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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우리들의 영웅을 보며
입력 2021.08.16. 13:37 수정 2021.08.16. 18:53 댓글 0개폭염과 코로나19의 위세가 대단하다. 우리의 간절한 소망과는 달리 한풀 꺾일 줄 모르고 우리의 간절한 기대를 배반하고 있다. 이 속에서 힘들게 지쳐가는 이웃의 모습을 보며 이제는 힘내라는 말조차도 꺼내기가 조심스럽고 민망하다. 위기와 재난 앞에 한없이 겸손해야겠지만 자꾸만 위축되며 작아지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저절로 원망하는 감정이 고개를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간 말 많고 걱정도 컸던 도쿄올림픽이 드디어 막을 내렸다.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유출과 오염수, 독도 표기와 욱일기 사용 등의 문제로 끊임없이 우리 대한민국을 예민하게 자극했던 일본이기에 우리 선수들의 올림픽 참석 여부부터 논란이 되었고, 대통령의 방일도 무산되는 우여곡절을 거쳤다. 스포츠가 정치적으로 휩쓸리는 것 같아서 씁쓸했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것 또한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기도 하다.
그래도 스포츠는 역시 스포츠다. 관중과 응원이 없는 선수들의 경기를 방송 화면으로 지켜보면서 우리는 위대한 영웅들을 만나며 열광했다. '해 보자, 해 보자, 해 보자'를 외치며 팀의 기둥으로서 후배들을 다독이며 독려하는 김연경 선수의 분전하는 모습은 경기 결과의 승패를 떠나 그 자체가 감동이고 금메달감이 되기에 충분했다. 대형 산불로 인해 극심한 고통과 피해를 겪고 있는 자국민들에게 승전보의 기쁨을 선사하고 싶었던 터키 선수들에게 위로와 격려의 박수를 보내며 김연경의 이름으로 터기에 나무를 기부하는 우리 국민들도 위대했다.
그뿐인가. 유도 100㎏ 준결승전에서 조르지 폰세카가 왼손에 쥐가 난 것을 알고도 이를 배려하며 약점을 이용하지 않은 조구함 선수! 그는 일본 에런 울프와의 결승전에서 지고 난 뒤에도 상대 선수의 손을 들어주며 승자를 위로하는 성숙한 스포츠맨십을 보여주어 우리는 물론 일본인들의 박수와 칭찬을 크게 받았다. 그래서 그가 받은 은메달은 금메달보다 더 값지다.
또한 경기를 앞두고 페미니즘 관련한 악성 댓글에 흔들리지 않고 의연하게 3관왕을 거둔 안산 선수는 자타가 인정하는 세계적인 영웅으로서 너무도 자랑스럽다.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그가 보여준 침착한 모습과 말들이 양궁 실력 못지않게 우리의 귀감이 되기에 충분하다.
한편 올림픽이 열리는 동안에 안타깝고 슬픈 일도 있었다. 우리 고장이 낳은 불굴의 산악인 김홍빈 대장의 분향소가 염주체육관에 마련되어 영웅의 도전과 희망 나눔 앞에 추모의 꽃을 바치려는 발길이 이어졌다. 불굴의 의지와 도전으로 고인이 일군 삶의 발자취를 사진과 영상자료를 통해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는 현장이기도 했다.
"두 손이 없고 나서야 다른 사람이 보였습니다.","단 1%의 가능성만 있어도 정상을 향해 '천 번'을 시도할 것입니다." 라는 고인이 남긴 말에서 인간을 뛰어넘는 숭고한 아름다움과 위대함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비록 몸은 떠났어도 영웅이 남긴 정신은 오히려 더욱 뚜렷이 살아남아 우리 곁에 함께 할 거라 확신한다. '청소년환경학교'나 가칭 '김홍빈학교' 등을 통해 교육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어떤 경우에는/내가 이 세상 앞에서/그저 한 사람에 불과하지만//
어떤 경우에는/내가 어느 한 사람에게/세상 전부가 될 때가 있다.//
어떤 경우에는/우리는 한 사람이고/한 세상이다.
그렇다. 영웅은 한 사람이지만 한 세상이기도 하다. 그래서 영웅은 반드시 또 다른 영웅을 낳는다. 영웅을 보고 느낀 사람들은 이미 가슴 속에 영웅이 남긴 씨앗을 정성스레 심었기 때문이다. 그 소중한 씨앗의 발아와 성장을 위해 애써 가꾸며 노력하는 것은 영웅들이 우리에게 준 숙제다. 온갖 비방과 흑색선전이 난무하는 혼탁한 대선 정국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려운 시기에 우리에게 보여준 영웅들의 면모를 잠시라도 깊이 반추해 보는 시간을 가져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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