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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 최근 10년 급속하게 현대화해 서방에 큰 부담
입력 2022.01.28. 12:08 댓글 0개기사내용 요약
시리아전서 장거리 대규모 전투 실행 능력 과시
전자전 능력 미군보다 앞서…푸틴의 야심 뒷받침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과거 신통치 않았던 러시아의 군사력이 현대화 노력으로 강화됨에 따라 세계 각지의 러시아 외교정책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이 처음 대통령이 됐을 당시 러시아의 군대는 힘이 빠진 채 핵무기만 보유한 군대였다. 북극에 잠수함을 띄우거나 체첸 내란에서 군사력 우위를 차지하는 것이 버거웠다. 고위장교들이 곰팡이가 슬고 쥐가 나오는 낡은 아파트에 살았으며 양말조차 없는 군인들은 헝겊으로 발을 감싼 채로 훈련을 받아야 했다. 소비에트 연방과 제정 러시아 시대처럼 말이다.
20년이 지난 지금 우크라이나 접경지에 주둔하는 러시아군의 모습은 그 때와 크게 달라졌다. 푸틴 통치 아래 재래식 전쟁에서 신속하고 치명적인 공격을 할 수 있는 현대화된 군대로 탈바꿈했다는 것이 군사분석가들의 평이다. 정밀유도무기, 개선된 명령체계, 보급이 충분한 직업 군인들로 탈바굼했다는 것이다.
현대화된 러시아군은 크림반도 점령, 시리아 개입,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사이의 평화유지, 지난 달 카자흐스탄 친러 지도자 지원 등 푸틴 외교정책에서 핵심 수단으로 활용 되고 있다. 지금은 군사적 위협을 가하면서 유사시 무력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임으로써 우크라이나를 러시아 영향권 아래에 두려 하고 있다.
러시아 안보분석가 파벨 루진은 "군대 기동력과 훈련 정도 및 장비 수준 덕분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서방을 압박할 수 있다. 핵무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푸틴은 여태 총 한 방 쏘지 않고도 바이든 미 정부가 다른 외교정책들에 앞서 러시아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도록 만들었다. 푸틴은 군사력을 과시함으로써 냉전 이후 위축된 러시아의 세계 주도권을 되찾으려 하고 있다. 푸틴은 이미 2018년 시정연설에서 러시아가 음속 20배에 달하는 새 핵무기를 공개하면서 그같은 대외정책 입장을 공표했었다. 푸틴은 당시 "아무도 우리에게 귀를 기울이지 않았지만 지금은 우리 말을 듣는다"고 선언했다.
우크라니아 접경지에 집결해 있는 T-72B3 탱크는 신형 열추적시스템을 보유해 야간 전투능력을 갖췄고 다른 탱크 사거리의 2배가 넘는 유도미사일이 장착돼 있다고 미 해병 예비역 출신으로 영국 킹스칼리지에서 박사학위를 준비하는 러시아 군사전문가 로버트 리가 밝혔다. 또 흑해의 함정과 잠수함에 장착된 칼리브르 순항미사일과 이스칸데르-M 로켓도 우크라이나 어디든 공격할 수 있다고 했다.
지난 10년 새 러시아 공군은 1000대 이상의 신형 전투기를 배치했다고 알렉세이 크리보루츠코 러시아 국방차관이 2020년 한 기고문에서 밝혔다. 이에는 최첨단 전투기인 SU-35S 기종도 다수 포함돼 있다. 이 전투기 편대가 벨라루스에 파견돼 있으며 다음 달 러-벨라루스 합동 군사훈련에 참여한다.
러시아는 2015년 시리아에 대한 군사개입에서 군사적 능력을 과시한 적이 있다. 당시 러시아군은 방심한 미군을 무력화하기도 했다. 전 유럽주둔미육군사령관 벤 호지스 예비역 중장은 "카스피해에서 칼리브르 미사일이 날아와 시리아의 표적을 공격하는 것을 보고 놀라 당황한 적이 있다. 러시아군이 그 정도로 발전했다는 것을 몰랐던 나로선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은 모병제를 지원병제로 바뀌 40만명의 직업군인을 육군으로 보유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배우가 크게 개선돼 지난 12월 국방부를 방문한 푸틴이 중위 평균임금이 월 1000달러(약 120만원)을 넘는다고 자랑했었다. 그는 또 러시아 정부가 군인들의 주택 보조비용으로 15억달러(약 1조8072억원)을 지출한다고 밝혔다. 현재 모든 러시아 군인들은 두꺼운 군대양말을 보급받고 있다.
러시아 군사장비만 개선된 것이 아니라 작전 개념도 크게 발전했다. 이스라엘 라이히만 대학교 국제안보전문가 드미트리 아담스키가 말하는 "동시 다발 압박(cross-domain coercion)"개념을 활용해 군사력 과시와 위협을 외교와 사이버공격, 선전전과 결합시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복합적 전략이 우크라이나에도 적용되고 있다. 러시아는 서방이 즉각적으로 대폭 양보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동맹국 벨라루스에 파견한 군대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160㎞ 이내 거리에 있다. 러시아 국영 매체들은 우크라이나 군대가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지난 14일 해커들이 우크라이나 정부 웹사이트 여러 곳을 공격해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것을 두려워하라"는 메시지를 올렸다. 이에 대해 아담스키는 "사이버공격, 외교, 군사 훈련 모두 연관된 것들"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국경 근처에 배치된 러시아군 전체가 현대화된 군은 아니다. 북부에 배치된 군대는 낡은 무기를 가졌으며 우크라이나군을 분산시키기 위한 목적이라고 우크라이나 군사정보장교 출신 정치군사 분석가 올렉스키 아레스토비치의 말이다. 더 현대화되고 보급이 좋은 부대들은 러시아가 2014년 이래 장악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에 배치돼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러시아는 군현대화를 통해 동유럽을 넘어 멀리까지 힘을 투사함으로써 미국을 향해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실제로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 분쟁을 푸틴 대통령이 중재한 2020년 러시아 수송기가 중무장한 러시아 평화유지군 2000명을 코카서스 남부 지방에 파견하는데 1시간 밖에 안걸렸다. 2015년 시리아에선 지상군 투입을 최소하하면서 대규모 공습으로 친러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을 지켜냈다. 그 과정에서 서방 못지않은 장거리 정밀유도무기를 배치했음을 과시했다.
러시아는 시리아 전쟁을 전술과 무기를 가다듬는 실험장으로 활용했다. 전투경험을 쌓고 하위계급 군인에게 더 많은 권한을 위임하는 등 자율권을 확대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은 지난달 지상군 지휘관 전원과 공군 조종사의 92%, 해군의 62%가 전투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아담스키는 "러시아가 스스로는 물론 서방국들에게 장거리 정밀무기를 사용한 대규모 작전 능력과 이를 뒷받침하는 정보 능력을 과시했다"고 말했다.
물론 러시아군이 과거의 약점을 모두 극복한 것은 아니다. 취약한 민간경제, 첨단기술이 부족한 제조업, 기업들의 연구개발투자 부족 등이 그런 대목이다. 국방예산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대부분의 유럽국보다 높아 다른 분야가 희생되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우크라이나군이 요격한 러시아 정찰 드론은 서방 드론회사들이 취미용으로 만든 전자부품과 전기모터가 장착돼 있었다. 러시아가 완전히 자체 개발한 신형 무기 시스템은 많지 않다. 군현대화는 대부분 구식 장비를 개조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각각의 무기 시스템보다는 혁신적인 군사기술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2014년 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지휘관이던 필립 브리들러브 장군이 말했다. "러시아군의 학습 능력이 뛰어나 적응을 잘한다는 것을 높이 평가해야 한다. 분쟁에서 마주칠 때마다 그들은 조금씩 나아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현재 적의 통신을 방해하거나 가로채고 드론을 요격하는 러시아의 전자전 능력은 미군보다 뛰어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가들이 말한다.
푸틴 휘하 러시아의 군사 현대화 투자는 러시아 전체의 군사국가화와 함께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공격하기로 마음 먹을 경우 서방으로선 막을 방법이 없게 만든다는 것이 분석가들의 의견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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