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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국민은 품격 있는 대통령을 원한다
입력 2021.12.06. 10:29 수정 2021.12.07. 09:23 댓글 0개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는
역대 유력한 여야의 대선후보 중에
약점이 가장 많이 노출된 후보라는 걸
스스로 인식해야 한다
당선과 상관없이 국민에게 존중 받고
싶다면 상대를 존중하고 자신의
장점을 강조하며 오직 국민을
섬기는 큰 머슴이 되겠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상대의 약점을 즐기거나
이용해서야 되겠는가
코로나19 델타 변이보다 전염력이 강하고 항체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돌연변이 오미크론(Omicron)은 세계보건기구에서 '우려 변이'로 규정했다. 우리나라도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비롯하여 그 주변국을 대상으로 입국 제한하기로 결정했다. 자칫 더 강력한 거리두기로 방역 강화가 되면 2년여 동안 견뎌왔던 국민들의 고통은 한계점에 다다를지 모른다. 정부는 임시처방의 한계를 실감했을 터, 장기전망과 대응전략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코로나 사태를 얼마나 잘 수습하느냐에 따라 한국의 미래, 국격의 상승, 국민자존심 승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들은 코로나 사태만으로도 견디기 어려울 만큼 괴롭다. 그런데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퇴락한 행태까지 겹쳐져 괴로움은 날로 높아만 간다.
우리나라는 서열을 중시하는 사회가 된 지 오래다. 대선 정국에서도 서열 컴플렉스는 쉽게 볼 수 있게 되었다. 정권교체를 원하는 국민이 정권유지를 바라는 국민보다 많다는 여론조사 때문인지 국민의힘 윤석열 진영은 헛발질로 표를 깎아먹고 있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총괄선대위원장 수락을 거부했다가 수락하는 과정이 서열 컴플렉스로 비춰지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두루 힘을 합쳐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음에도 손뼉을 마주쳐야 할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을 거부하는 것은 몽니라는 의심을 낳게 했다. 그래서 당 안팎에서 상왕 행세를 한다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총괄선대위원장이면 전략을 총괄하는 가장 높은 직책이 분명하다. 상임선대위원장은 그 아랫자리인데 김종인 전 선대위원장은 아랫자리에 있는 사람이 능력에 비해 고분고분하지 않을 거라는 지레 짐작으로 끌어안지 못하는 속 좁은 모습을 보여줬다. 그런 행위는 영역본능이라고 할 수 있다. 동물들이 자기 영역을 지키는 건 생존하고 종족보존을 하려는 것이다. 또한 다른 동물이 내 영역에 들어오면 공격본능이 생긴다.
이런 서열 컴플렉스와 영역본능을 보여주는 경쟁자가 또 있으니 홍준표 의원이 아닌가 싶다. 당내 경선에서 후보가 결정될 때 홍의원은 승복을 약속했다. 그런데 윤석열 후보와 이재명 후보 중에 낙선자는 감옥에 갈 거라는 매서운 비판을 날리고 아직까지 독자행동을 하고 있다. 정치 경력으로 따지면 상대가 될 수 없고 굴러온 돌일 수밖에 없는 윤 전 총장이 대선후보가 되었으니 마음 편할 리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치사에서 승복하는 품격을 보이지 않으면 그 후과가 심각할 수 있다는 걸 모를 경략가가 아닐 터, 아쉽다 하지 않을 수 없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후보와 대표의 갈등 양상 또한 서열 컴플렉스와 영역본능을 읽게 되는 아쉬움이 있다. 그런 상황에서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은 대선이 끝나면 임명직과 선출직을 포기하고 오직 정권교체를 위해 윤석열 후보를 대통령 만드는데 전심전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런 선언은 서열과 영역본능을 포기한 결단으로 정치권에 규범을 보였다. 한국 시리즈 야구경기에서 KT에게 우승을 내준 두산이 여러 신문에 'KT 위즈의 우승에 큰 박수를 보냅니다'라는 광고를 실었다. 상대팀에 이렇게 박수를 보낼 수 있는 게 진짜 멋이고 신사도가 아니겠는가. 하물며 같은 편에게 박수를 보내고 목표를 향해 어깨동무를 하지 않는 것은 속 좁은 서열 컴플렉스로 오해 받을 수 있다.
이참에 민주당의 사정을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경선 막판에 아슬아슬하게 이재명 지사가 민주당 대선후보가 되었다. 며칠만 늦게 경선했으면 이낙연 전 총리가 후보자리를 차지했을지 모른다. 호남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고 막판에 몰표를 얻었지만 아쉽게 물러난 이낙연 전 총리는 승복했으나 그 진영에서는 심각한 저항이 있었다. 그럼에도 화합과 동참이라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낙연 전 총리가 적극 동참하지 않는 모습이다. 이 전 총리는 신사도의 정치를 했고 적이 별로 없으며 인품이 좋다고 알려진 인물이다. 정권 유지를 위해 민주화의 상징성을 가진 호남표가 중요하고 호남 텃밭을 잘 닦아온 이 전 총리의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하다. 때맞춰 정권 유지를 위해 적극 돕지 않는 것이 혹시라도 서열 컴플렉스와 영역본능이 아니길 바란다.
우리나라는 절대빈곤에 시달리다 침략 당해 식민지가 됐고 겨우 해방되었지만 동족상잔의 씻을 수 없는 비극을 겪었으며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우격다짐으로 생존했다. 그럼에도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돌파하고 인구 5천만 명을 넘어선, 세계에서 일곱 번째 3050클럽국가가 되었다. 또한 유엔기구에서 선진국으로 명명되었다. 그런데도 우리는 기적을 일구었지만 기쁨을 잃어버렸고 배고픔은 해결했지만 배 아픔은 해결하지 못했다는 아픈 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행복도를 조사하면 국력에 비해 행복지수가 매우 낮고 사회갈등 비용이 지나치게 많아 배 아픔을 해결하지 못한 손실이 국격을 망가트렸다. 조국사태를 비롯하여 부동산사태는 물론, 대선경선과정에서 쏟아져 나온 각양각색의 의혹들 때문에 국민들은 정치권력에 강한 반감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헌법개정을 해서 권력의 오만함을 걸러내는 필터를 만들고 권력분산과 지방자치의 활성화와 공정한 사회를 가꿀 수 있는 제도를 간절히 원하게 되었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역대 유력한 여야의 대선후보 중에 약점이 가장 많이 노출된 후보라는 걸 스스로 인식해야 한다. 자칫하면 검찰에서 차기 대통령을 만들 수 있다는 시중의 뼈있는 농담을 떠올려 봐야 한다. 상대의 약점을 파헤치려고 안달하느라 자신의 강점을 드러내지 못한다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한 나라의 대통령감이라고 하기에는 품격이 한참 모자란다는 비판을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
선거운동 기간에 품격이 없다가 청와대에 들어가서 생길 리 없고 품격 있는 척해봐야 국민들은 가짜라 느낄 것이고 그런 대통령은 존중받지 못한다. 당선과 상관없이 국민에게 존중 받고 싶다면 상대를 존중하고 자신의 장점을 강조하며 오직 국민을 섬기는 큰 머슴이 되겠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후보가 상대의 약점을 즐기거나 이용해서야 되겠는가. 대한민국의 품격을 한번쯤 깊게 생각하기 바란다. 국민은 품격 있는 대통령을 갖길 원한다.
- <칼럼> 나는 증오한다 고로 행복하다 프랑스 작가 에밀 졸라는 "증오란 신성한 것"이라고 했다. 억울하게 간첩 누명을 쓴 드레퓌스라는 사람을 옹호하면서 한 말이다. 아닌게 아니라 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신성한 증오'엔 저절로 머리가 수그러진다. 그러나 요즘엔 이런 증오를 보는 게 영 쉽지 않다. 물론 증오를 발산하는 이들은 사회정의를 내세우겠지만, 특정 진영논리에 사로잡히는 순간 그 사회정의는 내로남불의 하위 개념으로 전락하고 만다.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증오는 대부분 이런 내로남불형 증오다.혹 주변에 증오를 자주 발산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잘 관찰해보시라. 그들은 대부분 옳은 말을 한다. 그게 그렇게까지 욕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선 선뜻 동의하기 어려울망정 비난받아 마땅한 일에 대해 비난하는 것에 대해선 일단 긍정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증오를 자주 접하다보면 그 어떤 일관된 패턴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증오의 대상이 진영 중심으로 어느 한쪽에만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사적인 자리에선 정치 이야기를 한사코 피하는 사람일지라도 누군가가 불쑥 꺼내는 정치 이야기까지 틀어 막을 수는 없는지라 그냥 들어야 할 때가 있을 게다. 잠자코 들으면서도 속으로는 홀로 이런저런 반론을 제기하고 싶을 게다. "그런 특성은 당신이 추앙하는 사람이 훨씬 더 심한 것 같은데, 왜 이 사람만 비난하지?" 이런 생각을 발설했다간 싸움 나기 십상인지라 그냥 자기 머릿속에서만 반론을 제기해야 한다. 사실 관계가 다른 과장과 왜곡이 섞여 있는 주장일지라도 그걸 지적하는 것조차 위험하다. "음. 선동 전문 유튜브를 많이 보는구나"라고 생각하면서 넘어가는 게 좋다.사회과학자로서의 직업병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평소 공사(公私) 영역에서 그런 증오를 발산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유형을 분류하곤 한다. 아무리 대화를 해봐야 내로남불을 내장하고 있는 진영논리라는 방탄벽을 뚫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절감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냥 분석이나 해보자는 자세로 돌아서서 하게 된 게 유형 분류다. 증오의 이유 중심으로 볼 때에 생존투쟁, 쾌락투쟁, 인정투쟁, 이익투쟁의 네가지로 나눌 수 있었다.첫째, 생존투쟁은 자신이 살기 위해서 하는 증오다. 미국 작가 에릭 호퍼는 "열정적인 증오는 공허한 삶에 의미와 목적을 줄 수 있다"고 했는데,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의 강성 지지자들 중에 이런 유형의 사람들이 많다. 삶의 공허함은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 아닌가. 그런데 국가와 민족이라는 거대한 차원에서 격렬하게 증오할 대상을 찾아 증오의 발산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건 자신의 사회적 쓸모와 중요성을 확인하면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의로운 일이 된다. 어느 정당에서건 강성 지지자들의 진정성과 열정이 감동을 자아내게 할 정도로 강할지라도 그들의 주장대로만 가면 당은 망할 수밖에 없는 역설이 바로 여기에 있다. 그들에게 우선적인 건 자기 삶의 의미와 목적이지, 그마저 희생해가면서 당의 성공을 바라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둘째, 쾌락투쟁은 자신의 즐거운 쾌감을 위해 하는 증오다. "증오와 사랑은 같은 호르몬을 유발하는 것 같다." 영국 소설가 그래함 그린의 말이다. 이 주장을 입증하겠다는 듯 미국 정신분석학자 오토 케른베르크는 '즐거움으로서의 증오'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격노에서 파생된 증오는 매우 유쾌한 공격적 행동을 낳을 수 있다. 다른 이에게 고통, 수치심, 아픔을 유발함으로써 느끼는 가학적 쾌감, 다른 이의 가치를 깎아내림으로써 얻어지는 환희가 그것이다." 공적 영역에서건 사적 영역에서건 진정성과 열정을 갖고 증오의 언어를 내뿜는 사람들의 얼굴을 본 적이 있는가? 그런 얼굴들만 모아 그림으로 보여줄 수 없는 게 안타깝다. 그들은 개인적으론 쾌감을 느끼며 행복해하는 엑스터시(ecstasy)의 경지에 이르렀겠지만, 문제는 그런 엑스터시를 모르는 사람들과의 소통은 불가능하다는 점일 게다.셋째, 인정투쟁은 자신의 소속 집단에서 인정을 받기 위해 하는 증오다. 그 집단이 비공식 집단이며 느슨하게 구성돼 있을지라도 한 개인의 일상적 삶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라면 위계질서가 엄격한 공식 집단 이상의 영향력과 규제력을 행사할 수 있다. 그 집단의 구성원들이 이구동성으로 증오하는 대상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갖고 있으면 외로워질 뿐만 아니라 정도가 심해지면 왕따를 당할 수도 있다. 테레사 수녀는 "가장 나쁜 병은 나병도 결핵도 아니다. 아무도 존경하지 않고 아무도 사랑해주지 않고, 배척받고 있다는 느낌이 가장 나쁜 것이다"고 했다. 사실 배척받고 있다는 느낌은 공포다. 그런 공포를 피하는 건 물론이고 무난한 인간관계를 위해서라도 증오 발산의 대열에 동참해야 한다.넷째, 이익투쟁은 자신의 현실적인 이익을 위해 하는 증오다. 이는 증오를 팔아 돈을 버는 일부 언론과 유튜브 등 이른바 '정치군수업자들'의 선전·선동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선전·선동을 사회정의로 포장하는 '증오 마케팅' 능력이 워낙 탁월해 정의에 목 마른 신도들로부터 적잖은 헌금을 거둬들인다. 특정 정당이 막강한 지배력을 행사하는 지역으로 내려가면 반대 정당이나 진영에 대해 "누가 더 강한 증오와 혐오의 언어로 공격하나?"를 겨루는 경쟁이 벌어진다. 그런 풍토에선 개인이나 자영업자에게도 증오를 표현하는 건 먹고 사는 문제와 무관할 수 없는 일이 된다. 모두가 다 증오의 방향으로 뛰면 그 증오의 심정과 언어를 공유하면서 따라 뛰어야만 무난하게 살아갈 수 있다.이렇듯 우리 사회에선 자기 진영의 이익과 그 진영에 소속된 사람들의 여러 개인적인 이유들로 인해 증오를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나는 증오한다 고로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시사하는 것이어서,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사람이 어렴풋한 수준일지라도 소속 진영 없이 살아가기는 어려운 일인데다 팔은 안으로 굽기 마련이라는 걸 부정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정치권의 고질병인 내로남불이 일반 시민들의 일상적 삶에까지 파고 들어 생활화되는 걸 당연하다고 여길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 모두 그 누구도 증오하지 않음으로써 행복해지는 길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강준만(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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