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예향 광주의 다양성과 뿌리, 생각보다 훨씬 깊고 넓어"

입력 2021.11.11. 14:34 수정 2021.11.11. 14:58 댓글 0개
[week&people] 황풍년 광주문화재단 대표
황풍년 광주문화재단 대표가 무등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예술인이 존중받고 시민과 함께하는 문화허브 광주를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오세옥기자 dkoso@mdilbo.com

[week&people] 황풍년 광주문화재단 대표

2011년 출범 올해로 10주년

1천842개 단체에 203억 지원

문화정책 거점센터 자리매김

재단은 문화 키우는 '농부'

시민·예술 접목 열매 맺도록

지역 예술인 다방면에서 활동

예술 소비시장 부족은 아쉬움

생활고 등 예술인 고충도 커

정확한 진단·실태조사로 대응

대중성·지역색 담은 공연 숙제

미디어아트 창·제작 조성 중점

문화 다양성·인간 존엄성 중시

이를 바탕으로 한 조직 만들기

광주문화재단이 최근 출범 10주년을 맞았다.

재단은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내부적으로 조촐하게 기념식을 갖고 외부에도 알리지 않았다. 그동안 재단은 외형적인 성장을 보였는데 10년 동안 1천842개 문화예술 단체에 203억 원을 지원했다. 예산도 2011년 234억 원에서 2020년 313억 원으로 늘어났다. 광주 문화정책의 싱크탱크 역할과 거점센터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문화예술 분야 서비스 기관이라는 인식을 갖고 예술인 지원과 지역 문화예술 창달에 매진하고 있는 황풍년 대표를 만났다. 재단 출범 10주년과 취임 1년을 맞는 황 대표는 "예향 광주는 그 다양성과 뿌리의 깊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넓고 깊다. 다양한 분야에서 예술인들이 활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긍심을 느낀다"며 "반면 예술 소비시장이 부족한 부분은 아쉬움이 크다. 예술인의 고충도 크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결과가 나오면 대책 마련에 나설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황풍년 광주문화재단 대표와 양기생 취재4부장

-광주문화재단 출범 이후 강산이 한 번 변했다. 재단의 설립 목적은

▲광주문화재단은 문화예술진흥과 행복한 창조도시 구현을 위해 광주광역시가 2011년도에 설립한 출연기관으로 문화정책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시민들이 문화 향유를 할 수 있도록 서비스 기관이어야 하고, 현장과 밀착하면서 문화 정책 산실의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재단이 문화나무를 키우는 농부 역할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문화를 키우는 재단은 농부의 역할을 하고, 실제로 광주 시민과 예술이 슬기롭게 접목되고 융합해 꽃과 열매로 맺는 것을 꿈꾸고 있다.


-예술가를 존중하고 예술하기 좋은 도시를 만들겠다고 밝히고 있는데 의미는.

▲예술하기 좋은 환경 조성과 예술인 맞춤형 지원을 위해 신설한 '예술인보둠소통센터'에서 공연, 근로, 저작권 등 법률자문과 현장 밀착형 원스톱 지원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우리나라는 도시 규모와 관계없이 문화예술 시장이 서울에 집중돼 있다. 지역은 대중들이 좋아하는 오페라, 뮤지컬을 만들 능력이 부족하다 보니 서울에 의뢰하는 식이다.

5·18을 소재로 한 뮤지컬 '광주'처럼 광주만의 브랜드 공연을 선보이고 있지만 대중의 입맛에 맞는 장르 등의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 지역 예술단체가 박탈감을 느끼지 않고 서울 제작자와 협업해 수준 높은 작품을 어떻게 만들어 낼지 고민하고 있다.


-광주가 미디어아트 창의도시 선정 7주년을 맞았다. 신축 중인 미디어 아트 플랫폼 운영은 누가 맡는가.

▲재단은 지난 10년 동안 불모지 광주에 미디어아트 싹을 뿌리고 육성해왔다. 레지던스 사업으로 많은 미디어 아티스트를 키워냈다. 미디어아트를 통한 도시 브랜드 강화를 위해 2017년 광주 플랫폼을 개관했고 작년에는 5G미디어실증체험관을 오픈해 전국적인 미디어아트 특화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신축 중인 유네스코 미디어아트창의도시 플랫폼 'AMT(Art and Media Technology)센터'은 예술과 기술의 융합 공간으로 세계와 교류하고 미디어아트 창·제작 환경을 조성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재단의 노하우와 네트워크를 고려하면 재단과 잘 협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걱정되는 부분은 미디어아트를 기존 예술의 한 장르로만 생각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미디어아트는 기술과 예술의 결합이라는 새로운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 재단이 배제된 채 미디어아트 플랫폼 운영은 바람직하지 않다.

올해로 출범 10주년을 맞은 광주문화재단을 이끌고 있는 황풍년 대표의 활동 모습. 

-10년 역사의 재단 자랑거리가 있나.

▲저는 재단 직원들에게 항상 존중과 배려를 강조한다. 문화의 다양성과 인간의 존엄성을 중요시한다. 이를 바탕으로 조직 문화 만들고, 그런 마음가짐으로 현장에서 예술인과 시민을 상대하라고 한다. 우리는 문화예술 분야 서비스 기관이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조직 개편을 단행하면서 '예술인보듬소통센터'를 가장 먼저 신설한 이유이기도 하다. 예술인들이 창작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게 예술인보듬소통센터에서는 창작활동증명서 등을 대리로 발부해 주는 등 예술인 위주의 서비스 제공에 전념하려고 한다.


-지역 예술계 현안 중 하나로 공연장 부족 문제가 항상 거론되고 있다. 문화인프라 확충 방안은.

▲충분히 공감한다. 공연장 문제는 기본적으로 광주에 대형 공연장이 광주문화예술회관과 빛고을시민문화관 밖에 없어서 그렇다. 문화중심도시 연차별 실시계획 안에는 1천석 규모 이상 공연장 건립이 포함돼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예산이다. 건립에 필요한 예산이 계속 반영이 안되고 있다. 예술인들의 지지와 성원, 공감대를 더욱 얻어야 한다. 공연장 확충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이와 함께 전문 공연 장 활성화도 병행돼야 하는 부분이다. 구 단위 공연장을 리모델링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올해로 출범 10주년을 맞은 광주문화재단을 이끌고 있는 황풍년 대표의 활동 모습. 

-예술 분야 중 영상 지원이 약한 것 같은데 이유가 있는가.

▲영상콘텐츠 지원이 약한 편이다. 독립영화 정도만 지원하고 있다. 재단의 영화 분야 지원금 자체가 워낙 적다 보니, 영상을 만드시는 분들은 대부분 다른 기관의 공모사업에 참여한다.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우리 지역에는 영상과 관련해 활동하는 인력이 많다. 아쉬운 것은 광주국제영화제가 제대로 운영됐다면 부산국제영화제 정도는 아니더라도 전주처럼 자리를 잡았을 수 있었을 텐데. 그런 힘이 될 만한 영화제가 없다는 것이 예산 반영에 영향을 준다. 그래서 여성영화제를 주목하고 키워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광주지역 문화기관들간 협업이나 협력이 궁금하다.

▲지역 16개 문화기관과 함께하는 협의회를 운영 중이다. 재단이 감사기관 역할을 하고 있다. 제가 부임한 뒤 전체회의, 실무진회의, 공동사업 등을 하고 있는데, 올해는 공동사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22년 대선공약 발굴포럼 사업, 광주에 사는 타지역 출신 예술인 20명을 책자로 엮어내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협의회에 참여하는 기관이 너무 많다 보니, 협업사업을 함께 추진해갈 조직을 압축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나 고민하고 있다. 이를테면 실무위원회 같은 조직체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올해로 출범 10주년을 맞은 광주문화재단을 이끌고 있는 황풍년 대표의 활동 모습. 

-예술인 육성을 위한 기금마련은 어떻게 진행되나.

▲10년 간 500억원을 조성하기로 광주시와 협의한 부분인데, 현재 112억 정도가 모아졌다. 과거처럼 은행 이자율이 4~5%대 였다면 1년 예금에도 이자 수익이 꽤 컸겠지만, 지금은 기금 적립 자체가 의미가 없는 수준의 이자율이다. 이자 수익으로 예술지원 사업을 하는 게 불가능해진 상태다. 기금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고민하고 있다. 앞으로 문화보둠10000운동의 기부금을 통해 시민 참여를 유도할 예정이다.


-예술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재단은 시민에게 문화예술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다. 예술인에게도 서비스를 제공한다. 시민들이 삶에 활력을 얻고, 예술인도 힘을 낼 수 있는 그런 문화공간을 만들고 싶다. 시민과 예술인이 재단을 가깝게 생각하고 활용해주면, 직원들도 봉사 마인드로 열심히 일할 자세가 되어 있다.


■인터뷰를 마치며…

'광주문화재단에 풍년이 왔네' 문화재단 대표실에 붙어있는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대표이사 취임을 환영한다는 의미로 직원들이 만들어준 것이란다. 대표 이름을 풍자한 것으로 응원과 격려해주는 문구라는데 발칙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인터뷰가 끝난 뒤 곰곰히 생각해 보니 대표를 맞이하는 직원들의 재치있는 표현이 그럴 듯해 보이고 이해가 갔다.

4기 대표이사 취임을 계기로 재단이 새로운 문화혁신을 이뤄내고 이를 통해 광주에 문화풍년이 오길 희망한다는 바람도 들어있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황 대표는 재단이 문화나무를 키우는 농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문화 예술의 꽃과 열매가 많이 열려 시민들이 나눠 먹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문화가 밥이 되고 돈이 되는 시대가 오길 꿈꾼다. 그의 '문화 풍년가'가 기대된다.

양기생기자gingullove@hanmail.net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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