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불법 금융대출 '기승'···청년들 소리없는 아우성

입력 2022.05.19. 14:50 수정 2022.05.20. 14:06 댓글 0개
인터넷 발달·비대면 일상화…불법 금융 광고↑
지난해 피해 상담 건수 전년比 5.6%p 증가
청지트, 피해 해소위한 기금조성 사업 '진행'

#. "급한 불부터 끄자는 심정으로 손 벌릴 곳을 찾다 보니 무한 대출의 굴레에 빠지게 됐죠. 어떻게 해야 할지 답답하기만 합니다."

광주에 사는 김민영(23·가명)씨는 한달에 수십만원에 달하는 이자를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등록됐다.

남들처럼 부모님에게 손을 벌릴 수도 없었다. 건강이 악화돼 누워있는 부모님을 대신해 집안 살림을 책임져야 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생산직에 종사하며 근근이 생계를 유지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몸을 다쳐 그나마 있던 일까지 그만두게 됐다.

김씨는 "밀린 월세와 공과금을 내기 위해 대출을 알아보던 찰나 지인이 SNS에 올린 대출 글을 보고 연락했지만 알고보니 불법대출이었다"며 "불법대출 일당이 대출금 800만원 중 수수료로 500여만원을 떼가면서 경찰에 신고하려 했지만 보복이 두려워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결국 갈수록 불어나는 대출이자와 부족한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핸드폰 소액결제로 메꾸다 또다시 불법대출까지 손을 뻗치게 됐다. 김씨는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모르겠다"며 "어디에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지…한숨만 나온다"고 고개를 떨궜다.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기 힘든 금융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한 불법금융광고가 기승을 부리면서 사회초년생인 청년들이 불법사금융에 노출되고 있다.

특히 이미 빨간불이 켜진 청년 부채에 코로나19 악재까지 더해지면서 사회초년생인 청년들의 부채 문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는 지적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일자리를 잃거나 구직 기간이 길어지면서 고정적인 수입원이 끊기자 조건은 최악이지만 접근이 쉬운 대부업체로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20일 지역 청년들에게 부채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광주청년드림은행(이하 드림은행) 등에 따르면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청년들의 신용상태가 더욱더 위태로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드림은행에서 상담을 완료한 460명 가운데 128명(27.8%)의 청년이 3개월 이상 대출 연체 중인 '신용 유의'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 발생 이전인 2019년(11.6%)의 2.4배나 되는 수치다.

청년 부채의 단면을 보여주는 통신요금 연체 문제로 이곳을 찾은 청년의 비율도 27%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통신 결제는 신용이 없어 제도권 대출을 이용하기 어려운 청년들이 생활비를 마련하는 중요한 수단 중 하나다.

이처럼 청년들의 부채 문제가 갈수록 악화되는 가운데 인터넷의 발달과 비대면의 일상화로 불법 대출 광고에 쉽게 노출되면서 불법 금융 피해도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전체 상담 완료 인원 중 16%에 해당하는 72명의 청년이 불법 금융 피해를 당한 것으로 집계됐다. 2020년(11.4%)과 비교해 4.6%p 증가한 수치다. 불법 금융 피해 유형별(중복응답)로는 내구제대출(44명), 명의도용(16명), 작업대출(12명), 사채(9명), 보이스피싱(9명) 등 순으로 그 빈도가 높았다.

특히 소액의 대출이 필요한 사람들이 브로커에게 휴대폰을 개통해 넘기면, 그에 대한 대가로 현금을 지급하는 형태의 불법 금융인 내구제대출로 인한 피해가 가장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본인 명의의 휴대전화를 넘기고 판매 금액의 일정 수수료를 받은 후 매달 휴대전화요금을 납부해야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30만원, 100만원의 소액이 필요했던 피해자들은 10배 이상 불어난 빚을 떠안게 된다.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빚도 문제지만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어 10명 중 1명 이상이 불법 금융 피해에 노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중 경찰에 피해 사실을 신고한 비율은 10%도 채 안 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이하 청지트)는 내구제대출 등 불법 금융 피해를 해소하기 위해 '불법 금융 근절 기금 조성사업'에 돌입했다.

마련한 기금으로 전국 불법금융 피해 실태조사를 실시해 불법금융 근절 및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피해자들을 위해 지원시스템도 구축할 방침이다.

청지트 관계자는 "청년들이 코로나 여파로 고정적인 수입원이 끊기면서 조건은 열악하지만 접근이 쉬운 대부업체로 내몰리고 있다"면서 "불법 금융 피해 문제가 청년층과 일부 지역에 국한되지 않은 만큼 기금 조성사업을 진행하고 전국연대네트워크를 구축해 대응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청지트는 2017년부터 돈이나 빚 문제로 고민하는 지역 청년들이 각자 상황에 맞는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맞춤형 상담 서비스를 통한 생활 경제 교육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고 있다. 상담 및 자세한 내용은 전화나 홈페이지, 카카오톡 플러스친구 '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로 문의하면 된다.

이예지기자 foresight@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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