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국산 망고·파파야, 진입장벽 내리고 전남소득 올리고

입력 2021.10.08. 20:55 수정 2021.10.10. 13:02 댓글 0개
[2021전남농촌리포트⑩-아열대작물]
기후변화 발맞춘 고소득 작물 '주목'
역사 짧아 시행착오…재배포기 속출
다양한 지원책으로 농가 부담 줄여야
장성군 삼계면에서 시설하우스 백향과를 재배하는 김용옥씨가 가을 볕에 생육하고 있는 백향과 열매 사이로 피어난 꽃(일명 시계 꽃)을 하나씩 수정해 주고 있다. 오세옥기자 dkoso@mdilbo.com

#사례1

"딸기랑 비교해보면 일손이 3분의 1정도밖에 안 들어요. 꽃을 하나하나 수정해주는 게 중요한데, 그것도 일꾼 안 쓰고 가족 세명이서 다 해결했어요."

장성군 삼계면에서 백향과를 재배하는 김용옥(62)씨는 "백향과 나무를 심은 첫해부터 열매가 주렁주렁 열렸다. 방울토마토처럼 수시로 열매가 열리는 것이 백향과의 특징"이라며 시설하우스 문을 열어보였다.

장성군 삼계면에서 시설하우스 백향과를 재배하는 김용옥씨가 가을 볕에 생육하고 있는 백향과 열매 사이로 피어난 꽃(일명 시계 꽃)을 하나씩 수정해 주고 있다. 오세옥기자 dkoso@mdilbo.com

김씨는 "5년 전 새로운 소득원을 찾으려 고심하던 차 지인들의 추천을 받아 백향과를 처음 식재했다. 조금씩 재배규모를 늘려 현재는 비닐하우스 6개 동에서 백향과를 생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새 묘목을 심을 시기를 놓치는 등 시행착오도 있었다. (국내 백향과 재배가) 얼마 안 돼 공부를 많이 해야한다"면서도 "여름에는 하우스 외벽에 황토를 뿌려 햇빛을 차단하는 등, 농사를 지으며 나만의 노하우도 많이 축적했다"고 말했다.

이어 "수입 백향과보다 비싸긴 하지만, 한번 우리 작물을 먹어본 사람은 국산만 찾는다. 가족들과 직접 담아 판매하는 백향과청도 인기가 늘고 있다"며 웃었다.

#사례2

"외국 망고가 우리나라로 들어올 때는 검역과정에서 고온처리를 거쳐요. 강제로 익게 되는 거죠. 이런 점에서 국산망고가 충분히 차별화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영광군 염산면에서 '망고야농장'을 운영하는 박민호(34)씨는 "인건비와 자재값은 올라가는데, 이상기후가 심해지며 과채류의 생산량은 줄고 있다"며 "과채류 재배에 어려움이 있겠다고 판단해 아열대작물로 눈을 돌리게 됐다"고 말했다.

작목전환을 결정한 그는 체리, 바나나 등 9개 아열대작물을 시험재배하며 유통기한, 재배기술 등을 고려해 망고 재배를 시작했다. 현재는 총 1천200여 평 규모의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해외시장으로도 국산망고를 선보이는 것이 목표"라며 "기후, 당도, 향 등에서도 국산망고가 수입망고와의 차별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기후변화 대응…수익성 높은 미래농업

애플망고, 백향과, 바나나 등 아열대작물이 전남의 미래자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기후변화 , 재배면적 당 높은 소득수준 등은 아열대작물 재배로 눈을 돌리는 농민들이 더욱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남은 이미 국내 최대의 아열대작물 재배지로 부상한지 오래다. 2020년 전남 아열대작물 재배면적은 약 123㏊로 전국의 3분의 1 수준에 달한다. 농가 수와 생산량도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높다.

아열대작물 재배는 전남에서 매년 빠른 속도로 정착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7년 전남 아열대작물 재배면적이 82㏊였지만 3년 새 1.5배 증가했다.

작물의 다양성도 늘고 있다. 올리브, 망고 등 인지도가 있던 작물뿐 아니라 오크라, 얌빈, 차요테 등 이색작물도 재배가 증가하는 중이다.

이렇듯 아열대작물 재배가 급격히 증가한 것은 기후변화로 전남의 기온이 아열대작물 재배에 적합해졌기 때문이다. 아열대작물은 대부분 15~28℃ 에서 활발하게 성장하고 4~10℃를 최저한계온도로 하는데, 전남은 지난 2015년 이후 꾸준히 14℃ 이상의 연평균 기온을 기록하며 뚜렷한 온난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비닐하우스, 난방기기 등 시설을 통한 재배성공률이 높아지고 있다.

면적 당 소득이 높은만큼 고소득 작물로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 2월 기준 전남 내 아열대 농가 소득은 평균적으로 10a당 675만원에 달했다. 특히 바나나와 망고는 각각 10a당 1천980만원, 1천853만원의 높은 소득을 기록했다.

이는 기존 주요 과수의 면적 당 소득수준을 웃도는 수치다.

농촌진흥청이 '2020년산 농산물 소득조사'를 통해 50개 품목의 소득을 조사한 결과 같은 면적에서 사과는 300만원, 배는 260만원의 소득을 올렸다. 면적 당 소득이 가장 높았던 '(촉성)시설오이'의 소득도 10a당 1천236만원으로 나타났다.

▲걸음마 단계…시행착오도 잇따라

국내 아열대작물 재배는 아직 보급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다. 역사가 짧은만큼 농가 차원에서의 연구와 시행착오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농촌진흥청은 지난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아열대 작물의 재배가능성을 검토하기 시작해 20종의 '국내 적합 작목'을 선정했다. 그러나 2020년 기준 이중 전국적으로 10㏊이상의 면적에서 재배되는 작목은 7종뿐이다.

전남지역에서도 전체 재배 아열대작물 중 강황, 올리브, 여주 등 일부 작목만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올리브, 롱빈, 공심채 등 작목은 2018년부터 전남 내 재배가 시작됐다.

이렇다보니 아열대 농가에서는 시행착오 등으로 인한 재배 중단·면적 축소가 빈번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농촌진흥청의 '전국 아열대작물 재배면적 추이'에 따르면, 재배 면적이 지난 2017년부터 꾸준히 증가한 아열대 작목은 망고, 올리브, 용과 등 3종류 뿐이었다. 대부분의 작목은 재배면적이 들쑥날쑥한 모양이었고 여주, 백향과, 강황, 얌빈 등 4개 작목은 지난 2017년부터 재배면적이 꾸준히 감소했다.

이같은 불안정성은 농촌진흥청 농산업경영과 연구팀이 발표한 '아열대 작물의 국내 재배 동향 및 주산지 분석'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 연구팀은 "생산기술 측면에서는 일부 선도농가를 제외한 신규 도입 농가들의 시행착오가 빈번하다. 판로 확보가 어려워 재배면적을 축소하거나 작목을 전환하는 사례도 많다"고 밝혔다.

▲대중화 앞서 '진입장벽 허물기' 필수

현재 대부분의 아열대농가에서는 시설·난방비 등으로 상당한 초기투자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이에 아열대작물 재배를 대중화를 위해서는 정부차원의 폭넓은 지원정책이 뒷받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아열대작물은 대부분 비닐하우스 등을 통해 시설재배된다. 시설재배의 경우 노지재배에 비해 초기 투자비용이 큰 편인데, 아열대작물 재배를 위해서는 비가림막, 열선, 자동개폐장치 등 고가의 시설이 추가적으로 필요한 경우가 많다.

시설 설치비용 외에 고정적으로 발생하는 난방비도 아열대작물 재배를 포기하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다.

망고농장을 운영하는 박민호씨는 "망고의 경우 일반하우스가 아니라 난방이 가능한 하우스가 필요하다. 또, 나무를 식재하고 10년 후 최성기(과일 생산량이 가장 많은 시기)에 접어들 때까지도 투자는 지속해야하기에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전남도는 지난해 전국 최초로 '아열대농업 육성 및 지원 조례안'을 제정한 데 이어 시설 개·보수 지원, 재배단지 조성 등 다양한 지원책을 선보이고 있다.

여기에 내년 완공 예정인 국립 아열대 작물 실증센터에 이어 최근 선정된 해남 농식품 기후변화대응센터 등 잇따라 아열대 관련 국가기관들이 전남으로 향하는 등 미래 먹거리인 아열대작물 육성에 대한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전남 역시 농업기술원을 중심으로 애플망고, 파인애플 등 9개 작목을 별도로 선정해 전남지역 내 현장실증 연구와 시범사업을 병행 추진하고 있다.

조윤섭 전남도 농업기술원 과수연구소장은 "남해안을 중심으로 전남지역의 기후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이를 이점으로 활용하면 난방비를 적게 들이면서도 아열대작물을 전남의 소득원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안혜림기자 wforest@mdilbo.com

# 이건어때요?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