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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폭염까지···독거노인들의 힘겨운 여름나기
입력 2021.07.23. 10:39 수정 2021.07.23. 17:53 댓글 1개선풍기 한 대 의지한 채 폭염 견뎌
그나마도 전기료 걱정에 '부채질·등목'
"더위? 말도 말어. 더워서 낮에는 생활하기 힘들고 밤에는 잠도 제대로 못 잔당께."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흐를 정도로 무더운 23일 오후 2시의 광주 서구 양동 주택가. 36도까지 치솟은 한낮 기온때문에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양동의 한 주택에서 홀로 살고 있는 이정순(86·가명)씨는 역대급 폭염 속에서 선풍기 한 대에 의지한 채 힘겨운 여름을 보내는 중이다.
이씨는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힌 상태로 방문한 취재진을 보고 "밖이 많이 덥제라. 오느라 겁나게 고생했소"라며 "우리집에는 에어컨이 없어서 많이 더울 텐디 괜찮을랑가…"라며 자신이 쐬던 선풍기를 선뜻 건넸다.
이씨가 생활하는 3평 남짓한 좁은 방에 들어서자 더운 공기가 훅 밀려왔다. 텔레비전 앞에 앉아 있는 이씨 옆에는 선풍기 한 대가 터덜터덜 돌아가며 뜨거운 공기를 내뿜고 있었다.
이씨는 "작년에는 비가 많이 내려서 더워도 참을만 했지만 올해는 비도 많이 내리지 않아서 그런지 너무 덥다"며 "밤에는 더워서 잠을 설친 적이 많다"고 토로했다.
기초연금 30만원으로 월세와 생활비, 병원비 등을 충당하다보니 선풍기를 하루종일 트는 건 언감생심이다. 이씨는 "기초연금의 절반 이상이 월세로 들어가다보니 전기료를 내는 것조차 버거워 더운 한낮에만 선풍기를 튼다"며 "더울 땐 차가운 물로 등목을 하면서 버틴다"고 말했다.
7년 전 골반을 크게 다쳐 수술을 해 거동이 불편한 터라 인근에 있는 무더위 쉼터인 경로당에 자주 갈 수도 없는 형편이다.
이씨는 "지팡이에 의지해야 그나마 절뚝거리면서 천천히라도 걸을 수 있다"며 "몸을 움직이는게 힘들어 경로당에도 자주 못 가고 더워도 꼬박 집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나마 구청과 인근 교회에서 냉장고와 선풍기를 선물해줘서 버티고 있지만 경제적인 여유가 없어 무더운 여름을 어떻게 버틸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이씨처럼 경제적인 여유가 없어 냉방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독거노인에게 매년 돌아오는 여름이 힘들기만 하다.
인근에서 살고 있는 90대 어르신은 "에어컨이 없어 선풍기를 틀고 있는데 방이 더워서 그런지 뜨거운 바람만이 나온다"면서 "한증막 같은 더위에 보행보조기를 끌면서까지 경로당에 가 더위를 식힌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시는 지난 20일 폭염 대응체계를 강화해 취약계층 특별관리에 나섰다. 경로당과 행복복지센터 등의 무더위 쉼터를 1천500곳으로 확대하고 냉방비 3억원을 지원한다. 취약계층 건강 상태를 살피기 위한 사회복지사, 방문간호사, 자율방재단 등의 재난도우미도 투입한다.
이 가운데 광주 서구는 폭염 취약계층인 어르신들의 안전을 살피고 온열질환 예방을 위한 건강수칙 안내와 부채 3천600개를 배부하고 독거노인 이 많은 양동을 중심으로 선풍기를 배부하는 등 폭염기 주민들의 피해를 최소화 할 계획이다.
이예지기자 foresight@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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