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투어리스티피케이션

입력 2022.05.15. 00:05 수정 2022.05.15. 18:21 댓글 0개
선정태의 무등칼럼 무등일보 취재2본부

지난 2년 코로나19 때문에 해외로 떠나지 못했던 사람들이 전국의 유명한 관광지를 찾아 다녔다. 어디든 상관없으니 숨통이 틔일 곳이면, 먼 거리를 감수하고 방문한 것이다. 그 혜택으로 전남의 많은 지역도 관광지로 각광을 받으면서 코로나 이전에 비해 더 많은 국내 관광객이 찾았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서 그동안 빗장을 잠갔던 나라들이 하나 둘씩 관광객들을 맞이하면서 해외여행을 기다리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너도 나도 분노 소비를 할 각오가 돼 있는 듯 해외 유명 관광지부터 찾겠다고 벼르고 있다.

해외의 유명 관광지들은 오버 투어리즘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이탈리아 베네치아다. 최근 몇년 동안 하루 수만명의 관광객이 몰려들던 베네치아는 연간 3천만명이 방문할 정도다. 급기야 거주지로 통하는 곳에 검문소를 만들어 원주민만 드나들 수 있게 했다. 관광세를 부과하기에 이르렀다.

필리핀 보라카이도 한 때 6개월 간이나 출입을 통제했다. 몰려드는 휴양객들이 버린 쓰레기가 심각해져 환경을 정화하기 위해서 였다. 출입 통제가 해제된 후에는 방문객 수를 제한했다. 페루의 마추픽추도 방문객 수를 제한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역시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전세계 투자자들이 몰려들면서 부동산 가격이 올라 원주민들은 외곽으로 밀렸다. 베네치아 역시 원주민들이 떠나는 공동화 현상이 심각해졌다.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원주민들의 생활이 힘들어지고, 결국 살던 지역을 떠나게 되는 투어리스티피케이션 현상은 외국 관광지만의 일이 아니다.

서울의 북촌과 서촌, 제주도가 투어리스티피케이션을 겪고 있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여수 밤바다' 덕에 전국적인 관광지로 부상한 여수 역시 투어리스티피케이션이 진행되고 있다. 경주 등 유명 관광지도 비슷한 과정을 겪고 있거나 겪었다.

산업혁명부터 20세기 까지 한 나라 성장과 발전은 공업화, 산업화의 정도에 달렸었지만 21세기의 성장 패러다임은 관광 산입이다. 굴뚝없는 산업이라고 불리며, 스토리텔링을 통해 관광지 발굴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관광지 개발은 지역이 가장 빨리 발전할 수 있는 도구지만 주민들의 삶을 침해하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선정태 취재 2본부 부장 대우 wordfl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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