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진료실에서 우리의 의료 현실을 보다

입력 2021.10.20. 18:23 수정 2021.10.21. 18:35 댓글 0개
주종대 건강칼럼 밝은안과21병원 원장

나는 매일매일 의료 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 나의 진료와 수술을 받는 대다수는 70대 이상의 환자들이다. 이렇게 고령층의 환자들이 어려운 발걸음으로 나를 찾아 주시니 정말 고맙고 감사하다. 현대 의학 기술의 발달로 여러 질환의 조기 진단과 치료가 가능해졌고 예전보다는 나아진 식생활 문화로 인해 환자들의 영양 상태가 좋아졌다. 그래서 70대 이후에도 왕성하게 사회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요즘에는 실시간으로 방송, 신문, 인터넷 등에서 건강관리에 대한 최신 의료 정보가 바로 의료소비자들에게 전달된다. 때문에 환자들은 질환에 대한 예방적 치료, 올바른 생활습관, 개인에게 맞는 운동과 음식에 관한 지식들을 세세히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 병원에 오시는 고령층 환자들이 예전보다 질환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져서 치료의 만족도가 굉장히 높다.

통계청에 의하면 2019년 기준 한국인의 평균 기대 수명은 평균 83.3세이고 건강 수명은 73.1세라고 한다. 건강 수명은 평균 수명에서 질병이나 부상으로 인해 활동하지 못한 기간을 빼고 실제로 건강하게 삶을 살아가는 기간을 말한다. 따라서 평균 기대 수명을 83.3세로 봤을 때 보통 10년 이상의 인생 후반부에서 사람들은 여러 가지 병마에 시달리면서 병원과 약국을 주기적으로 드나들고 수술적 치료도 최소 2~3회 정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전체 인구 중에서 65세 이상의 고령인구는 전체 인구의 16.5%이며 2019년에도 65세 이상 고령자의 1인당 진료비는 479만 6천원으로 작년 대비 30만 9천원이 증가했다. 따라서 빠른 속도로 초고령화 사회가 되어가면서 의료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대부분의 70대 이상에서는 혈압, 당뇨와 같은 기저질환과 관절염, 디스크와 같은 퇴행성 질환 등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또한 고령인구 중에서도 여전히 대장암과 폐암과 같은 악성질환 등으로 여러 치료를 받고 있다.

우리 의료계에서는 치료를 통해서 환자의 삶을 유지시키는 것이 하나의 목표다. 환자가 아프다면 안 아프게, 안 보인다면 보이게, 숨을 쉬지 못하면 쉴 수 있게, 심장이 뛰지 못하면 뛰게 하며 인간의 삶에 있어서 생명을 유지시킴으로써 삶 자체를 이어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치료하는 데 있어서 의료는 일정 부분에 한계가 있고 계속되는 반복 치료, 투약 등으로 고령층에서 삶의 고통과 불편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또한 삶 자체를 위협하는 악성 암과 같은 질환에서 치료시기를 놓쳤거나 치료 자체를 이기지 못하는 신체 능력과 면역성이 떨어진 환자들에게 행해지는 호스피스와 같은 치료 완화 요법에 대한 인식의 전환도 이뤄져야 한다.

국가에서 보건 의료 정책적으로 초고령 사회로 접어드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60대 후반부터 계속되는 만성질환에 대한 예방적 교육과 사전 건강검진의 의무화 등을 40~50대 때부터 실시하여 만성 질환의 유병률을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중년들이 건강하게 노령인구로 이동할 수 있게 해서 오랫동안 아프지 않고 경제활동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행복한 노령 시대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 의료계도 고령화 사회에 맞는 의료 진단 체계와 함께 치료와 재활 그리고 중증 환자에서 치료 완화 방법인 호스피스의 전문 영역을 확대하고 필요 인력을 길러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의료 현실은 낮은 의료보험수가와 과다한 경쟁으로 인한 의료의 질이 저하되면서 상업적 자본에 의해 휘둘리는 병·의원들이 나타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

특히 불법적으로 브로커를 낀 병·의원들은 2~3년을 주기로 개업과 폐업을 반복하면서 환자들에게 사기를 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환자들은 의료시스템을 의심하고 기피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양심적이고 윤리적인 병·의원에게도 피해가 발생되는 지금의 현실에 이르게 됐다.

올바른 진료 체계와 윤리적인 직업관 그리고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의료진은 국가적인 백년대계의 의료 정책들과 어우러져 더 나은 의료 시스템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앞으로 힘든 몸을 이끌고 병·의원을 출입하는 우리네 아버지와 어머니의 삶에 건강이라는 열매가 맺을 수 있길 희망한다.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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