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입식은 그만" 20대 예술가들이 그려낸 '공감' 중심 5·18 무대
입력 2021.10.17. 13:38 수정 2021.10.17. 14:24 댓글 1개희장자들의 평범한 삶과 소박한 꿈 다뤄
연극·춤·음악·영상·시 등 종합예술 무대
주제별 총 4부로 제작…관객과 감정적 교류
16~17일 오후 5시 극장 연바람서
20대가 바라보는 관점에서 5·18 민주화항운동을 그려낸 '공감'의 무대였다.
16~17일 오후 극장 연바람에서 5·18을 소재로 한 음악시극 '꿈, 어떤 맑은 날'이 펼쳐졌다. 이번 공연은 푸른연극마을 소속 오새희(26) 배우의 첫 연출작으로, 그가 동갑내기 예술인 3명과 함께 41주년을 맞은 5·18 이야기를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냈다.
공연의 특징은 5·18 당시 희생된 시민들이 가졌을 평범한 삶과 소박한 꿈을 다뤘다는 점이다.
특히 작품에 연극·춤·음악·영상·시 등 여러 예술 장르를 접목해 희생자들이 살았던 과거와 현재를 잇는 공감 콘텐츠를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이는 5·18 역사에 대해 무작정 가르치는 방식에서 벗어나, 그 시절 시민들의 이야기를 함께 경청하고 피부로 느끼는 등 감정적 교류를 원했던 제작자의 의도가 깔려있다.
총 4부로 이뤄진 극의 전개는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관통하는 메시지를 관객에게 던지고 있다. "당신의 5월은 어떠신가요?"
1부 '혼을 부르는 소리:넑이 깨어나다', 2부 '그리움:꽃의 주인이 없는 곳에', 3부 '밤과 꿈:기억의 소리들', 4부 '혼을 보내는 소리:바람과 함께 지나가다' 등 주제별로 5·18 희생자의 '소리'를 담아내려는 시도 또한 돋보였다.
공연 중 영상으로 등장하는 '누가 그 날을 모른다 말하리'(고정희), '당신 가고 봄이 와서'(김용택), '오월로 가는 길'(김사인) 등 오월시는 무대 위 배우들을 보조하는 감초 역할을 했다.
공연이 시작되자 우리가 살고 있는 2021년 평화로운 광주의 모습을 담은 한 편의 영상이 나온다. 금남로 거리에서부터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등 평범한 일상을 나타내는 장소가 속속 등장한다. 이후 바람에 나불대는 나무가 우거진 어느 숲속에서 배우들이 춤을 추고 뛰어다닌다.
영상이 끝나자 무대 위에선 배우들이 추억의 땅따먹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등 놀이를 선보인다. 관객들로 하여금 과거의 잃어버린 동심을 일깨워준 순간이었다.
이렇게 1부는 과거와 현재의 모습이 교차하면서 5·18 희생자들의 티 없이 맑은 영혼이 깨어나는 모습을 재현하며 마무리된다.
꽃을 주제로 한 2부와 5·18 목격자 인터뷰가 담긴 3부,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인 4부 모두 누구나 누려야 할 평범한 삶이 한순간 사치가 돼버린 오월의 참상을 춤과 음악, 연극 등 예술로 표현해 관객과의 공감대를 형성했다.
무대 위 나뒹굴어져 있는 여러 켤레의 신발과 새하얀 천을 보던 일부 관객은 눈시울을 붉혔다.
이번 공연을 기획한 오새희 배우는 "5·18이 더는 가르치는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모든 세대가 감정적으로 공감할 수 있기를 바라며 공연을 기획했다"면서 "현재 우리와 같이 평범한 삶을 살며 소박한 꿈을 꾸었을 희생자들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공연을 본 관객들이 5·18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는 등 단순한 감정을 하나라도 느낀다면 그 목표를 달성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관우기자 redkc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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