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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했기에, 우승 맛 알기에···SSG 박종훈은 간절하다
입력 2021.11.27. 09:00 댓글 0개기사내용 요약
6월 팔꿈치 수술받고 재활
"내가 1패라도 덜했다면 팀이 가을야구 하지 않았을까"
'용진이 형' 문자 메시지에 감동, 의지되는 재활 동지 '승원이 형'
"우승, 해봤으니 또 하고 싶다"
[서울=뉴시스] 김희준 기자 = 올해 5월 28일은 SSG 랜더스의 잠수함 투수 박종훈(30)에게 가장 가슴아픈 날이었다.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 선발 등판한 박종훈은 팀이 3-1로 앞선 5회 2사 1, 2루 상황에서 타임을 요청하는 손짓을 했다. 표정이 좋지 않았다. 마운드에서 벗어난 박종훈은 풀썩 주저앉았고, 결국 교체됐다.
박종훈은 "팔꿈치 통증이 계속 있었는데, 다들 이정도는 참고 던질 것이라 생각했다. 팀이 계속 잘하고 있으니 한 경기라도 더 나가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며 "그날도 던지면서 계속 아팠는데 '이번 경기만 참으면 쉬니까 그때 체크해보자'고 생각했다. 그런데 공을 잡기가 무서울 정도로 통증이 와서 신호를 보냈다"고 떠올렸다.
트레이너가 온 뒤 더 던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트레이너가 만류했다. 박종훈은 "화가 나고, 미안했다. 나 때문에 분위기를 망친 것 같더라. 불펜 투수가 준비됐는지도 걱정됐다"고 회상했다.
팔꿈치 통증이 시작됐을 때, 박종훈은 시즌을 마감할 정도의 큰 부상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하지만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은 결과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토미존 서저리)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당시 SSG에는 악재가 겹쳤다. 박종훈과 함께 토종 선발진을 이끌던 문승원도 팔꿈치 상태가 악화해 미국에서 검진을 받았고, 같은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들었다.
SSG 구단은 박종훈과 문승원이 미국 켈란 조브 정형외과 소속의 닐 엘라트리체 박사에게 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엘라트리체 박사는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의 팔꿈치 수술을 성공적으로 집도한 경력이 있는 해당 분야 권위자다. 미국으로 날아간 이들은 수술도 켈란 조브 정형외과에서 받았다.
프로 생활을 시작한 후 칼을 댄 적이 없는 박종훈은 불안할 수 밖에 없었다. 이때 '용진이 형'의 문자 메시지는 박종훈에게 감동과 힘을 줬다.
SSG 구단주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박종훈에게 직접 문자 메시지를 보내 "지금까지 팀을 위해 힘써줬으니 이제 팀이 나서서 챙길 차례다"고 격려했다. 박종훈은 "문자 메시지를 보고 울컥했다. 같이 본 아내가 '자유계약선수(FA)가 돼도 SSG에 남으라'고 농담하더라"며 웃었다.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은 재활에 통상 1년이 걸린다. 길고 지루한 과정이다. 일주일 간격으로 함께 수술한 문승원이 이런 과정을 함께 한다는 것이 박종훈에게는 의지가 되는 부분이다.
박종훈은 "재활하면서도 통증을 느낄 때가 있다. 통증이 조금이라도 생기면 힘들어진다. 하지만 (문)승원이 형과 서로 불편한 부분을 이야기하면서 확인할 수 있어 도움이 된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니 아무래도 불안함이 덜 하다"고 밝혔다.
이어 "승원이 형이 오전 6시부터 무척 규칙적으로 운동을 한다. 운동할 시간마다 알람을 맞춰 놓는다. 또 승원이 형의 웨이트 트레이닝 양이 엄청나다"며 "옆에서 자극을 받는다. 계획적으로 운동하는 것을 따라하게 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수술을 받은 뒤에도 박종훈은 경기를 빠짐없이 챙겨봤다. "경기를 보지도 않으면 함께하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가 이유다. 고군분투하는 동료들을 보며 답답하고, 미안했다.
박종훈은 "부상을 당하지 않았으면 뭐라도 할 수 있었지 않겠나. 보면서 응원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답답했다"며 "미안한 마음도 너무 컸다"고 털어놨다.
SSG는 올해 정규시즌 6위에 그쳐 가을야구에 나서지 못했다. 10월 30일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KT 위즈에 패배하면서 포스트시즌 탈락이 확정됐다.
동료들을 응원하기 위해 정규시즌 최종전 날 홈구장을 직접 찾았던 박종훈은 경기를 끝까지 보지 못했다.
그는 "내가 올해 2패를 했다. '1패라도 덜했으면 팀이 가을야구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며 "정규시즌 마지막 날도 괜히 내가 와서 지는 것 같더라. 내가 경기장을 떠나면 역전할 수 있을 것 같아 경기를 끝까지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종훈은 수술 후 정확히 1년이 지나는 내년 5~6월께 복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내년은 박종훈에게 중요한 해다. 2022시즌을 마치면 FA가 된다.
하지만 박종훈의 머릿 속에 개인 성적은 없다. 그의 시선은 오직 팀의 우승만을 향해 있다. 2018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한 박종훈은 '우승의 맛'을 안다. 여기에 미안한 마음이 더해져 우승을 향한 갈증은 더 커졌다.
일부러 올해 KT의 우승 장면을 봤다는 박종훈은 "KT 선수들이 마운드에서 사진을 찍고, 감독님을 헹가레 치는 것을 일부러 봤다. '내가 내년에 저렇게 하겠다'는 생각이었다. 우승을 해봤으니 그것을 또 하고 싶다"며 "고참 선배들이 왜 개인 성적을 포기하고, 후배들을 다독이는지 알 것 같다"고 강조했다.
전직 메이저리거 추신수와 한 시즌을 끝까지 함께하지 못한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그는 "(추)신수 형과 끝까지 하지 못해 아쉬웠다. 내년에 함께 멋있는 야구를 하고, 마지막에 같이 웃고 싶다"고 바람을 내비쳤다.
◎공감언론 뉴시스 jinxijun@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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