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걸리적거리니 나가세요" 김숙희씨에 쫓겨났다

입력 2021.07.21. 16:08 수정 2021.07.21. 16:24 댓글 0개
이낙연 배우자 '해뜨는식당' 봉사현장 가보니
다듬지 않은 머리·수수한 옷차림에 "아무도 몰라"
"정치인 남편 덕분에 폭넓은 인생 살아…감사하다"
대권주자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배우자 김숙희씨가 지난 20일 광주 동구 대인시장 해뜨는식당에서 일손을 돕고 있다. 오세옥기자 dkoso@mdilbo.com 

손질하지 않은 머리에 푸른색 린넨 셔츠와 검정 면바지, 굽 낮은 검정 단화를 신은 중년 여성이 식당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식당 대표님에게 "저 왔어요"라고 말하며 별다른 말도 두리번거림도 없이 바로 천으로 덮여 숨겨진 서랍장을 열고 앞치마를 꺼내 둘렀다. 곧바로 주방으로 가더니 능숙하게 빨간색 고무장갑을 끼고 식칼을 집어 들어 대야에 담긴 김치를 써걱써걱 써는 모습이 영락없는 직원이었다.

지난 20일 오전 10시30분 광주 동구 대인시장 내 '천원 백반'으로 유명한 해뜨는식당의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유력 대권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의 배우자 김숙희씨가 한달 넘게 매주 봉사활동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간 터였다.

"매주 오다 보니 바로 근처 이모님들(상인들)이나 그나마 조금 알지 어르신들(손님들)은 이낙연 아내인지 모르고 그냥 봉사활동 하러 오신 분인 줄로만 안다"고 김윤경 해뜨는식당 대표가 앞서 설명했던 말이 이해가 갔다.

20일 광주 동구 대인시장 내 해뜨는식당에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배우자 김숙희씨가 일손을 돕고 있다. 오세옥기자 dkoso@mdilbo.com 

오전 11시30분부터 손님을 받는 터라 재료 손질과 음식을 만드는 데 분주해 말조차 걸 수 없었다. 전기밥솥에서 나오는 김과 펄펄 끓는 국에서 나오는 열기가 자그마한 식당 내부를 가득 채워 사우나를 방불케 했다. 조리할 땐 틀어도 소용없는 에어컨 대신 튼 선풍기 바람조차 뜨거웠다.

김씨는 얼굴에 땀이 송글송글 맺혔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조리에 집중했다. 더운데 괜찮냐고 조심스레 묻자 "(김윤경) 대표님은 유난히 더위를 많이 타 땀을 줄줄 흐르는데도 묵묵히 한다.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며 되레 대표님을 걱정했다. 그러면서 기자에게 "조리하는데 걸리적거리니 나가 있으라"고 말했다. 반강제로 쫓겨나 밖으로 나오자 시원한 공기에 절로 심호흡이 나왔다. 이날은 폭염경보가 내려져 있었다.

"바쁠텐데 또 오시구마잉. 처음에는 몰랐는디 아가씨(김윤경 대표)한테 물어봐서 알았지"라고 해뜨는식당 앞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순창상회 상인 할머니가 한마디 던졌다. 그러면서 "이렇게 도와주시니깐 얼마나 좋아. (여기 주변 상인들도) 다 고맙다고 생각하지"라고 말했다.

11시30분이 다 돼가자 식당 앞에 어르신 몇몇이 서 계셨다. 해뜨는식당을 찾는 어르신들은 아침을 드시지 않고 점심을 겸해 이곳을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문을 연 직후가 가장 바쁜 시간이다. 하지만 문 열기 10분 전 정도가 대표와 봉사자들에겐 그나마 한숨 돌릴 수 있는 시간이다.

김씨는 인건비는커녕 재료비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이곳에서 김 대표가 혼자 일하면서 어려움을 겪는다는 소식을 듣고 이곳에서 봉사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일손이 제일 부족한 곳을 물어 여기로 왔는데 처음엔 어디에 뭐가 있는지 모르니 걸리적거리지는 않을까 걱정도 했었다"며 "와서 보니 우리 집에서 하는 거나 별반 차이가 없다. 딱 어려운 게 하나 있는데 김 대표가 이곳에서 식사하는 분들의 식성을 잘 알고 있는데 전 몰라서 (문을 열면) 서빙을 주로 한다"고 설명했다.

또 혹시나 봉사가 민폐가 될까 아무 곳에도 알리지 않았다고도 했다. 김씨는 "진짜 제가 하는 게 별것도 아니라서 조용히 하고 싶은데 이렇게 (기자들이) 오면 편하지는 않다"면서 "한가지 바람이 있다면 (저로 인해)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고군분투하는 김 대표님 같은 분이 계시다는 걸 시민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김씨는 일주일에 2~3일 광주에 머무르면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을 찾아다니고 있다. 해뜨는식당처럼 남광주시장에도 한달 넘게 일주일에 한번 새벽 5시에 가 상인들의 일손을 거들고 있다.

일각에서 남편의 선거를 돕기 위해 봉사활동을 하는 게 아니냐는 시선에 대해서는 "국회의원 할 적에도 도지사 할 때에도 김장철에는 김장 돕고 수해가 발생하면 현장에 함께 갔다. 봉사는 일상화돼 있다"면서 "특별한 것도 아니고 의미를 두려고 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정치인 아내로서 힘들지 않으냐고 묻자 "오히려 정치인 남편 덕분에 사회의 밑바닥부터 꼭대기까지 또 여러 부류의 사람들을 만나며 폭넓은 인생을 살고 있어 큰 복으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어느새 짧은 휴식이 끝나고 11시30분이 되자마자 십여명의 어르신들이 물밀듯이 들어오면서 내부가 북적였다.

"이제 그만 묻고 걸리적거리니 나가 계세요." 김씨는 기자의 팔을 입구 쪽으로 밀며 또 한번 쫓아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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