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우려를 환호로 바꾼 앙겔라 메르켈

입력 2021.11.03. 16:39 수정 2021.11.04. 19:33 댓글 0개
한경국의 무등의 시각 신문제작국 차장대우

'최초 여성 총리', '최초 동독 출신 총리', '포브스 선정 4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이처럼 명예로운 수식어들이 가리키는 인물은 최근 총리에서 은퇴한 독일 정치인 앙겔라 메르켈이다.

메르켈은 독일을 위해 지난 16년 동안 지도자로 살아온 인물이다. 정계에 들어섰을 당시에는 동독 출신, 이혼자, 늦깎이 정치인 등 온갖 부정적인 시선이 있었지만, 우려와 편견을 이겨내고 마지막까지 최고의 찬사를 받았다.

메르켈의 업적들을 보면 놀랍다. 그가 암울했던 독일을 다시 일으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독일은 동독과 서독을 가르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뒤 사회적 혼란과 막대한 통일 비용으로 인해 '유럽의 병자'라고 불리던 시기가 있었다. 실업률은 40년째 증가해 10%를 넘긴 상태였고, 통일 후 2000년대 GDP 성장률은 우하향했다. 여기에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패전국의 이미지 또한 남아 있어서 주변국의 도움도 받기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2005년 메르켈이 총리로 임명됐다. 메르켈은 사회 안정과 경제 성장을 이룬 것뿐만 아니라 주변국으로부터 인정도 받아냈다

그가 총리로 재임 중 전쟁으로 인해 피해를 끼친 나라에 수차례 방문했다. 유대인 학살로 큰 아픔을 준 이스라엘에는 8차례 방문해 독일의 범죄에 대해 고개를 숙였다. 러시아에는 소련침공 80년째 되던 올해도 푸틴에게 전쟁의 슬픔과 고통에 대해 공감을 표명하며 사죄했다.

또 지지율 저하와 경제 우려가 있었음에도 난민 100만명을 수용하면서 대학살의 나라에서 인도주의의 나라로 이미지를 새로 썼다.

때론 단호하지만, 갈등을 줄이고, 잘못을 인정하는 용기와 진정성 있는 모습에 독일시민들과 주변 나라는 그를 신뢰하게 됐다. 이 때문일까. 독일 DAX 지수는 메르켈 재임 이후 3배가량 올랐고, 실업률은 점차 줄어들어 최근에는 3%대에 머물고 있다.

나라 안팎에서 훌륭한 성과를 남겼기에 그의 임기말은 레임덕은커녕 지지율이 80%에 육박했다. 마음만 먹었다면 연임도 가능했겠지만 그는 떠나기로 결심했다. "이제는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의 시간이다"며 물러난 메르켈. 그의 마지막은 독일 최초 스스로 물러난 총리로 남게 됐다.

퇴장하는 정치인의 모습이 이렇게나 아름다울 수 있을까. 우리 대한민국도 메르켈과 같은 지도자가 많이 나오길 희망한다. 그래서 출산율이 회복되고, 실업률은 줄고, 코스피지수는 3배 올라 국민 모두가 연임을 외치는 그런 날이 왔으면 한다. 정치철학도 딱히 없이 복수의 화신인 마냥 정권 심판 프레임만 들고 대선에 출마하는 후보는 줄어들길 바란다. 좋은 공약과 신천을 바탕으로 국민들에게 믿음 주는 지도자가 많아지길 바란다. 신문제작국 차장대우 한경국기자 hkk42@mdilbo.com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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