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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행복한 선수, 감사합니다"···두산 유희관, 눈물 속 은퇴(종합)
입력 2022.01.20. 17:03 댓글 0개기사내용 요약
8년 연속 10승과 두산 좌완 프랜차이즈 최초 100승 돌파 기록 남겨
"그라운드에서 항상 유쾌했던 선수로 기억되고파"
"방송 3사에서 해설 제의, 제2의 인생 궁금"
[서울=뉴시스] 권혁진 기자 = 늘 유쾌했던 유희관(두산 베어스)이 눈물을 흘렸다.
KBO리그에서 가장 느린 공으로 101번의 승리를 만들어낸 유희관(두산 베어스)이 그라운드를 떠났다.
유희관은 20일 잠실구장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갖고 선수 생활의 끝을 알렸다.
유희관은 평소와 달리 유니폼이 아닌 검은색 정장을 입고 기자회견장에 나타났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꽃다발을 건네주며 유희관의 새 출발을 응원했다. 첫 승과 100승 당시 배터리로 호흡을 맞췄던 포수 박세혁과 유희관으로부터 투수조장을 이어받은 홍건희, 토종 에이스 계보를 잇고 있는 사이드암 최원준도 선배의 마지막을 함께 했다.
유희관은 "솔직히 여기 오기 전까지는 실감이 안 났는데 이제야 유니폼을 벗는다는 실감난다. 지금도 믿기진 않는다"면서 "이런 자리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선수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좋은 추억을 공유했던 감독들과 동료들을 언급하면서는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은퇴라는 단어를 떠올린 것은 극도로 부진했던 지난 시즌이었다.
유희관은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서 빠졌다. 내가 빠진 야구와 후배들을 보면서 '이제는 내가 자리를 물려줘도 되겠다'는 마음이 생겼다"고 떠올렸다.
이어 "2군에서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많았다. 제2의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 많은 생각을 했다"면서 "구단과의 연봉 문제로 은퇴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팀이 좋은 흐름으로 성장하는데 내가 오히려 방해가 되는 것 같았다. 좀 더 좋은 모습일 때 떠나 자리를 물려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보탰다.
장충고-중앙대를 거친 유희관은 2009년 신인 드래프트 2차 6라운드로 프로 무대에 뛰어들었다. 데뷔 첫 해 16경기에서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4.05를 찍은 유희관은 이듬해에는 5경기 3⅓이닝을 소화하는데 그쳤다.
유희관의 야구 인생이 본격적으로 빛을 보기 시작한 것은 상무에서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2013년부터다.
정확한 날짜는 5월4일이다. 등근육이 뭉친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를 대신해 생애 첫 선발 기회를 잡은 유희관은 5⅔이닝 5피안타 무실점으로 데뷔 첫 승을 신고했다.
유희관은 "프로 첫 승 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니퍼트의 대체 선수로 나서 처음 승리했다. 그때 '1'이라는 숫자가 있기에 '101'이 있다"고 돌아봤다.
이후 유희관은 승승장구했다. 2013년 10승7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3.53으로 선발진의 일원으로 자리매김한 유희관은 2014년 12승(9패)을 찍더니 2015년 데뷔 후 최다인 18승(5패)을 수확했다.
크고 작은 부침은 있었지만 매년 제 몫 이상을 해낸 유희관은 2020년까지 8시즌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맛봤다. KBO리그 40년 역사에서 4번 밖에 나오지 않은 진기록이다.
길었던 여정의 마침표를 찍은 유희관의 통산 성적은 281경기(1410이닝) 출장 101승69패 평균자책점은 4.58. 처음부터 끝까지 소속팀은 오로지 두산뿐이었다.
유희관은 "그라운드에서 항상 유쾌했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팬들을 가장 생각했고, 두산을 너무 사랑했던 선수로도 기억되고 싶다"고 청했다.
데뷔 초창기나 마지막 불꽃을 피웠던 지난 시즌이나 유희관의 최고 구속은 130㎞대 중반대에 불과했다. 느린공은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늘 꼬리표처럼 따라다녔지만 유희관은 보란 듯이 이겨냈다.
유희관은 "'느림의 미학'이라는 건 나를 대변하는 좋은 단어다. 나 또한 '프로에서 느린 공으로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갖고 야구를 했다"면서 "모든 분들이 '1~2년 후에는 안 될거다'는 말을 많이 하셨다. 남들 보이지 않게 노력했고, 좋은 팀을 만나 편견을 깨 은퇴 기자회견까지 하는 선수로 거듭났다"고 전했다.
가장 애착이 가는 기록으로는 8년 연속 10승을 꼽으면서 그 영광을 동료들에게 돌렸다. "두산이라는 팀에 들어와서 좋은 동료, 감독님, 코치님들을 만나 기록을 썼다. 뻔한 이야기이지만 혼자 할 수 있는 기록이 아니다. 그들이 없었다면 지금 은퇴 기자회견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고마워했다.
김태형 감독과의 나눈 대화를 두고는 "좋은 기억, 안 좋은 기억이 있지만 좋은 기억이 많은 것 같다. 티격태격도 많이 했는데 아들처럼 챙겨주시려고 했다"면서 "감독님이 많이 아쉬워하셨다. 다른 인생을 살 때 좋은 일만 가득하라는 덕담을 많이 해주셨다"고 소개했다.
현역 시절 때도 야구계 입담꾼으로 유명했던 유희관은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제2의 인생을 설계할 계획이다. 벌써부터 해설위원, 방송제의 등 러브콜이 쏟아진다.
"나이 먹으니 마음이 많이 여려진다. 이런 걸 보면서 왜 울까 생각했는데 정말 많이 아쉽다"고 다시 눈물을 훔친 유희관은 "제2의 인생을 멋지게 살아갈테니 응원해달라"고 고개를 숙였다.
기자회견을 마친 유희관은 그라운드로 나가 10년 넘게 땀을 흘렸던 마운드를 마지막으로 밟았다. 이후 동료, 프런트들과 기념사진으로 추억을 남겼다.
◎공감언론 뉴시스 hjkwon@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12년 만에 선 대전 마운드···한화 류현진 "좋았다, 너무 좋았다" 한화 이글스 류현진. (사진=한화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대전=뉴시스]김주희 기자 = 12년 만에 대전 구장 마운드에 선 류현진(한화 이글스)이 쾌투를 펼쳤다. 선발승을 손에 넣진 못했지만 팀의 승리에 활짝 웃음지었다.류현진은 29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쏠 뱅크 KBO리그 KT 위즈와 경기에 선발 등판, 6이닝 8피안타 2실점을 기록했다. 사사구는 하나도 없었고, 삼진은 9개를 솎아냈다.1회초 1사 1, 2루 위기에서 박병호에 유격수 병살타를 끌어낸 류현진은 이후 별다른 위기 없이 쾌투를 이어나갔다.5회까지 무실점 순항하던 류현진은 2-0으로 앞선 6회 흔들렸다. 천성호, 멜 로하스 주니어에 연속 안타를 맞아 몰린 2사 1, 2루에서 강백호에 좌전 적시타를 맞아 첫 실점을 기록했다.계속된 2사 1, 3루에서 황재균에게도 중전 적시타를 내주며 2-2 동점을 허용했다. 더 이상의 실점은 없었지만 2-2로 맞선 7회 교체된 류현진은 선발승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그래도 승리는 한화의 차지였다. 한화는 9회말 2사 1, 2루에서 터진 임종찬의 안타로 3-2,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5연승 질주다.경기를 마친 뒤 만난 류현진은 홈 구장에서의 등판에 대해 "좋았다. 너무 좋았다"며 "승리 투수는 못했지만 팀이 이겨서 다행이다. 이렇게 연승을 이어가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웃음지었다.류현진이 정규시즌 대전 구장 마운드에 오른 건 2012년 10월 4일 넥센 히어로즈전 이후 12년 만이다. 이후 류현진은 미국 메이저리그(MLB)로 떠났다가 지난 2월 한화로 돌아왔다.11년 간의 MLB 생활을 정리하고 '친정팀'에서 시즌을 치르고 있는 류현진은 "야구장에 나오는 게 너무 재미있다. 등판하지 않는 날도 더그아웃에서 파이팅을 하고 응원하려고 한다. 선수들도 계속 하려고 하면서 나도 재미있게 하고 있다"며 미소지었다.류현진은 12년 만의 국내 무대 복귀전이던 지난 23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3⅔이닝 6피안타 3볼넷 5실점 2자책점을 기록했다. 투구 내용은 아쉬웠지만 최고 구속은 시속 150㎞까지 나왔다.이날은 사사구가 하나도 없었지만 최고 구속은 시속 147㎞가 찍혔다. 류현진은 "구속이 2~3㎞ 덜 나왔지만, 제구나 나머지는 훨씬 더 좋았다. 커브, 체인지업, 커터 등 변화구 제구가 잘 됐다. 강백호에게 던진 실투 하나 외에는 내가 생각한 대로 잘 들어갔다"고 자평했다.류현진에게 동점 적시타를 친 황재균은 동갑내기 친구로 절친한 사이다. 황재균의 이름이 나오자 웃음을 지은 류현진은 "전쟁이 시작됐다"고 너스레를 떨고는 "상대팀이고 친구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더 집중해야할 것 같다"고 짚었다. 그러면서도 "다음에는 알아서 해줄 것"이라며 웃음을 터뜨렸다.류현진의 합류로 달라진 전력을 뽐내는 한화는 시즌 초반부터 기세를 올리고 있다. 눈에 띄는 건 탄탄한 선발 마운드다.류현진을 제외한 2~5선발이 모두 선발승을 거뒀다. 5명의 선발 투수 중 아직 선발승이 없는 건 류현진뿐이다. 이에 대해 "부담은 없다"고 잘라 말한 류현진은 "승리하면 좋겠지만, 내가 던지는 날 이기는 게 더 좋다. 100승은 빨리 했으면 좋겠지만 내가 선발인 날 팀이 이기는 흐름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바랐다.◎공감언론 뉴시스 juhe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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