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기암절벽 암봉·병풍같은 해식애 사이 낙조가 드리운다

입력 2022.05.19. 09:32 수정 2022.05.19. 18:39 댓글 0개
대한민국 최서남단(最西南端) 가거도
3구로 내려가는 도로에서 바라본 가거도의 아름다운 풍경

대한민국 최서남단(最西南端)에 있는 가거도(可居島)는 목포에서 남서쪽으로 약 245㎞ 지점에 있다. 중국과도 가까워서, 상해에서 새벽닭 우는소리가 들린다고 할 정도로 목포에서 머나먼 섬이다. 가거도는 천혜의 때가 묻지 않은 자연환경과 독실산의 아름다운 해안 등산로, 가거도 서쪽 섬등반도가 명승으로 지정, 전국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다. 또한 가거도는 지금도 산다이, 가거도 멸치잡이 노래, 해녀 문화 등이 온전하게 남아있다. 면적은 9.71㎢, 해안선 길이 22㎞, 가구 341세대, 인구 477명(2020년 기준)이 거주한다.

가거도 독실산 정상에서 바라본 풍경,3구와 빈지암이 살짝 얼굴을 내민다

◆일제 잔재 청산 위해 섬 이름 환원

가거도는 고대 중국과의 교류가 활발하던 시절 중요한 항로에 자리 잡고 있었다. 송나라 사신 서긍(徐兢, 1091~1153)의 '선화봉사고려도경(宣和奉使高麗圖經)'에 가거도는 협계산과 쌍계산이라는 이름으로 처음으로 등장한다.

조선시대의 지리지인 신증동국여지승람(1530)에는 '가히 아름답다고 할 만하다'라는 뜻의 가가도(可佳島), 여지도서(1757)에는 아름다울 '가(佳)', 아름다울 '가(嘉)' 자를 겹쳐 써서 가가도(佳嘉島)라 표기하기도 했다. 옛사람들의 눈에도 가거도는 비길 데 없이 아름다운 섬이었을 것이다. 1800년경 나주 임씨(羅州 林氏)가 최초로 거주했으며, 그 당시에 가히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이라 하여 가거도(可居島)란 섬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1910년경 일제 강점기 때 일제는 옛 이름을 무시하고 소흑산도(小黑山島)라는 멋없는 이름으로 표기하였다. 2008년 5월26일 일제 잔재 청산을 위해 소흑산도라는 이름을 원래의 가거도(可居島)로 환원했다.

가거도 섬등반도에서 바라본 가거도의 아름다운 풍경

◆바다에서 갑자기 융기한 듯 가파른 산

가거도 독실산(犢實山)은 우리나라의 섬의 산, 제주도 한라산(1천950m), 울릉도 성인봉(986.5m) 다음으로 높은 산이다.

우리나라에서 해가 가장 늦게 지는 가거도 섬등반도 일몰

동해에서는 울릉도 성인봉이 가장 높은 봉우리이다. 울릉도가 면적 72.561㎢이라면, 가거도는 9.71㎢이다. 가거도가 울릉도보다 8배쯤 작다는 점을 고려하면 울릉도 성인봉(986.5m)보다 가거도의 작은 섬에 있는 독실산의 높이 639m는 자못 놀라운 높이다.

제주도 한라산이 곧 제주도이듯, 가거도가 곧 독실산이다. 높은 독실산의 모습은 대양에서부터 갑작스럽게 융기한 듯 가파른 섬의 산이다.

독실산 에는 후박나무와 동백나무, 너도밤나무 등이 많이 자생한다. 너도밤나무의 연초록 빛은 5월에 눈을 호강시킨다.

가거도 회룡산에서 바라본 가거도 1구마을 풍경 ,방파제 공사가 한창이다

지금도 가거도 사람들은 독실산에 소나 염소를 방목한다. 산이름은 송아지 열매 산이란 뜻이다. 여기서 열매는 가거도 사람들에 의하면 후박나무 열매인데 송아지가 열매를 먹은 산이라 하여 독실산이라 불렸다고 한다.


◆맑으면 제주도 한라산도 보여

가거도의 8경으로 유명한 백년등대,역사가 깊은 등대이다.

독실산 산행은 가거도 2구 항리 마을에서 시작된다. 섬누리펜션에서 절벽 길로 올라서 항리 마을의 안으로 접어들면 정상으로 오르는 등산로가 있다.

가거도 2구 마을 항리는 우리나라의 70년대를 연상케 하는 조그마한 마을이다. 백년등대와 독실산을 오르는 삼거리에서 초원지대를 따라 오르면 서쪽으로 길게 늘어선 섬등반도가 내려다 보인다. 초원지대에서 40여분쯤 오르면 대낮인데도 깜깜한 상록수림 지대다.

독실산은 일 년 내내 안갯속에 덮여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상록수림 숲 지대는 완전한 원시림이다. 물기를 머금은 등산로는 무척이나 미끄럽고, 마치 뱀이 금방이라도 나올 것처럼 무시무시한 산길이다.

가거도 회룡산을 오른 트레킹 족들 멀리 독실산이 안개로 쌓여 있다.

독실산은 예전에는 뱀이 아주 많았다고 한다. 어느 땐가 육지에서 족제비가 몰래 배를 타고 들어온 다음엔 아주 깡그리 없어지다시피 하여 뱀이 한 마리도 없다고 전하여 왔으나, 지금은 많은 뱀이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제 2초원지대에서 40여분쯤 어두운 숲속을 거치면 등대로 내려가는 삼거리에 도착한다. 왼쪽으로 내려가면 480m 봉우리와 백년등대로 내려가는 삼거리다.

비가 오는 날에는 안개 때문에 한치의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깜깜한 산이여서 주의를 요구한다. 가끔 침침한 숲속에서 '꾹 꾹'하는 새울음소리가 들린다. 흑비둘기(천연기념물 제215호) 소리다.

가거도 회룡산의 나마 ,항상 물이 고여 있다.

정상으로 올라갈수록 더욱 더 습한 안개가 자욱하다. 위험 구간에 줄을 메어 놓고, 이정표를 세워 등산로를 잃어버릴 염려가 없다.

삼거리에서 약 20여분쯤 등산로를 따라 오르면 국가시설물이 나타난다. 시설물의 철조망 아래로 나 있는 등산로를 따라 오르면 표지석이 세워진 자그마한 암봉이다.

정상에 오르면 날씨가 맑은 날은 북쪽으로 태도, 흑산도, 홍도가 보이고, 동북쪽으로 만재도와 진도의 다도해가 아련하게 보인다. 남쪽으로는 회룡산과 그림 같은 가거도의 남쪽 해안도로가 조망된다. 날씨가 맑은 날은 회룡산 너머로 제주도 한라산이 조망된다.

가거도의 비경 섬등반도

정상 북동쪽 아래로 아름다운 가거도의 3구(대풍리) 마을과 빈지암의 빼어난 절벽이 고개를 내민다.

올라왔던 등산로를 따라 다시 항리와 가거도 등대에서 오르는 삼거리로 되짚어 내려가, 삼거리에서 등대로 내려가는 등산로는 순탄한 내리막길이다. 동백나무와 후박나무 숲길의 연속이다. 약 40분쯤 내려가면 약 480m 봉우리다.

봉우리 오른쪽으로 음봉을 우회해 지난 뒤 왼쪽으로 틀어 급사면을 따라 20여분쯤 내려가면 항리, 등대로 향하는 삼거리다. 삼거리에서 너덜지대를 통과해 30여 분쯤 내려가면 대풍리(가고 3구) 임도를 만난다. 주차장에서 등대 전망대에 올라 포토존에서 서쪽을 보면 백년등대가 아름답게 보인다. 낙조가 아름다운 곳이라고 한다.

가거도의 서쪽 해안 ,대국흘도와 소국흘도

1907년에 세워진 가거도 백년등대는 서해로 항해하는 선박의 길잡이 노릇을 하는 등대다. 정식 명칭은 '소흑산도항로표지관리소'다. 등대 바로 앞으로 가거도 8경인 대국흘도와 소국흘도가 내려다보인다. 등대 아래에 약 2천여년 전에 가거도에 살았던 사람들의 흔적인 신석기시대의 패총도 있다.

등대에서 다시 임도로 올라 가파른 등산로를 40여분쯤 오르고, 오른쪽으로 10여분쯤 접어들면 신선봉(神仙峰)이다.

신선봉 정상에 오르면 북쪽으로 국흘도가, 동쪽으로 독실산에서 해안 쪽으로 흘러내리는 암봉 능선이 보인다. 남쪽으로 그림 같은 가거도의 서쪽 섬등반도의 항리 마을이 내려다보인다.

가거도의 야생화 갯무꽃이 피었다.

신선봉에서 내려가는 가거도 독실산 서쪽 해안등산로는 절경인 해안 풍경과 대한민국에서 가장 늦게 지는 아름다운 일몰을 바라다볼 수 있다. 신선봉에서 항리 마을까지 1시간쯤 걸린다. 늦은 가을과 겨울철에는 일몰에 취해 길을 잃어버릴 수도 있으므로 헤드 랜턴이 필수다.


◆동쪽으로 뻗어 내린 반도형 지형

가거도의 야생화 갯무꽃이 피었다.

가거도 섬등반도는 섬 동쪽으로 뻗어 내린 반도형 지형이다. 총 길이 1㎞쯤 되는 작은 반도로 항리마을에 위치한다. 초원으로 뒤덮인 이곳은 가거도의 절반 이상이 조망되는 천혜의 전망대다. 기암절벽으로 이뤄진 암봉과 좌우로 병풍처럼 펼쳐진 해식애가 장관을 이루고 낙조가 아름다워 명승으로 지정되었다.

섬등반도 입구는 우실과 빨간 우체통이 있다. 폐교 옆으로는 울창한 소나무 숲으로 우거져 가고 있다. 스산한 폐교 터를 지나가면 옛날 초소 터가 나온다.

섬등반도의 능선을 따라 서쪽으로 향하면 망망대해가 펼쳐지고, 오른쪽으로 백년등대 주변의 작은 섬들이 보인다.

회룡산에서 바라본 독실산과 섬등반도

섬등반도의 전망대에서 독실산의 서쪽 사면을 바라보면 웅장한 독실산 정상과 지그재그 모양의 도로와 벼랑 끝에 있는 항리 마을이 이국적이다.

천기철기자 tkt7777@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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