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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정수기 AS기사, 근로자 맞다"···청호나이스 패소

입력 2021.11.23. 12:00 댓글 0개

기사내용 요약

청호나이스, 퇴직금 지급 거부해 소송

일 시키고 규정준수 요구한 청호나이스

1·2심 "근로자 아냐"…대법 "맞다" 파기

[서울=뉴시스] 청호나이스.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재환 기자 = 정수기 A/S 기사에게 업무를 지시하고 회사 규정을 지키도록 한 뒤, 독립된 사업자로 계약을 맺어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은 청호나이스가 대법원에서 패소했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는 A씨 등 2명이 청호나이스를 상대로 낸 퇴직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3일 밝혔다.

A씨 등은 지난 2017년 청호나이스에서 자신들이 근로자로 일했으므로 이에 따른 퇴직금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이들은 청호나이스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며 정수기 설치, A/S 등의 업무를 맡았다. 그런데 청호나이스와 A씨 등은 근로계약이 아닌, 서비스 용역위탁계약을 맺었다.

이들이 체결한 계약은 엔지니어는 독립된 사업자로 청호나이스와 근로관계에 있지 않아 퇴직금을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A씨 등은 자신들이 청호나이스에 근로를 제공하고 대가로 수수료를 받았으므로 사실상 임금노동자에 해당한다며 퇴직금 지급을 요구한 것이다.

1심과 2심은 A씨 등과 같은 정수기 엔지니어는 근로자가 아니라고 했다.

청호나이스가 용모와 복장 등을 규정한 엔지니어 10대 행동강령을 두고 있었으나, 이는 서비스 제공을 위한 것일 뿐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복무규정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회사가 엔지니어들을 상대로 교육을 진행하긴 했지만 자발적인 업무 개선을 유도한 것이며, '정시보다 30분 일찍 출근하고, 30분 더 늦게 퇴근하라'는 청호나이스 대표의 발언은 조언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했다.

이 밖에 청호나이스는 엔지니어에게 기본급 없이 A/S나 판매 건당 수수료만 준 뒤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징수했으며, 4대 보험료도 납부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대법원은 A씨 등도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사용자가 정한 규정과 업무 내용에 따라 일을 하며 지휘·감독을 받아 종속적인 관계에 놓여 있다면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게 대법원 판례다.

특히 대법원은 기본급이나 4대 보험이 보장되지 않았다고 해서 근로자성을 부정해선 안 되는 것으로 본다.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는 사용자가 임의로 정할 수 있는 사안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런 법리에 비춰봤을 때 청호나이스는 업무처리에 관한 기준을 설정하고 엔지니어가 이를 따르도록 했으며, 업무 수행 후 결과를 보고하도록 하는 등 지휘·감독한 점이 인정됐다.

엔지니어가 받은 수수료는 일을 한 대가로 지급된 것이므로 임금의 성격을 갖고 있었으며, 출퇴근 시간과 장소가 정해지지 않은 건 A/S 업무가 회사 밖에서 이뤄지는 특성에 기인한 것이라고 했다.

오히려 조기 출근을 강조하는 대표의 발언이 엔지니어들에게 숙지 사항으로 전달됐으며, 10대 행동강령을 비롯한 다양한 지침을 준수하도록 요구한 점도 근거로 제시됐다.

재판부는 "원심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판단 기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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