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겨울 문학기행] 제석산 소설 태백산맥, 그 산에 오르다

입력 2022.01.13. 13:35 수정 2022.01.14. 10:49 댓글 0개
겨울 문학기행 '제석산'
순천 별량면과 벌교 경계에
빼어난 기암괴석에 놀라고
사방팔방 뛰어난 전망 탄성
행정구역상 순천에 속했지만
벌교서 표지석을 세울 만큼
보성 지역민에 사랑받는 산
신선대제2봉에서바라본 제석산 신선대 멀리 여자만과 고흥반도,중도방죽이 보인디

꼬막이 제철인 겨울이다. 겨울이면 조정래 소설 태백산맥의 무대 벌교에는 많은 관광객이 찾아와 꼬막 정식을 즐긴다. 제석산(帝釋山)은 소설 태백산맥에 등장하는 산으로 제석산 등산로는 조정래 등산길이기도 하다.

순천의 조계산, 광양의 백운산, 낙안벌을 감싸고 있는 보성의 존재산, 일월산, 고등산, 금전산, 오봉산, 제석산, 부용산은 조정래의 소설 태백산맥에 등장하는 무대다.

호남정맥에서 이어진 금전산, 오봉산, 제석산은 조정래의 소설 '태백산맥' 속의 주인공들이 평지처럼 넘나들던 산이다.

또 다른 정상석이 세워져 있는 헬리포트 바로 앞으로 산불감시초소가 보인다.

등산로 입구에 소설 조정래 태백산맥 문학관, 현부자 집, 소화네 집이 있으며, 서쪽 자락에는 김범무 생가와 회정리교회, 홍교가 있다.


◆ 호남정맥 끝자락 자리잡은 산

제석산은 호남정맥에서 갈려져 남쪽으로 흘러내린 금전산과 오봉산 줄기의 끝자락에 있는 산이다.

산불감시초소앞에 있는 바위,등산객들이 쉬어가기에 좋은 바위다.

조선 시대 지리지 '신증동국여지승람(1530)'의 산천 조를 보면 "개운산(開雲山) 군의 동쪽 10리에 있다." 불우 조에는 "동화사(桐華寺)는 개운산에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 기록은 제석산의 옛 이름이 개운산이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운산이라는 산 이름은 어느 땐가 제석산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제석산은 벌교읍 가까이서 바라보면 그저 봉우리가 일부만 보이지만 실제로 산행하면 정상 신선봉의 기암괴석이 빼어난 산이다. 제석산의 정상에 올라서면 사방팔방으로 전망이 좋다.

산불감시초소에서 바라본 제석산 동북쪽 조망 멀리 지리산과 백운산이 보인디

정상의 신선봉은 벌교읍에서 바라보면 봉우리가 마치 하늘로 치솟는 듯 쌍봉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산 이름은 불교의 제석천에서 따온 것이다. 제석산의 산 이름은 동남쪽에 산자락에 자리를 잡은 동화사와 관련돼 유래한 듯하다.

정상에는 1995년 벌교의 제석산악회에서 세운 표지석이 있다. 이곳 행정구역이 벌교가 아닌 순천임에도 벌교에서 표지석을 세운 이유는 그만큼 벌교 사람들이 태백산맥의 무대 제석산을 사랑하는 이유다.

소설 태백산맥위 무대 현부자 집

◆ 태백산맥 문학관 주차장서 조정래 등산길 시작

산행 들머리는 조정래 태백산맥 문학관 주차장이다. 주차장을 지나면 왼쪽으로 소화의 집과 오른쪽으로 현부자 집이 보인다. 조정래 등산길이 시작된다. 제석산 정상까지 3.8㎞로 만만치 않은 코스다.

이정표를 바라보며, 조정래 등산길을 오르면 남쪽으로 고흥의 첨산과 두방산이 보인다. 등산로를 따라 묵밭을 지나면 어느덧 약수터 삼거리에 닿는다. 다시 10여 분쯤 오르면 운동기구가 설치돼 있는 삼거리다. 등산로의 곳곳에 벤치가 마련돼 있어 쉬어가기 안성맞춤이다.

소설 태백산백 조정래등산길 입구에 있는 소화의 집과 현부자집

산행 들머리에서 40여 분쯤 오르면 목재데크전망대다. 멀리 여수반도와 고흥반도의 사이에 자리 잡은 여자만이 시원스럽게 조망된다. 왼쪽으로 벌교읍 너머로 고흥반도의 팔영산, 마복산 천등산이 중첩돼 보이고 오른쪽으로 벌교읍이 내려다보인다.

태백산맥에 등장하는 중도방죽도 내려다보인다. 중도방죽 일대는 지금은 벌교생태공원(벌교스포츠센터)이 자리 잡고 있고, 벌교천을 가로지르는 목재데크 다리도 만들어져 벌교 지역민들이 매일 산책을 즐기는 곳이다.

전망대에서 능선으로 오르면 완만한 능선 등산로가 시작된다. 능선에서 약 20여 분 오르면 388m 봉우리다. 등산로는 왼쪽 아래로 이어진다.

소설 태백산백의 무대 보성여관

바로 앞으로 제석산의 쌍봉으로 우뚝 솟아 신선대가 보인다. 388m 봉에서 쉬엄쉬엄 내려가면 대치재다. 대치재는 낙안면 연산마을에서 순천시 별량면 대치 마을로 넘어가는 재다.

사방오리나무 숲이 군락이 시작되는 대치재에서 가파른 등산로를 따라 오르면 동쪽에서 서쪽으로 뻥 뚫린 바위도 나타난다.

등산로를 벗어난 곳에서 약 10여 m 떨어진 곳에 있는 까닭에 겨울이 아니면 잘 보이지 않는 바위다.

소설 태백산백 조정래등산길

가파른 등산로를 잠시 올라, 바위의 틈바귀를 힘겹게 오르면, 정면으로 신선대의 정상이 우뚝 솟아 있다.

신선대는 신선이 내려와 노닐었다는 봉우리다. 신선대 쪽에서는 그리 높지 않지만, 남쪽으로는 10~20m의 낭떠러지를 이루고 있어 그 위용이 대단하다.

위험한 바윗길을 몇 번 반복하며 신선대 정상으로 오른다. 왼쪽으로 멀리 존제산, 일월산, 고등산, 금전산, 조계산, 무등산, 모후산이 보인다. 호남정맥을 지붕으로 한 낙안면은 마치 분지처럼 생겼다.

신선대 제2봉에서 멀리 여자만이 보인다. 오른쪽으로 고흥반도가 보인디

신선대의 입구 쪽에서 신선대를 바라보면, 수직 절리로 갈라진 바위들이 쌓여서 봉우리를 이루고 있으며 남쪽으로는 단애를 이루고 있다.

신선대 정상으로 오르는 입구는 보성군에서 설치한 위험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오른쪽으로 여자만, 고흥반도의 팔영산, 봉래산, 마복산, 천등산이 보이고, 바로 아래로, 벌교읍이 내려다보인다.

제석산 신선바위 멀리 여자만과 고흥반도가 보인다

동쪽으로 약 10여 분 오르면 신선대의 제2봉우리다. 등산로에서 오른쪽으로 오르면 제2봉우리의 정상이다.

제2봉우리에서 서쪽으로 바라보면 빼어난 신선대의 제1봉이 여자만, 고흥반도·벌교읍을 배경으로 우뚝 서 있다.

이 봉우리에서 약 10여 분 동쪽으로 가면 제석산 정상이다. 정상에는 벌교 지석산악회에서 세운 정상석이 서 있다. 표지석에는 제석산의 유래가 새겨져 있다.

제석산 정상부근 헬리포트에 세워진 도다른 정상석

정상에서 헬리포트를 지나면 또 다른 정상석을 만난다. 정상에서 앞으로 바라보면 산불감시초소가 있다. 동북쪽으로 멀리 동서로 길게 뻗은 지리산과 광양의 백운산이 조망된다.

산불감시초소 앞에는 둥그런 바위가 자리를 잡고 있다. 산악인들이 앉아서 쉬어가기에 편리한 바위다,

다시 헬리포트로 되짚어 와서 동쪽으로 20여 분 내려가면 낙인에서 대치 마을로 내려가는 임도다. 대치 마을에는 큰 목장이 있었고, 한때는 많은 소를 길렀다고 한다.

제석산 정상에 서있는 정상 표지석

임도를 따라 왼쪽으로 지루하게 약 20여 분쯤 내려가면 삼거리다.

삼거리에서 편백나무숲을 지나면 농가 서너 채가 있는 대평마을에 도착한다. 마을에서 20여 분 내려가면 동화사다. 동화사 감로헌에서 물을 한잔 마시면 산행이 마감된다.

제석산은 동화사와 관련하여 산이름이 유래된듯하다

■산행팁

제석산 산행은 낙안의 금전산과 오봉산을 이은 연결 산행을 할 수도 있다. 동화사에서 등산을 시작해 조정래 등산길의 입구로 내려서는 코스가 힘도 적게 들면서 경치도 좋다.

정상에서 신선대까지 이르는 능선은 날카로운 바위가 많아 조심해야 한다. 보성군에서 위험 표지 안내판을 설치했다. 오른쪽으로 우회로가 있으니 그 길을 이용하는 그것이 안전하다.

제적산 응선에서 바라본 여자만,오른쪽으로 고흥반도가 보인다 ,

조정래 태백산맥 문학관~삼거리~운동시설 삼거리~약수터~전망대~대치재~신선대제 1봉~신선대제 2봉 제석산 정상~헬리포트~임도~포장임도~삼거리~대평마을~동화사 (약 8㎞), 4시간~5시간 소요된다.


■ 볼거리와 먹을거리

조정래등산길 주변에 있는 조정래 태백산맥 문학관은 건축가 임원의 디자인으로 제석산 등산로 입구에 세워졌다. 1만 6천여 매 분량의 태백산맥 육필원고를 비롯한 다양한 작품이 전시됐다. 현부자 집은 소설 '태백산맥'에 등장하던 집을 새로 단장해 놓은 곳이다. 입구에는 친일의 상징으로 심었다는 벚나무들이 서 있고 집 내부는 전통 한옥과 일본 건축물을 적절히 가감한 방식으로 축조했으며 현관문에는 특이하게 망루가 서 있다.

조정래 태백산백 문학관

소화네 집은 2007년 복원했다. 소설 속 현 부자네 전속 무당인 월여와 딸 소화가 살았던 집으로 그리면서, 소화를 통해 봉건사회의 폐해를 고발하고 있다.

소설 '태백산맥' 속 '남도여관'이란 이름으로 더 친숙한 '보성여관'은 소설에서처럼 해방 이후부터 한국 전쟁까지의 시대적 상황을 기억하는 근현대 삶의 현장이며, 역사적으로 중요한 기억의 장소다. 소설의 배경이 되었던 그 시절, 이 건물은 여관이었고, 그때의 실제 상호는 '보성여관'이었다.

호남정액을 지붕으로 둔 낙안벌, 신선대 능선에서

2012년 6월 7일 예전 모습을 되찾은 '보성여관'을 새롭게 개관했다. 새롭게 복원된 보성여관은 벌교와 보성여관의 역사를 담고 있는 전시장과 차와 음료를 마실 수 있는 휴식공간인 카페, 다양한 문화체험의 공간인 소극장, 그리고 소설 속 남도여관을 느낄 수 있는 숙박 동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2층은 다다미방으로 다목적 문화체험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거시기꼬막식당의 꼬막정식
모리씨빵가게의 치즈송송빵

먹을거리로는 벌교에서 꼬막 식당으로 유명한 거시기꼬막식당의 꼬막 정식이 유명하다. 모리씨빵가게는 천연발효 부드러운 통밀빵, 치즈송송빵, 부드러운 쌀바게트가 맛있다.

천기철기자 tkt7777@mdilbo.com

# 관련키워드
# 이건어때요?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