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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광장(廣場)에서 커뮤니티 선거로' ··· 대선에서 '지방'이 사라졌다
입력 2022.01.19. 11:24 수정 2022.01.19. 18:59 댓글 0개여론은 사람이 모이는 광장에서 주로 만들어졌다. 1980∼90년대 선거 운동은 공간·장소에 맞춰 디자인됐다. 세 과시를 위한 군중은 필수 조건. 대규모 동원 능력과 이들을 대상으로 한 유세는 정치인의 핵심 덕목이었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권 주자로 발돋움 한 배경이다. TV·신문 등 언론도 가장 주목했다. "광장에 얼마 모였는지" "유세장이 다 찼는지" 여부가 헤드라인으로 뽑혀져 나왔다.
압도적 규모는 기선을 제압했다. 정치인의 인기와 영향력은 '여의도광장 100만'·'조선대 운동장 50만' 등 숫자로 기억됐다. 노태우·김영삼·김대중·김종필이 출마한 1987년 13대 대선 때 극에 달했다. 돈과 조직을 앞세운 세몰이는 지역 감정 조장과 금권·관권선거 비난에도 아랑곳 하지 않았다. 숫자 경쟁은 이들의 지지기반인 지방으로 확전(擴戰)했다. 이른바 '선거 밑천'이었던 지방의 목소리는 쎘다.
여론은 유세장서 모였다 흩어졌다
고등학생 때 처음 접한 대선의 기억. 87년 12월 초쯤 장흥읍내. 노란색으로 도배한 유세차량이 골목길을 훑으며 분주했다. "평민은 평민당, 대중은 김대중" "광주학살 진상 규명" 등의 구호가 확성기에서 날카롭게 뿜어져 나왔다. DJ가 읍내에 오던 날. 동교다리 아래 탐진강변엔 오전 9시부터 인파가 몰렸다. 정오쯤 DJ가 모습을 드러낼 즈음, 다리 위·아래 모두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빛바랜 한복에 곰방대를 문 할아버지들부터 낯익은 동네 아저씨·아주머니들까지. 당시 군 인구 8만7천300여 명 보다 많은 10만여 명이 왔다고 했다. 검정색 두루마기 한복을 입은 DJ는 단호했다. 강조할 대목에선 오른손을 들어 칼로 도마를 내려치는 듯한 '칼도마 손짓'과 카랑카랑하게 울려 퍼지는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청중은 열광했다. "먼 인물이 저라고 좋다냐" "저 말씸 좀 들어보씨요. 청산유수네" "김대중이 인물이여" "말 조심해 선생님한테" "항∼. 그만한 인물이 없제" "서울하고 부산, 전라도 출신들이 다 뭉칠거싱마. 이번엔 될꺼시여".
20여 분 남짓 유세가 이어지는 동안 아침 댓바람부터 소줏잔을 기울이다 불콰해진 아저씨, 넥타이 맨 직장인들과 행상 차림의 장삼이사들이 한 두마디 보탰다. 이들의 말과 바람은 여론이 됐다. 신기루처럼 유세장에 모였다 다시 흩어졌다. 온라인과 뉴미디어 발달은 정치를 개인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TV토론과 여론조사가 대표적. 2000년대 정치 커뮤니티의 시초는 '노사모'다. 온라인 팬덤으로 출발해 노무현이 대권을 거머쥐는데 많은 영향을 미쳤다.
'지방의, 지방에 의한, 지방을 위한'
커뮤니티는 진화했다. 정치성향·연령 등에 따라 활발하게 분화했다. 현실에서의 영향력도 커졌다. 여론조사 지지율이 요동쳤다. 대선 주자들이 '넷심'에 민감한 이유다. 이번 '3·9 대선'의 최전선도 커뮤니티다. 키보드 전쟁은 실시간으로 벌어진다. 댓글에 대댓글 등 민감한 이슈엔 욕설과 가시돋친 설전이 오간다. 디지털 모바일 시대, 속도·여론전에 능한 MZ세대는 블루칩이다.
탈모약 건강보험 적용·문신 합법화(이재명), 여성가족부 폐지·병사 봉급 월 200만 원(윤석렬) 등 구애가 뜨거운 이유다. 부작용도 많다. 세대·진영간 정보의 양극화와 의견의 극단화. 지지 성향은 명확하다. 보고 싶고 믿고 싶은 정보를 주로 소비한다. 서로 다른 팩트를 믿기에 소통이 단절되기 쉽다. 익명성을 방패로 각종 썰·정보들이 난무한다. 가짜뉴스는 교묘하게 섞인다.
지방 정책·공약은 실종됐다. 대선은 낙후된 지역 발전과 지역민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다. 소통을 통해 지방의 고민을 해결하거나 수 천억 예산이 투입되는 대규모 프로젝트에 차기 정부의 지원을 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의 '문화수도', 문재인의 '한전공대'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시·공간 제약이 없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표의 확장성이 큰 중도로의 집중 전략에 지방 이슈는 묻히고 있다.
악순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수도권 블랙홀에 중앙-지방 격차와 불균형은 갈수록 심화된다. '역사의 종언'을 쓴 후쿠야마 스탠퍼드대 교수는 부와 정보의 극단화를 정치 양극화의 원인으로 꼽았다. 대선 50여일 앞, 통합·포용의 리더십으로 하나의 미국을 만들었던 링컨 대통령의 게티즈버그 연설에 빗댄다. "지방의, 지방에 의한, 지방을 위한 정부". '노잼도시'를 떠나 서울·부산 등 대도시로 향하는 광주·전남 젊은이들의 모습을 언제까지 지켜만 봐야 하는가. 유지호 디지털편집부장 겸 뉴스룸센터장
- [무등칼럼] 22대 국회의원 생존법 제22대 국회의원 300명이 뽑혔다. 선거가 축제라고 하나, 혐오, 증오의 언어들만 날뛰면서 대한민국의 새로운 정치권력이 교체됐다. 헌법기관으로서 법을 만들고 정부 예산안 심의, 국정조사 등 이들의 역할은 막중하고 막강하다. 184개에 달하는 특권도 싫든 좋든 갖는다.22대 총선 키워드는 심판, 복수였다. 민생 정책이나 화두는 없고 오로지 정권심판, 이재명 조국심판, 윤석열 탄핵, 텃밭 독점 심판 등등, 심판으로 시작해 심판으로 끝났다. 투표가 민주적 절차에 의한 공인된 심판답게 유권자의 욕구에 부응한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범야권은 192석이라는 거대한 집을 지었다.광주전남은 21대에 이어 이번에도 파란색, 특히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채워져 정권 심판에 힘을 실어주었다. 윤석열 정부의 불통과 오만, 국민 눈높이와 동떨어진 정의와 공정, 비상식적 국정 운영은 무서운 민심의 칼날로 비토당했다.지난 2년전 대통령선거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지지를 보내준 지역민들도 신임을 거둘 수밖에 없었다. 선거때마다 욕하면서 찍었고, 비명횡사, 친명횡재 공천으로 불편함을 갖고 있던 지역민들도 정권 심판의 창구로서 민주당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다. 선거는 민의를 반영했지만, 지역 사회에 숙제를 던졌다.오직 이재명만 외친 후보자들22대 총선에서 광주전남은 민주당의 비주류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민주당의 심장부라고 자처함에도 선출직 지도부 한 명 만들어내지 못하는 모래알처럼 존재감이 없다. 서로 견제를 하다보니 텃밭의 영향력 훼손을 자초했고, 중앙당도 눈치볼 것도 없이 광주전남을 주머니 속의 공깃돌처럼 취급했다. 자업자득이다. 총선 과정에서도 대한민국의 중요한 정치적 자산인 김대중 정신은 없고, 지역발전에 대한 정책은 대충 때웠다. 오직 정권심판만 외쳤다. 이재명 대표와 친하고 대여 투쟁의 전사임을 선전하는 목소리만이 춤췄다. 광주전남은 민도가 높고 민주화도시라고 미사여구로 포장하면서도 갈길 바쁜 5·18 전국화를 발목잡는 5·18 진상조사위원회 보고서에 대한 언급 한마디 없는 것에서 진정성을 의심받는다. 이들은 분명한 정치철학보다 민주당의 새 권력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눈치빠르게 민심의 니즈에 코드를 맞춘, 그 이상도 아니다.지역 내부 부조화에 문제 의식을 느껴도 지배적 인식과 다른 말을 하기 싫어하는 지역공동체 기류와 무관치 않다.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자기 정당화 명분을 찾는다. 조국혁신당이 광주전남의 전폭적으로 창당 한 달 만에 당당히 제3당으로 자리잡은 것은 이를 반증해준다.광주전남 지역민들은 단호했다. 아니, 독했다. 오만과 불통의 윤석열 정부 심판이라는 목표앞에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에 몰빵했다. 정권심판론의 쓰나미에 인물론, 제3세력, 균형과 견제 등 다른 선택지의 고민은 없었다.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 대선에서 실패하고 대구에 내려갔을 때 받아준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그 결과 대구는 국비 반영 상승률이 최고이다. 물론 윤석열 정부의 정치적 기반이긴 해도, 국비 지원사업에 대한 경륜 등의 정무적 노하우를 적극 활용하는 지역민의 정치적 스탠스는 주목할만하다. 그러면서 우리 내부에서는 '인물을 키우지 못한다'는 말이 빠지지 않는다. 광주전남 국회의원 18명 중 11명이 초선이어서 중앙 무대에서 말발이 먹히겠느냐식의 걱정이자 푸념이다.광주전남은 문재인 정부 당시 치러진 총선에서 선택한 안철수 국민의당 실험에 실패후 민주당 쏠림이 심해진 것은 분명하다. 이러니 현역 교체 욕구가 높은 지역 정치적 성향에서 4년후에도 만약의 바꿔 요구를 벗어날 당선인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참, 가혹한 설정이다. 그렇지만 숨길수 없는 지역 기류는 명심해야할 대목이다.거야의 몸집으로 구성될 22대 국회는 무산된 특검법이 재추진될 것이다. 정권 심판을 내걸고 당선됐으니 지역민의 요구에도 부응해야 한다. 한편으론 싸움판의 전사로만 동원돼 아무런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할까 우려스럽다. 전투력만이 아닌 전문가로서 실력을 보여주길 바라는 지역민의 기대감과는 동떨어질 수 있다.전투력과 전문성 보여야무엇보다 텃밭에 맞는 정치력 복원이 중요하다. 국회의원 18명 모두가 하나돼 광주전남의 목소리를 찾는 것이 지상과제이다. 벌써 2년후 지방선거에 눈독을 두고 있겠지만, 서로 견제만 하단 방안퉁수, 따로국밥 신세를 면치못한다. 또한 정국 이슈를 주도할 전문 영역의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내공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본인의 실력이 안되면 지역내 문제의식과 또 정책적 혜안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발언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역할을 해야한다. 총선 투표 인증한다고 대파들고 사진찍는 것처럼 자기편들만 어울리는 이벤트성 정치에 매몰되지 않아야 함도 당연하다.대한민국을 위한 큰 그림을 그리고 지방소멸, 수도권 집중화시대에서 지방이 살아갈 길에 대한 해법 모색에 집중해주기 바란다. 그러기에 묻는다. 광주군공항 이전 어떻게 할 것인가? 4년 동안 서로 눈치만 보다 예정된 미래를 보낼 것인가. 22대 국회에 입성하는 광주전남 국회의원들이 지역 현안 1호 정책 과제로서 머리를 맞대고 풀어내야 한다. 이것이 지역민이 바라는 진정한 국회의원의 역할이다. 연말에 '특별교부세 얼마 받았네' 플래카드로 단체장과 신경전을 벌이는 쪼잔한 장면은 보고 싶지 않다.지역민들과의 스킨십과 소통은 당연히 선출해준 유권자에 대한 도리이다. '4일은 국회, 3일은 귀향', 국회의원의 자기 만족적 홍보 활동을 꼬치꼬치 알고 싶은 지역민은 없다. 유권자의 저울에 합당한 자만이 4년후에도 살아남는 점만 기억했으면 한다. 당선된 지 1주일밖에 안됐는데, 벌써 당선인의 고개가 치켜들여졌다. 1,460일, 초심을 잃지말았으면 한다.이용규 신문제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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