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인터뷰]공공건축이 민간을 주도하는 선진적 역할 담당해야

입력 2021.12.23. 16:26 수정 2021.12.23. 16:40 댓글 0개
[week&people] 함인선 총괄건축가
인터뷰 진행=조덕진 논설실장
함 함인선 광주시 초대 총괄건축가가 공공건축의 선도적 역할, 난개발 방지를 위한 제도 도입 등을 통해 도시를 사람중심으로 만들어가야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함 총괄건축가는 광주대표도서관과 광주형 평생주택 등 공공건축에 '설계공모'라는 선진적 제도로 혁신적인 건축물을 선보이는 등 지역에 새로운 건축문화를 구축해가고 있다. 임정옥기자 joi5605@mdilbo.com

부동산 광풍에 아파트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광주가 눈에 보이지 않는 대변신을 해가고 있다. 광주형평생주택으로 미래형 임대주택을 선보인데 이어 개발 광풍에 휩싸인 전남·일신방직 터 개발을 2년여의 숙의 끝에 보존+개발 이라는 이상적 모델을 도출해냈다. 광주시의 의지와 시민사회의 노력과 함께 총괄건축가라는 전문가의 존재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함인선 총괄건축가에게 도시건축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난개발을 막기위해서는

'사전협상제도'와 '형태기반형상세계획'같은

선진적 제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전남·일신방직 사례가보여준

사전협상제도를 상설화하하는 것이다.

설계 시작 단계에서 시 전문가 그룹과 미리 협상하고

시민적 합의로 지구상세계획을 형태기반형으로

세밀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광주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가 전남·일신방직 터 개발이다. 산업유산이 사전협상제로 개발된 사례로 전국 최초 인것 같다.

▲최초로 기록될 것이다. 문화재나 사적지는 의무적으로 보존을 한다. 그런데 전남·일신방직은 두 가지 모두 해당되지 않는데 광주는 이를 근대산업유산으로 가치를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보존하는 것을 협상 대전제로 삼았다. 국내 공장 이전 적지 개발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보존을 전제로 한 개발은 개발업자들이 싫어하는 조건이다. 그만큼 시민적인 정서적 합의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보존+개발이라는 광주시의 확고한 기준과 시민사회의 노력에 총괄건축가의 실무적 전문성이 빛을 더했다.

▲광주시가 협상조건을 만들기 위한 전문가 합동 TF를 구성해 시민사회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으는 작업을 2년여간 진행했다. 공공과 사업자와의 관계뿐만 아니라, 시민사회 내부에서도 두 입장이 첨예했다. 특히 임동주민의 '개발이 무산되면 어떡하나'는 우려와 근대문화유산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 시민사회내에 공존했다. 이 두 입장이 공조직에서는 다루기 힘든 부분이다. 총괄건축가 역할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 계기였다. 협상조건을 만들기 위한 전문가 합동 TF에 합류해 마스터플래너 역할을 했다. 본 TF(협상테이블)에 앞서 최종적으로 본 TF에서 채택할 수 있도록 사전조정을 했다.

꼼꼼한 설계지침으로 공공성과 입주자 편의를 최대한 살린 광주형평생주택은 우리나라 미래형 임대주택 모델로 주목받고있다. 사진은 조감도.

-일신·전남방직 터 개발 연장선상에 아파트 문제가 있다. 난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 광주가 건축 부문에서 난개발 등을 방지하기 위해 고민해야 할 지점은.

▲광주는 도시건축선언에서 방향과 목표를 설정했고 그것을 이행하기 위한 '이행 매뉴얼'도 만들었다.제일 시급한 게 두 가지다. 하나는 무등산 조망권 확보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아파트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마구 올라가는 문제, 특히 원도심 관리방안이다. 이 부분을 지켜갈 수 있는 최소한의, 시급한 두 가지 선진적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사전공공기획제도'와 '형태기반형계획' 도입이다. '사전공공기획제도'는 심의를 받기 전 설계를 시작하는 단계에서 신청하는 사람들과 광주시 전문가 그룹이 미리 협상을 하는거다. 전남·일신방직 사례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사전공공기획제도는 당장 도입이 가능하고 해야 한다. 두번째가 원도심이라도 우선 '형태기반형 상세계획'을 해야 한다. 시민적 합의에 기반해 지구상세계획을 '형태기반형 계획'으로 바꿔야한다. 즉 건축물 형태·크기·거리와 블록 등에 현실에 기반해 세밀하게 관리해야한다. 뉴욕, 영국 등 주요 선진 도시들은 대부분 '형태기반형상세계획'을 운영하고있다. 독일은 창 크기까지 규정한다. 두리뭉실한 지구단위계획을 상세하게 만드는 것, 심의 전 사전협상을 하는 두 가지만 하면 적어도 난개발은 막을 수 있다.


-도시에서 건축이 갖는 의미와 도시경쟁력에 있어 건축의 역할에 대해 말씀해 주신다면.

▲도시 자체가 건축물의 집합으로 그 자체가 건축이다. 건축물들의 집합적 경관이 도시경관이다. 도시가 일종의 큰 사람의 유기체라면 그 세포가 건축물이다. 문화나 도시정체성은 본질적으로는 하나다. 그런 측면에서 과연 우리가 우리나라 도시와 건축을 제대로 수준 높게 가꾸고 있느냐를 물어봐야 한다. 우리나라는 아키텍처(건축)보다는 빌딩, 더 심하게 얘기하면 토지에 붙어 있는 부동산으로 본다. 다른 문화·예술 분야에서는 세계적 석학을 내고 하는데 365일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건축은 아직도 개발시대에 머물고 있는 것에 심각한 반성을 해야 한다.


-광주 공공건축의 방향에 대해 제언한다면.

▲건축물 보러 광주에 가자라고 할 만한 게 있느냐고 하면 대답하기 쉽지 않다.

그에 반해 양림동이나 동명동처럼 동네 같은 데는 보러 갈 만한 데가 있다.

그 맥락에서 광주대표도서관(상무소각장 부지 시립도서관)을 국제 설계 공모했다. 광주형평생주택도 설계공모로 좋은 건축이 나왔다.

임대주택으로는 지방 최고의 모델이라는 평이다. 공공이 민간을 주도하는 선진적 사례가 될 것으로기대된다. 임대주택의 개념을 확 바꾸게될 광주형평생주택은 공공성을 확장했다. 1층 전체가 커뮤니티 공간으로 꾸며진 개방형으로 누구나 공원처럼 즐길 수 있다. 이처럼 임대주택이 민간을 뛰어넘는 최고의 모델을 구축해가면 민간 아파트가 따라오면서 도시건축을 선도하는 것이다. 공공이 해야 하는 게 선도적 역할이고, 민간은 '그렇게 하면 나한테 이익이 되겠구나'라는 믿음을 줘야 한다. 연장선에서 광주산정지구도 LH에서 설계공모로 최고의 주택을 광주시민들께 선사해야 한다. 이는 공공의 책무이고 광주시도 하는걸 국가공사가 못한다는 건 말이 안된다.


-대중들이 건축물을 관광상품 등 도시경쟁력의 중요한 요소로 인식하는 단계에 왔다. 건축과 도시의 관계에 관한 고민이 중요해지고 있다.

▲두 가지가 같이 가야 하는데 사실 좋은 건축물이 선도한다. 선도하는 데가 있어야 뒤따라가는 데가 있고 그렇게 수준을 높인다.

건축물 자체가 하나의 관광상품이 되는 것은 굉장히 좋은 노릇이다. 그러나 선도적 역할일 뿐이고, 그런 건축물은 도시 전체 건축물의 1~5% 사이다.

하나의 오브제로 관광상품 의미가 있는 것이고 그것도 해야 한다. 특히 공공건축이 그걸 선도해야 한다. 국가가 예산들 들여 그 나라의 가장 가치있는 건축물을 안 짓는다 하면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한 해 5천 동의 공공건축물이 지어지지만 건축물도 저가고 효율이고 하자가 없어야 하는 정량적 가치로만 건축을 지금까지 발주해왔다. 국가가 결국 잘못해온 것이고 그것은 건축기본법, 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 저 같은 총괄건축가 제도 등을 통해 서서히 바뀌고 있는 중이다.


-광주 도시재생 관련해 제언 해주신다면.

▲도시재생이라는 것을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핵심은 개발과정에서 해당 지역의 정체성, 문화적 유산이 보존되는냐의 문제다.

도시는 유기체처럼 세포가 리뉴얼되고, 리뉴얼해야 살아 남을 수 있기 때문에 그 자체가 재생의 개념을 포괄한다. 그 새로운 세포가 돈의 논리로 과거 도시의 문화적 정체성, 유전자를 무시하고 지어지느냐 혹은 도시 정체성을 담지하고서 가느냐의 차이로 재생이나 아니냐를 따져야 한다. 재생이나 개발을 이원론적으로 나눌 게 아니다. 광주 도시재생 정책이 양단 논리를 벗어나는 게 우선이다. 사실 우리나라 도시재생 법규가 양단 중 하나를 선택하게 돼 있다. 그 자체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더 이상은 파괴하지 않고 '도시적 유전자를 계속 이어나가야겠다'라고 합의한 곳은 무조건 도시재생을 해야 한다.


-총괄건축가제가 도시발전에 기능하려면 어떻게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나.

▲독립된 부서로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장기비전이나 도시 기본계획과 같은 현업부서에서 하지 못하는 일을 해야 한다. 현업부서가 할 경우 결국 용역업체가 다 하는 꼴이다.

전문성을 바탕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 또 현안을 외부 거버넌스를 통해 문제를 조정해 주는 역할이 공적조직에도 있어야 한다. 이번 전남·일신방직 사례처럼 민간과 공무원 조직 중간에서 현안 조정 역할을 하는 거다.


-그동안 총괄건축가로 활동하면서, 의미와 아쉬운 점을 꼽아주신다면.

▲광주시의 총괄건축가제도가 가장 잘 되고 있다는 외부 평가를 들을 때 가장 감사하다. 이는 광주시의 정책에 기반한다. 시가 도시건축물만 아니라 도시 전반에 관한 프로젝트를 할 수 있도록 시장부터 국장까지 관계 공무원들이 총괄건축가 제도를 십분 활용하고 있다. 타 시도에서는 따라올 수 없는 지점이다.

시민사회와 소통도 중요하다. 예를들어 도시건축대학도 시민단체와 함께 도시와 지역에 대해 공부하는 장이다. 시민사회단체가 전문성을 확장해가는 중요한 창구 중 하나다.

이와 함께 기존 패러다임의 변화도 요구된다. 아직도 절차 등 제도적 공정성에 매몰돼 있는 측면이 있다. 또 총괄건축가제도 도입 초기다보니 시스템이나 권한, 책임 부분에 있어서도 아쉬움이 있다. 

함인선 광주시 총괄 건축가와 조덕진 논설실장

함인선총괄건축가는

지난 2019년 광주시초대 총괄건축가로 광주와 인연을 맺었다. 서울대 학·석사 출신으로 명지대 건축학과 겸임교수, 한양대 건축디자인대학원 겸임교수, POSCO A&C 수석기술고문 등을 역임했으며, ㈜선진엔지니어링 종합건축사 사무소 대표를 지냈다.

총괄건축가로 활동하며 '광주도시건축선언'을 만들고 광주대표도서관 국제건축설계공모, 광주형평생주택 설계공모, 광주생태문화마을 설계(주민 건축협정 설계), 광주다운문화마을 마스터플랜(동명동일원) 등 광주 건축의 새로운 방향을 만들어가고 있다. 2040도시기본계획, 2040경관게획, 2차 건축기본계획 등 광주건축의 미래를 담보할 건축 기본설계를 추진하고 있다.

정리=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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