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가장 비싼 땅 앞도 텅텅··재도약 꿈꾸는 충장·금남

입력 2021.08.19. 00:04 수정 2021.08.19. 07:48 댓글 13개
<코로나시대, 지역상권 현장>
⑥충장·금남로
곳곳 신도시 개발 상권 분산
수요↓공급↑…치솟는 공실률
쇠퇴 거듭하며 수익성 저하
명장·백년가게 지켜온 상인들
‘함께 살립시다’ 활성화 동참
품격 갖춘 특화거리로 변신
광주의 대표 번화가였던 동구 충장로 거리가 예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만남의 장소'로 불리던 우체국 앞은 비교적 한산하고 화려한 간판대신 불 꺼진 상가건물도 종종 눈에 뛴다. 오세옥기자 dkoso@mdilbo.com

광주의 대표 번화가였던 충장로·금남로 상권이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 상가와 인구가 빠져나가는 위기 의식 속에서도 남은 상인들은 옛 영광을 다시 찾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충장로·금남로 상권은 광주제일고등학교와 아시아문화전당 사이로 광주천을 따라 약 1㎢ 면적으로 위치하고 있다. 지난 1905년부터 상가로 조성돼 5·18민주화운동 등 굵직한 역사적 사건이 발생한 곳이기도 하다.

이 곳 거주인구는 3천800여명으로 적은 편이지만 일 평균 유동인구는 약 9만여명에 달한다. 유동인구 성비는 남성이 53%, 여성이 47%로 남성이 우세하다. 연령별로는 60대 이상 노인층이 25%로 가장 많고 20대가 20%, 40대와 50대가 각각 17%로 뒤를 잇는다.

◆'우체국 앞'도 텅텅…권리금도 사라졌다

지난 17일 오전 동구 충장로 한 거리에는 불이 꺼진 대형 상가 건물이 여러 채 서 있었다.

도심관광 활성화 등을 목적으로 충장로 2가에 조성된 'K-POP 스타의 거리' 전경. 오세옥기자 dkoso@mdilbo.com

건물들에는 화려한 간판 대신 '연락주세요. 권리금 없음'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붙어있었다.

과거 최대 번화가로 4·5층까지 점포가 가득했던 이 곳은 최근 극심한 공실률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지역별 공실률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9년 4분기 18%였던 금남로·충장로 상권 공실률은 올해 2분기에는 23.5%까지 치솟았다. 같은 기간 전체 광주지역 공실률이 12.9%에서 13.4%로 증가한 것에 비하면 상승폭이 상당히 높다.

빈 상가가 늘어가는 이유는 비싼 임대료에 비해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올해 2분기 기준 1층 상가의 해당 상권 평균 임대료는 1㎡당 3만900원으로 나타났다. 광주 전체 1층 상가 평균 임대료가 2만900원인 것에 비하면 1.5배 가까이 높은 가격이다.

특히 충장로·금남로 상권의 '층별 효용비율'은 고층으로 갈수록 급격히 낮아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층별 효용비율은 상가 층수에 따른 수익성·쾌적성을 나타낸 수치로 올해 2분기 기준으로 2층 9.4%(광주 전체 8.1%), 3층 5.7%(광주 전체 6.1%), 4층 4%(광주 전체 5.2%), 5층 2.8%(광주 전체 4.4%) 등으로 나타났다.

공인중개사 정모(58)씨는 "충장로 1·2·3가의 경우 대형·고층 상가의 공급이 상당히 많다. 현재는 코로나19 등으로 수요가 크게 줄어 섣불리 해당 건물에 입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상권이 워낙 침체되고 폐업이 많다보니 권리금은 완전히 사라졌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생겨나는 신도심, 쇠퇴하는 원도심

"이쪽 상권은 전부터 가라앉고 있었다고 생각해요.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온라인 판매를 하지 않으면 가게를 유지하기는 힘들 거예요"

충장로의 한 옷가게에서 근무하는 김모(32)씨는 4, 5년 전부터 가게를 찾는 손님들이 조금씩 줄어들었다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의 '광주 동구 유동인구' 자료를 분석해 본 결과, 금남로·충장로 상권의 유동인구는 지난 2016년부터 매년 큰 폭으로 감소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충장로 우체국이 위치하는 등 상권의 중심거리 역할을 하는 충장로 2가의 경우 지난 2016년 월 평균 유동인구는 1만2천996명이었으나 2017년에는 6천58명으로 절반 수준까지 줄어들었다. 이어 2018년에는 4천129명에 그쳤다.

이는 시민들의 소비패턴이 온라인 위주로 변화한 데다 광주 곳곳에서 신도시 개발이 진행되며 상권이 분산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지만 공급은 넘치면서 상권 쇠퇴로 이어지고 있다.

금남로 한 금은방 업주 이모(64)씨는 "맨 처음에는 동구만 진짜 광주였는데, 이제는 광산구, 서구로 사람들이 옮겨가고 있는 상황이지 않느냐"며 "광주 곳곳이 개발되면서 상권도 세대교체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색 찾고 변화하며 '르네상스' 맞을까

이렇듯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 곳에 남은 상인들은 충장로·금남로를 지켜내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이날 찾은 충장로·금남로 거리·점포 곳곳에는 '우리 함께 살려냅시다!', '광주 충장 사업 유치 기원!'이라고 적힌 현수막과 스티커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충장로·금남로 상권은 중소벤처기업부가 지역상권 재활성화를 목표로 진행하는 '상권 르네상스 사업' 공모에 참여한 상태다. 상권 르네상스사업은 상업 활동이 위축됐거나 위축될 우려가 있는 지역만을 대상으로 하며 선정 상권에는 앞으로 5년간 테마거리 조성·상인 역량 강화 등 다양한 활동이 지원된다.

지난 2월 취임한 김충현 충장상인회장은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는 차원에서 사업 공모에 도전했다"며 "사업에 선정된다면 랜드마크가 추가 조성되는 등 다양한 효과가 생길거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거리 곳곳에는 시민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는 새로운 특화거리가 탄생하고 있다. 2019년 상인회가 앞장서 충장로 5가의 '도깨비골목'을 재정비했으며 지난해에는 충장로 2가에 'K-POP 스타의 거리'가 처음으로 조성됐다.

김 회장은 "명장도, 백년가게도 많다는 점이 충장로·금남로 상권의 최대 특색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시대와 발맞춰 변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시민들의 많은 관심과 애정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안혜림기자 wforest@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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