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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불합격 오락가락'···SRF 품질 믿어도 되나?

입력 2021.08.29. 07:00 댓글 8개

기사내용 요약

한국환경공단 폐기물 고형연료 검사 결과 들쑥날쑥

최초검사 합격한 SRF '수분·납 기준치 초과' 폐기결정

나주 주민들 "불량연료 제조·소각·부실검사 진상 규명"촉구

[장성=뉴시스]이창우 기자 = 사진은 지난 10일 촬영된 전남 장성군 물류센터 내 SRF(고형연료) 임시 야적장. 6일간 비가 오지 않았는데도 고형연료 더미에서 새어 나온 시커먼 오수 때문에 바닥이 오염돼 있다. (사진=나주시 제공) 2021.06.15. photo@newsis.com

[나주=뉴시스] 이창우 기자 = '납'과 '수분'이 법적 기준치를 넘어선 불량 SRF(가연성생활폐기물 고형연료)를 제조한 사업자와 연료 사용자, 오락가락한 품질검사 결과로 의혹을 사고 있는 국가 검사기관에 대해 주민들이 진상 규명과 제재를 촉구하고 나섰다.

29일 빛가람(나주)혁신도시 주민들에 따르면 나주 SRF열병합발전소 사업자인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장성군 복합물류센터 노천 야적장에 3년 넘게 보관해 온 SRF 품질 검사 결과 '불합격' 판정이 내려져 논란이다.

해당 SRF는 광주광역시가 생활쓰레기 처리를 위해 남구 양과동에 건립한 전처리 자원화시설인 청정빛고을㈜에서 생산해 난방공사에 납품했다.

연료 사용자인 난방공사는 주민반대 때문에 나주시가 발전소 사업개시 허가를 내주지 않자 행정소송을 진행 중인 가운데, 납품받은 SRF를 발전소 정상 가동에 대비해 지난 2018년부터 장성군 복합물류센터 노천 야적장에 방수포와 차광막을 씌워 보관해왔다.

하지만 2019년 5월부터 연료더미에서 '강한 악취를 풍기는 시커먼 침출수가 나온다'는 민원이 집중 제기된 후 고형연료 품질기준 중 하나인 '함유 수분율 25%' 유지에 대한 신뢰성을 강하게 의심받기 시작했다.

[장성=뉴시스]이창우 기자 = 15일 강인규 전남 나주시장이 장성군 복합물류센터 내 SRF(고형연료) 야적장에 대한 실태 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나주시 제공) 2021.06.15. photo@newsis.com

주민 민원이 지속되자 나주시와 장성군이 긴급 현장 실태 점검을 실시했고, 환경부는 산하 한국환경공단 폐자원에너지센터를 통해 지난달 21일 장성 물류센터 내 야적장에 보관 중인 SRF에 대한 품질검사에 착수했다.

센터는 '수분·회분·염소·수은·카드뮴·납·비소' 등 10개 항목에 대해 2주간 검사를 실시했다.

검사 결과 '수분' 품질은 기준치(25%)를 넘어선 31%로 나타났으며, '납'도 기준치( 1㎏ 당) 150㎎을 크게 웃도는 252㎎으로 확인돼 '불합격 판정'이 내려졌다.

환경부는 청정빛고을㈜에서 생산해 장성 야적장에 보관 중인 SRF 품질에 문제가 불거지자 현재 보관 중인 2만1000t을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특정사업장 폐기물로 분류하고 전량 소각 처리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그러나 이미 전체 6만7000t 중 4만6000t이 발전소 시험가동에 사용됐다는 점에서 나주 주민들은 "환경부가 늦장 검사를 실시함으로써 불량 연료 소각을 사실상 방조했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보관연료 품질 불합격은 지난 2017년 1월 광주 청정빛고을㈜에서 연료를 생산한 이후 2018년 1월까지 분기별로 이뤄진 '품질확인 검사'가 과연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해 많은 의혹을 낳는다.

보관연료 검사에서 고형연료 품질고시 기준치를 넘어선 '수분'과 '납'을 살펴보면, 수분은 4년 가까이 노천 야적장에 SRF를 장기 간 보관하는 과정에서 빗물 등이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지만 중금속 성분인 '납'은 외부에서 유입될 수 없다는 점에서 생산 직후 이뤄진 최초 검사의 부실이 도마위에 오른다.

청정빛고을 관계자는 "생산연료는 매일 검사하지 않고, 분기(3개월)별로 1회씩 품질확인 검사를 실시해서 합격판정을 받으면 외부로 반출했고, 불합격 판정은 단 한 차례도 나오지 않았다"며 "매회 검사는 환경공단 폐자원에너지센터와 회사가 공동으로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최초 품질검사와 이번 보관연료 품질검사를 실시한 기관이 모두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 폐자원에너지센터라는 점이다.

동일한 기관이 검사를 실시했음에도 불구하고 각각 다른 결과가 나왔다는 것은 최초 검사에 대한 부실 의혹을 불러올 뿐 아니라 국가 공인기관의 공신력에도 큰 오점을 남기게 됐다.

SRF 품질 민원을 집중 제기해 온 나주 주민들은 "사실상 폐기물로 결론 난 압축 쓰레기 덩어리를 그동안 친환경 연료로 둔갑해 사용했다는 것은 불법 소각행위를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최초 품질검사 실시 과정 전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제기된 의혹에 대해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청정빛고을에서 연료를 납품받아 사용한 한국지역난방공사는 보관연료가 품질검사에서 불합격 판정이 내려진데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시험가동 등에 쓰인 해당 연료의 경우 제조사에서 실시한 출고 전 검사에서 합격 판정을 받았고, 지난해 민간 검사업체에 의뢰해 3차례 실시한 연료품질검사에서도 모두 적합판정을 받았다는 이유에서다.

난방공사 관계자는 "불합격 판정난 SRF는 제조사 책임이 분명한 만큼 전량 반품 처리할 방침"이라면서 "품질검사 결과의 원인을 철저히 분석해 다시는 이러한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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