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사설> 73년만의 첫 공식 추념식, 대통령 불참 아쉽다

입력 2021.10.14. 17:39 수정 2021.10.14. 19:13 댓글 0개
사설 현안이슈에 대한 논평

여·순사건 73년 만에 처음으로 합동위령제 및 추념식이 열린다.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 회복을 위한 특별법'이 올해 제정되면서다. 지난 7월 특별법 공포로 희생자 명예회복이 공식화된 후 첫 기념식 이라는 점에서 각별하다. 한 많은 세월을 살아온 유족과 지역민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기념식 참석을 간절히 고대했으나 참석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이번 합동위령제와 추념식은 '여순 10·19, 진실의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주제로 19일 여수 이순신광장에서 개최된다. 전남도, 여수·순천·광양·구례·고흥·보성 등 8개 자치단체가 함께 마련한 이번 추념식을 앞두고 지역민들은 대통령의 기념식 참석을 강력히 요청했다. 여수시의회는 건의안을 채택하고, 서명운동까지 진행했다. 대통령 추념식 참석을 바라는 '대시민 서명운동'을 청와대에 전달하기도 했다. 허나 대통령 참석은 불가능하고 김부겸 국무총리 축하 영상으로 대신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여순사건은 1948년 10월19일 여수 14연대 군인들이 같은해 제주도민들이 전개한 4·3항쟁을 진압하라는 명령을 거부했고 여기에 지역민들까지 동조하면서 1만여 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다. 해방공간에서 벌어진 참혹한 국가폭력 사건 중 하나다. 전형적인 국가폭력임에도 과거 정권은 '좌익'이라는 굴레를 씌워 진실을 덮어버렸다. 피해자와 유가족들은 피해회복은 커녕 제사상 하나 맘 놓고 차릴 수도 없었다. 진실이 갇힌 동안 희생자나 유가족들의 전 생이 지나갔다. 생존자나 유족들은 젊어야 70대, 보통은 80∼90대에 달해 이들 살아 생전에 한과 눈물을 닦아주는 일이 무엇보다 절박하다.

이와함께 사건 발생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하는 일, 역사적 진실을 규명하는 일 등 가야할 길도 멀고 해야 할 일도 많다. 국가기념일 지정을 위한 관련 법률이 발의돼 있는 등 앞으로 한발 한 발 나아가고 있다. 또 내년 1월 21일 시행을 위해 행정안전부는 시행령을, 전남도는 시행 조례를 마련하고 있다.

법 제정 후 전개되는 첫 공식 추념식에 대통령이 축하 영상 하나 없이 참석도 않는 일은 아쉽기 짝이 없다. 어떠한 행정적 절차나 정치적 명분도 73년의 고통, 한국사회에서 '좌익'이라는 올가미를 쓰고 살아야했던 이들의 아픔,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던 그들의 상처에 비할 수는 없는 일이다. 청와대와 정부 관계당국의 보다 섬세한 판단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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