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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주르"···아프간 극적 탈출한 '말하는 새' 감동 스토리

입력 2021.10.07. 16:39 댓글 0개
프랑스 도착한 뒤 자비에 샤텔이 마련해준 새장 속에 자리를 잡은 구관조 '주지'의 모습. 출처: Xavier Chatel 트위터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지은 인턴 기자 = "봉주르"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을 탈출한 구관조 ‘주지(Juji)’가 프랑스어로 건넨 첫 인사가 내 심장을 파고들었다"

주아랍에미리트(UAE) 프랑스 대사의 개인 회계사인 자비에 샤텔은 지난 5일(현지 시각) 트위터에 감동적인 메시지를 띄웠다.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장악으로 자국민과 조력자 탈출이 한창이던 지난 8월, 자비에가 대피 작전을 벌이던 아랍에미리트 알 다프라 공군기지에 한 소녀가 '진귀한 물건'을 품에 안고 나타났다. 소녀는 아프간 카불 공항에서 위생 문제로 구관조를 비행기에 태울 수 없게 되자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보물'을 알 다프라 공군기지까지 가져온 것으로 보였다.

주아랍에미리트 대사관에서 대사 전속 회계사로 근무하고 있는 자비에 샤텔의 모습. 출처: Xavier Chatel 트위터 *재판매 및 DB 금지

자비에는 조용히 흐느끼는 소녀에게 감동해 소녀가 가져온 구관조를 데려가 키울 테니 언제든 다시 찾으러 오라고 말했다.

자비에가 새의 애칭을 '주지'로 지어주고 프랑스 대사관으로 데려가던 중 보관 박스를 탈출한 '주지'가 자동차 시트 밑에 숨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프랑스로 데려온 '주지'에게 새장을 장만해 주고, 모이를 주고, 뜰로 데려가 다른 새들과 어울릴 수 있도록 해주자 암컷 비둘기 한 마리가 매일 ‘주지’를 보러 날아오는 등 새 친구도 생겼다.

그렇게 새 환경에 적응한 ‘주지’는 어느 날 밤 자비에가 이해할 수 없는 언어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찌르레기과의 구관조는 사람의 말을 잘 흉내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비에가 프랑스어를 가르쳐보려고 갖은 노력을 다했지만 ‘주지’는 사람을 꺼리고 암컷 비둘기를 향해서만 웃음소리를 냈다.

희망을 잃어가던 어느 날 대사관 여직원이 자비에게 짤막한 영상을 보내왔다.

‘주지’가 놀랍게도 ‘봉주르’라고 인사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지난 5일) ‘주지’를 부탁했던 소녀 알리아(트위터 아이디)가 트위터에서 자비에를 찾아냈고, 자기 새가 잘 지내는 모습을 보고 행복에 겨워했다.

“알리아, ‘주지’는 대사관의 마스코트가 됐어. 그래도 ‘주지’는 너의 새야. 언제든 가능하면 네게 다시 데려갈게” 자비에는 트윗을 이렇게 끝맺었다.

탈출 행렬로 아수라장이 됐던 카불 공항에서 프랑스 대사관 직원과 소녀가 구관조를 통해 맺은 작은 인연이 트위터에 소개되면서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7일 현재 자비에의 트윗은 7,000회 이상 리트윗되며 수많은 댓글이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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