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밀·식용유 가격 불안···"이젠 쌀로 떡볶이 만듭니다"

입력 2022.05.16. 13:48 수정 2022.05.20. 14:36 댓글 0개
세계 각국 식량보호주의에 식자재 요동
인도·인도네시아 여파로 분식집도 휘청
광주 일부 식당 밀 대신 쌀 이용하기도
광주 광산구 장덕동에 위치한 한 떡볶이 전문점에서 학생들이 음식을 담고 있는 모습. 한경국기자

"손님들이 예전만큼 늘었지만, 밀가루 등 식자재 가격이 들쭉날쭉해 이익은 오히려 줄었어요. 그래서 이젠 떡볶이를 쌀로 만듭니다."

끊임 없이 치솟는 물가에 지역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밀가루와 팜유 등이 폭등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시카고선물거래소(CBOT)에 따르면 20일 톤당 밀 가격은 441달러에 거래됐다. 5월 최저점인 380달러에서 16%나 증가한 것이다. 이달 최고점인 469달러(17일)와 비교하면 23.4%나 벌어진다. 팜유는 선물거래소 가격이 고점대비 3%가까이 빠졌지만 이미 식용유 값은 1년 새 8~30%나 올라 자영업자들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이같은 식자재 폭등은 세계 각국 마다 식량보호주의가 확산되고 있어서다. 세계 2위 밀 생산국인 인도는 최근 밀 수출을 전격 금지하고, 중앙 정부의 허가 물량만 수출하기로 했다. '유럽의 빵바구니'로 불리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으로 밀 수확량이 급감했던 터라 국제시장에 큰 악재로 작용하게 됐다.

이러한 현상은 인도네시아에서 일어났다. 세계 1위 팜유 생산국인 인도는 내수시장 식용유 값이 치솟는 등 품귀 현상이 벌어지자 가격이 안정화 될 때까지 팜유 수출을 중단했다. 비록 여론의 거센 반발로 3주만에 팜유 수출 재개를 공표했으나, 다시 내수시장을 위해 규제할 가능성이 있어 시장은 휘청이고 있다.

이같은 변동성은 수입산 식자재를 쓰는 지역 식당들에게 큰 피해를 끼쳤다. 특히 밀가루를 많이 쓰는 일부 분식점이나 떡볶이 전문점 등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실제로 치솟은 밀가루 가격 탓에 밀 대신 쌀을 이용해 떡볶이를 만드는 식당도 목격됐다.

10년째 광주 광산구 장덕동에서 떡볶이 전문점을 운영 중인 40대 김모씨도 계속된 식재료값 인상에 떡볶이 재료를 밀에서 쌀로 교체하기로 했다.

김씨는 "밀과 쌀 가격이 20㎏당 3만~4만원 정도로 비슷해졌지만 밀은 미국에서도 파종이 잘 안돼 수급이 어려워 질 것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여기에 인도 밀 수출 금지 정책 탓에 더 많은 공급 불안정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래서 식재료를 밀 대신 쌀로 교체하고 있다. 이미 10개 중 7개는 쌀로 바꿨다. 떡볶이도 그중 하나다"고 설명했다.

사실 업주 입장에서 같은 가격이면 쌀보다 밀을 쓰는게 더 효율적이다. 밀은 냉동유통되기 때문에 장기간 보관할 수 있고, 조리적인 측면에서도 양념이 금방 베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그럼에도 김씨는 장기적인 측면에서 밀가루보다 쌀을 쓰는게 더 낫다고 내다봤다. 만일 밀 가격이 지금보다 더 오르면 메뉴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어서다.

김씨는 "학생들을 상대로 식사를 제공하고 있어 가격인상이 쉽지 않다. 가격을 올리면 편하겠지만 그러다가 손님들이 떠나게 된다"며 "이 탓에 코로나 규제 완화 후 손님은 늘었지만 수입은 줄었다. 식자재 가격 안정을 위해 현실적인 대인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한경국기자 hkk42@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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