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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로켓 누리호]우리 힘으로 간다···우주독립시대 활짝

입력 2021.10.21. 05:55 댓글 0개

기사내용 요약

"독자적 우주 수송 능력 확보"

[서울=뉴시스]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가 20일 오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 기립되어 있다.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2021.10.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진영 기자 = 모든 과정이 국내 기술로 이뤄진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KSLV-II)가 21일 발사에 성공하면 미국, 유럽, 중국, 일본, 인도, 이스라엘, 이란, 북한에 이어 10번째로 발사체 기술을 확보하게 된다. 또 미국, 러시아, 유럽, 일본, 중국, 인도에 이어 7번째로 실용급(1t 이상) 위성 발사가 가능한 우주 강국이 된다. 독자적 우주 수송 능력을 확보함으로써 명실상부 대한민국 우주독립 시대를 여는 것이다.

우주 발사체는 지구 표면에서 우주 공간의 정해진 위치까지 인공위성 및 우주 구조물 등의 탑재물을 이동시키기 위한 운송 수단(로켓)을 말한다. 미사일과 비슷한 구조와 원리로 움직이는 우주발사체의 제작·발사 기술은 안보·전략적 측면에서 중요한 국가 전략기술로서, 미국을 비롯해 선진국들은 자국 발사체 기술의 이전 및 물자의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안정적인 우주 개발 및 우주 공간 활용을 위해서는 독자적인 발사체 기술의 확보가 필수적이다.

앞서 2013년 발사한 나로호는 러시아가 개발을 주도한 것이다. 반면 누리호는 연구개발, 설계, 제작, 시험, 발사 운용 등 모든 과정을 국내 300여개 기업과 약 500명 인력 등 국내 발사체 관련 산·학·연의 역량이 결집돼 있다.

[서울=뉴시스] 2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누리호는 오는 21일 오후 4시(잠정) 인공위성 모사체를 싣고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될 예정이다. 과거 러시아 기술로 발사체 엔진을 제작한 2013년 나로호와 달리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된 우주발사체다. 1.5t급 인공위성을 600∼800㎞ 상공 지구 저궤도에 진입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이번 누리호 1차 발사가 성공하면 내년 5월 무게 180kg의 성능 검증용 위성과 위성 모사체를 싣고 한 번 더 발사된다. 그 이후엔 실전에 투입되는 공공·민간 목적의 진짜 인공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사업에 활용될 전망이다. 향후 2024년 2026년, 2027년 등 거의 매년 실제 인공위성을 탑재해 궤도로 올리는 운반선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즉 독자적 우주 수송 능력을 확보함으로써 다른 나라에 의존하지 않고 자력으로 우주로 띄어올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누리호 기술이 민간에게 이전되면 국가 주도의 올드 스페이스 시대에서 민간 기업들이 주도적으로 기술 개발과 사업 추진을 이끄는 민간 스페이스 시대를 더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앞으로 달과 소행성, 화성 탐사와 같은 심우주 탐사에 뛰어들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최근 한국은 미국 주도의 달·우주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 약정에 10번째로 가입, 누리호가 독자 달 탐사의 꿈을 실현하는 도약판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문미옥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원장은 "누리호 개발 계획은 국내 우주 과학기술 역량이 총동원된 초대형 프로젝트로, 모든 과정이 국내 기술로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우주개발 30년 역사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다"고 평가했다.

이어 "액체 엔진 기반의 누리호 발사 성공과 함께 한·미 미사일 지침 폐기로 고체 엔진 우주 발사체 기술을 동시에 확보하면 우리나라 우주개발 패러다임이 급변할 것"이라며 "민간기업의 상업 목적 우주 발사체 발사도 앞당겨질 것이고, 초소형 위성 등 시장 활성화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경선주 국회입법조사처 연구원은 "누리호 발사에 성공하는 경우 확보된 발사체 기술 역량을 기반으로 국가우주개발계획의 안정적·독자적 수행은 물론이고, 발사체 기술의 민간이전 및 후속 사업 추진 등을 통해 국내 우주산업 활성화와 세계시장 진출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태성 카이스트 인공위성연구소 박사는 "우리나라는 매우 짧은 기간에 위성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지만 우리 위성을 직접 우주 궤도에 올릴 수 있는 발사체가 없어서 아쉬웠는데 이번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성공한다면 이후 전개될 우리나라의 우주개발과 우주산업에 있어서 일대 전환기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황정아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우리나라의 우주개발 역사는 누리호 이전과 이후로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며 "다만 발사체 발사에는 사전에 고려해야 할 변수가 굉장히 많아 누리호 발사 성공이 꼭 10월 21일에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 기점을 실패와 성공으로 나눌 필요는 없다. 이미 기술은 확보가 된 상태이기 때문에 우리는 자국의 땅에서 자국의 발사체로 자국의 인공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우주 주권을 가진 세계 7번째 나라가 되는 데 성공한 것"이라고 밝혔다.

[성남=뉴시스] 전진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2021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에서 신현우 한화 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의 안내를 받으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시장을 관람하고 있다.2021.10.20. amin2@newsis.com

임종빈 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 정책연구1팀장은 "한국형 발사체 개발은 기계, 장비, 신소재 등 다양한 산업 분야의 기술경쟁력을 높였고, 국내 산업체의 세계 우주 시장 진출 가능성도 커졌다. 국가 안보적 관점에서도 전략적 자산을 확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팀장은 또 "우주개발 환경이 변화하면서 발사 목적과 임무 다양화가 요구되고 있다. 즉 좀 더 큰 위성을 쏘아 올려야 하는 요구 조건이 있을 수 있고, 향후 우리나라가 우주 탐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때 우주 탐사에 필요한 발사 성능을 갖춘 발사체가 필요할 것"이라며 "그런 새로운 형태의 발사체를 만들 때 지금 우리가 확보하고 개발한 누리호의 기술력이 활용되고 적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대일 AP위성 사장은 "발사체나 위성 등 우주산업 개발은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수익을 쉽게 낼 수 없는 분야이기 때문에 정부와 국민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생태계가 조성돼야 민간기업들도 가격 경쟁력과 속도 경쟁력을 얻을 수 있다"며 "우리나라가 자동차 산업을 늦게 시작했지만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것처럼, 우주산업도 출발은 늦었지만 앞으로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이 밖에 누리호 이후에 무엇을 할 것인지, 우리나라의 우주개발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창진 건국대 교수는 "우주로 나가는 수단인 발사체 기술 개발은 전 세계적으로 기술 이전이 금지된 분야인 만큼 우리가 독자적으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를 개발했다는 것은 굉장한 성공이 아닐 수 없다"면서 "선진국들도 우주개발을 단순한 기술 개발이라기보다 국력을 결집하고 국가가 더 발전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우리도 이제 지난 30년 동안 우주개발로 기본적인 인프라 구축이 완성됐으므로 이 발사체 기술을 어디에 쓸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또 "이제 누리호는 우리나라 ‘스페이스 파워’의 바탕이 됐다. 스페이스 파워는 단순한 연구개발(R&D)이나 공학 기술 관점이 아니라 국가 전체가 우주를 활용해서 얻는 이득과 경쟁력, 외교력 등을 뜻한다"며 "우리가 확보한 스페이스 파워를 지속시키고 발전하기 위한 지배구조 체제를 현재와 동일하게 가져가는 것이 과연 맞는가 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환경 변화에 따라 지배구조도 자연스럽게 바뀌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논의가 좀 더 활발하게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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