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익숙함에 대한 축복

입력 2021.12.06. 14:30 댓글 0개
류승원 경제인의창 광주·전남콘크리트조합 이사장

연일 5천 명이 훌쩍 넘는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며 단계적 일상 회복의 방역체계에 비상등이 켜졌다. 거기에 '오미크론'이라는 변이 바이러스는 연말모임과 여행을 계획한 많은 이들에게 찬물을 끼얹은 모양새다. 모처럼 활기를 띠며 선전하던 여행 관련 업체와 항공사, 일상으로의 회복을 타는 목마름으로 기대하던 많은 이들의 소박한 희망은 다시 한번 아련해졌다.

세상을 살다 보면 너무 익숙해서 당연하게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익숙함의 부재는 그 의미와 무게로 인해 때론 불편함으로, 때론 큰 상실감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우리는 그 익숙함을 일상이라 부른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용어이면서 일반적으로 구분하기 어려워하는 말 중 하나가 IT와 ICT다. 간단하게 정보기술(IT, Information Technology)은 전기 통신, 방송, 컴퓨팅, 통신망 등 사회 기반을 형성하는 정보를 수집, 생산, 가공, 보존, 전달, 유통 등을 통해 소비에 이르게 하는 모든 방법과 분야를 지칭한다.

정보통신기술(ICT,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y)은 위의 IT보다 좀 더 커뮤니케이션이 강조된 개념으로 이해하면 된다.

다시 말해 IT가 '정보' 자체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면, ICT는 정보 간의 통신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다.

인간과 인간, 인간과 사물, 사물과 사물이 네트워크로 연결된 사회를 '초연결 사회'라고 부른다. 이는 ICT가 기반이 되어 형성된 것인데 우리는 이미 그런 현실에서 생활하고 있다. 스마트폰, 스마트 TV 등은 내가 검색하고 시청하는 관련 콘텐츠를 정보로 그와 관련된 또 다른 정보들을 제공한다. 자동차 역시 스마트폰처럼 이동통신망에 연결되어 길 안내, 차량 관리는 물론 나만의 운전패턴을 인식해 자율주행에 적용하고 있다. 현재는 차량 자체의 레이저, 카메라 정보 등을 활용해 자율주행하고 있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차량간 통신을 활용해 복잡한 도심에서도 복합적 자율주행이 가능해질 것이다.

IT 최대 강국이라 불리는 우리나라에서 ICT는 실제 제조 현장과 금융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적용되고 있는 기술이다.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떤 일들이 일어나게 될까?

지난 10월 점심 무렵 아들에게서 갑자기 연락이 왔다. 식당에서 카드체크기가 작동하지 않아 점심을 못 먹는다는 것이었다. 통신사 시스템 오류로 인한 통신 불능으로 벌어진 일이었다. 해당사에서는 40분 정도였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통신 해당 업무 대부분이 3시간 이상 마비되다시피 했다.

만일 복합적 자율주행 도중 이런 사태가 발생했다면 상상하기도 끔찍한 일들이 벌어졌을지 모른다. 11월에도 한 항공사에서도 예약 발권 업무와 공항 체크인 서비스 오류 등으로 차질이 생겨 시민들이 10시간 이상 큰 불편을 겪은 바 있다. 우리가 일상으로 생각했던 것들의 부재에 대한 비근한 예이다.

지금의 우리가 무언가에 너무 의지하며 살고 있다는 조심스러운 우려와 함께 예전에는 별 불편함이 없었던 지금의 평범함이 어떤 의미에서 축복이라는 것을 느끼는 요즘이다.

류승원 광주전남 콘크리트 조합 이사장.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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