힌 변기를 뚫은 작업자가 "태반처럼 보이는 물체를 발견했다"고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경찰에 "아이를 키울 여건이 되지 않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고 한다.
#3. 그로부터 3일 뒤 서울 동대문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갓난아이가 쓰레기 봉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청소 용역업체가 쓰레기 봉지를 차량에 싣는 과정에서 발견된 것인데, 당시 아이는 탯줄이 달린 상태로 전해졌다. 경찰은 아이의 친부모를 유력한 피의자로 보고 유전자 감식 등 조사에 나섰다.
매년 갓 태어난 아기가 버려지거나 살해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이 같은 사건의 피의자 대부분은 아이의 친생부모로, 양육 여건이 마땅치 않아 부적절한 선택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드라마 속 그림과 달리 부모가 자신이 낳은 아이를 해치는 상황까지 내몰리는 데 대해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11년 간 경찰에 신고된 영아 유기 및 살해 사건은 1500건에 육박한다. 지난 2010년부터 2020년까지 경찰에 신고된 영아유기는 1379건, 살해는 116건으로 총 1495건이다.
지난 2020년에는 모바일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 '아이를 거래하겠다'는 판매글이 올라와 공분을 샀다. 글 작성자는 "36주 된 아이를 입양 보낸다"며 거래금액 20만원을 제시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미혼모센터를 통한 입양 절차를 상담 중에 홧김에 글을 올렸다고 진술했다.
극단적인 방법으로 갓 태어난 아이의 양육을 포기하려는 사례를 보고 민간단체가 '베이비박스'를 운영하기에 이른지도 오래다.
베이비박스는 양육이 힘든 부모가 아이를 두고 갈 수 있도록 마련한 장소다. 단체는 베이비박스에 남겨진 아이가 다른 가정에 입양되도록 돕거나, 보호시설로 보내는 절차를 진행한다. 현재 이 공간은 서울 관악구와 경기도 군포시에 설치돼 있다.
베이비박스를 운영하는 '주사랑공동체'에 따르면 단체는 지난 2009년부터 2021년까지 총 1935명의 아이를 보호했다.
양승원 주사랑공동체 사무국장은 "10대 미혼모·부에게서 태어난 아이, 외도·근친·강간으로 생긴 아이, 미등록 외국인 체류자를 부모로 둔 아이 등 불가피한 사례가 많다"며 "법을 떠나서 생명은 우선 살려놓고 보자는 것이 베이비박스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출생신고 이전에 잠깐 비를 피할 수 있는 처마가 필요한데, 우리 사회에는 그런 공간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gagain@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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