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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후반 박스권에 갇힌 이재명···꿈쩍 않는 호남민심

입력 2022.01.28. 16:42 댓글 13개

기사내용 요약

텃밭 1위에도 웃지 못하는 이유…부동층 흡수해도 75%

명낙대전 후유증으로 하부조직 화합적 결합 요원

후보에 대한 비호감 여전…"대호남 전략 새롭게 해야"

[광주=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7일 광주 동구 '우다방' 충장로우체국 앞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2.01.27. photocdj@newsis.com

[광주=뉴시스] 구길용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바라보는 호남민심이 심상치 않다.

여권의 심장부 광주·전남에서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이 60%대 후반 박스권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역대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얻었던 압도적 지지율에 비하면 심각한 수준이다.

이재명 캠프 측은 '대선을 두달여 남겨둔 시점에는 역대 민주당 후보들의 지지율도 그리 높지 않았다. 대선이 임박하면 표 결집이 이뤄질 것이다'라는 낙관론을 편다.하지만 '콘크리트 박스권'이 긴 시간 지속되고 있는 데다, 내용적으로도 여러가지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뉴시스 광주전남본부와 무등일보, 전남일보, 광주CBS가 지난 24~25일 이틀 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에 의뢰해 광주·전남 만 18세 이상 남녀 16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여실히 드러난다.

이번 조사에서 이재명 후보는 63.5%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11.3%,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8.9%, 심상정 정의당 후보 4.5% 순이다.

이 후보가 민주당 텃밭에서 여유롭게 1위를 차지했지만 마냥 웃지 못할 이유가 여럿 있다.

무엇보다 이번 조사에서 부동층으로 나타난 11.7%가 선거 막판 모두 이 후보 지지로 돌아선다고 가정해도 75%선에 머문다.

이는 지난 제15대 대선 김대중 후보가 얻은 광주 97.28%·전남 94.61%, 16대 노무현 후보 광주 95.1%·전남 93.38%, 18대 문재인 후보 광주 91.97%·전남 89.28%에 턱없이 미치지 못한다.

이 캠프 측에서는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가 얻은 득표도 광주 61.14%, 전남 59.87%였다고 강변하지만 당시 안철수 후보가 30% 안팎을 얻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시에도 야권에 90% 이상 표가 모아졌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문제는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이 민주당 경선을 통과한 시점 이후 줄곧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다시말하면 이재명 대 이낙연 경선 후보간 이른바 '명낙대전'의 후유증이 아직도 채 가시지 않았다는 의미다.

지금은 이재명 후보와 이낙연 전 대표가 원팀을 강조하며 동행유세에 나서지만 하부조직의 화학적 결합은 요원한 상태다. 광주·전남의 이낙연 지지자들 사이에는 아직도 "결선투표를 받아들이지 않은 건 매우 부적절했고, 불합리했다"는 시각이 많다.

이런 불공정 경선 시비에, 이재명 후보 개인에 대한 비호감까지 겹치면서 과거처럼 무조건적인 지지에 조심스러워하는 여론층이 뚜렸하다.

세대별 지지여부를 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 있다. 18~29세 청년층 지지가 전체 지지율의 반토막 수준인 33.4%에 그쳤다.

이는 광주·전남의 청년층이 기성세대처럼 이념이나 진영에 따라 지지를 결정하지 않을뿐만 아니라 이재명 후보에 대한 호감도도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단순히 세대별 분석을 넘어, 선거 막판 민주당 몰표가 어렵다고 분석하는 이유 중의 하나다.

상황이 이런데도 민주당과 이재명 캠프의 대호남 전략은 안이하기 짝이 없다. 지역 국회의원 몇몇을 빼면 대부분 뒷짐을 지고 있다. 선거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되는 것인지 의문일 정도다. 공보라인도 과거처럼 일사불란한 대목이 없다. .

광주·전남의 미래전략을 담은 그랜드 비전 공약도 빈약하다. 이러니, 호남을 그저 '주머니 속의 공깃돌' 정도로 여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민주당 입장에서 지금의 광주·전남 대선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안철수 후보는 과거 '안풍(安風)'의 진원지였던 광주·전남에서 두자릿수 2위로 올라섰다.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힘도 지속적인 서진전략을 통해 '마의 10%대 벽'을 깨겠다는 결의가 다부지다.

이런 구도에서 이재명 캠프 측의 희망대로 선거 막판 광주·전남에서 90%대 몰표가 나오리라는 것은 단언컨대 쉽지 않다. 그럴만한 변수도, 동력도 없다.

뒤늦게 위기감을 느낀 것인지, 이재명 후보가 지난 27일 광주를 찾아 '5·18 헌법전문 명문화' 등 공약을 발표하며 호남민심 껴안기에 나섰다. 자신을 '광주가 낳은 사회적 아들'이라며 정서적으로 호소하기도 했다.

때늦은 감이 있다. 중요한 것은 한두차례 방문이 아니라 호남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 근본적인 전략수정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지역의 미래를 담보할 그랜드 공약도 시급하다. 청년세대를 전면에 내세웠다며 안주해 있는 선대위 시스템에도 빈틈은 없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지금의 대호남 전략으로는 결코 지역민심이 변할 것 같지 않다.

한편 이번 여론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4%포인트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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