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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퍼링 운 띄운 美···'금리 인상→집값 하락' 본격화?

입력 2021.08.01. 06:00 댓글 0개
美 연준 "자산 매입 목표 진전 이뤄"
양적 완화 축소 속내 드러냈단 평가
"금리 인상"…부총리 잇단 경고에도
수도권 가격 상승률·청약 경쟁률 高
전문가 "공급 부족…집값 못 잡는다"
[워싱턴=AP/뉴시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사진=뉴시스 DB)

[세종=뉴시스] 김진욱 기자 = "작년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최대 고용과 물가 안정 목표를 위해 상당한 추가 진전이 이뤄질 때까지 계속 자산을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그 이후 경제가 이런 목표를 향해 진전을 이뤘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지난 달 29일 내놓은 성명의 일부다. 연준은 이날 "기준 금리를 현 0.00~0.25% 수준에서 동결한다"고 밝히면서도, 양적 완화를 점차 줄여나가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현지 언론은 이를 두고 "연준이 테이퍼링 운을 띄웠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연준은 "향후 FOMC 회의에서 진전 정도를 계속 평가하겠다"며 테이퍼링(Tapering·양적 완화 축소) 논의를 진행할 것임을 예고했다.

이는 공교롭게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집값 고점' 경고를 한 직후다. 홍 부총리는 28일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국민께 드리는 말씀' 대국민 담화를 통해 "주택 가격이 계속 오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이어 "한국은행이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가운데 우리 금융 당국은 하반기 가계 부채 관리 강화를 시행하게 된다. 대외적으로는 연준의 조기 테이퍼링 가능성도 제기된다"며 금리 인상 가능성을 그 근거 중 하나로 내세웠다.

이런 경고는 지난 5월24일 "그동안 안정세였던 집값이 호가 중심으로 오르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외환위기 등 부동산 가격 급등 후 일정 부분 조정 과정을 거친 경험을 고려해 (구매를) 진중히 결정해 달라"는 확대 간부 회의 모두 발언 이후 약 2개월 새 5차례(28일 대국민 담화 포함)나 된다.

"서울 아파트값이 2008년 세계 금융 위기로 조정을 받기 이전 수준인 과거 고점에 근접했다"(6월3일 부동산 시장 점검 관계 장관 회의) "서울 집값이 고평가됐을 가능성이 높다"(6월30일 부동산 점검 회의) "여러 연구 기관에서 집값 고평가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7월21일 부동산 점검 회의) 등이다.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낭독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7.28. photo@newsis.com

부총리 차원에서 단기간 내에 강력한 신호를 여러 차례 보냈지만, 시장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양새다. 우선 홍남기 부총리가 첫 경고를 한 뒤에 수도권 매맷값 상승률이 5월24일 0.30%→6월21일 0.35%→7월26일 0.36%로 되레 상승하고 있다.

청약 시장 열기도 뜨겁다. 홍남기 부총리의 대국민 담화 이후 1순위 청약 접수를 마감한 '세종자이더시티'에는 22만842명이 신청서를 냈다. 공급 가구 수는 1106가구뿐인데, 경쟁률만 199.7대 1을 기록했다. 전국에서 청약이 가능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한 단지에 20만 명이 넘는 대규모 인원이 몰린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민간 전문가는 일종의 '금리 무용론'을 제기한다. 금리는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수많은 요인 중 하나일 뿐이고, 최근 시장 동향은 공급 등 비가격적 요인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사 이코노미스트는 뉴시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집값을 잡기 위해 쓸 수 있는 카드 중 하나가 금리 인상이고,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책 당국은 경고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최근 수도권 집값이 고공 행진하는 이유는 양질의 주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은 집값을 잡지 못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 연구원도 "아파트는 공산품과 달라 공급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반면 현 정부 임기는 1년도 안 남았으니 수급 불안 문제를 해소할 수 없다는 사실을 수요자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정부의 주요 공급 대책 중 하나인 제3기 신도시도 빨라야 2026년부터 입주라 당장 집값은 잡히지 않을 것 같다"고 짚었다.

이런 지적처럼 양질의 주택이 부족하다는 사실은 지표상 뚜렷하게 나타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의 입주 예정 아파트는 3만1000가구, 내년은 2만 가구뿐이다. 홍남기 부총리는 "올해 서울 입주 물량이 8만3000가구로 과거 10년 평균치(7만3000가구)를 상회한다"고 말했지만, 이 중 60% 이상이 수요자가 선호하지 않는 비아파트다.

단기간 내 서울 아파트 신규 공급이 늘어나기도 어렵다. 당장 3~5년 뒤 입주로 이어지는 인허가 단지 수가 급감해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인허가를 받은 가구 수는 5만8000개에 불과하다. 2009년 이후 최저치다. 인허가 취소나 착공 지연 등이 빈번히 일어나는 점을 고려하면 실 공급 수는 이보다 적을 공산이 크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서울 중구 남산에서 내려다 본 빌라 밀집 지역. 2021.07.13. chocrystal@newsis.com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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