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범 내려온다'

입력 2021.07.21. 16:14 수정 2021.07.21. 19:04 댓글 0개
유지호의 약수터 디지털편집부장 겸 뉴스룸센터장

호랑이는 옛부터 민속에 깊이 스며든 친숙한 동물이다. 단군신화에서부터 '곶감' 등 "옛날 옛적에 …"로 시작하는 전래동화의 단골 손님. 조선시대엔 호랑이가 많이 살았다. 조선왕조실록에 호랑이 내용 만 635번 나올 정도로 관련 이야기가 많았다. 육당 최남선이 우리나라를 호담국(虎談國)이라 칭한 이유다. 이 같은 배경 덕분에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국가대표가 됐다. 서울·평창에서 열린 하·동계 올림픽 마스코트였다.

북으로 시베리아 남동부, 남으로는 인도·인도네시아까지 다양한 기후대에 산다. 한반도는 시베리아호랑이. 서식 지역에 따라 아무르·만주·우수리·한국호랑이라 불린다. 일제 강점기 조선총독부가 해수구제(害獸驅除) 명분으로 호랑이를 대대적으로 포획했다. 1924년 횡성에서 잡힌 호랑이가 마지막. 현재 국내에서 보호 중인 한국호랑이는 7개 동물원, 51마리다.

전라도는 호랑이와 인연이 깊다. 목포에 가면 100년 넘은 '마지막 조선(아무르) 호랑이' 흔적이 있다. 영광 불갑산에서 잡혀 1908년 박제됐다. 진도에서도 확인됐다. 런던에서 1915년 발간된 '아시아와 북미에서의 수렵'엔 "진도섬에 호랑이 4마리가 서식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승정원일기(1726년)'에도 "사나운 호랑이가 (고흥) 소록도 목장에 들어와 연일 말을 물어 죽였다"는 기록이 있다.

현대적 감각의 스토리로 재탄생됐다. '범 내려온다. 범이 내려온다. 송림 깊은 골로 한 짐생이 내려온다.' 퓨전국악 밴드 '이날치'의 노래 '범 내려온다' 중 한 대목. 지난해 5월 발표한 앨범 '수궁가'에 수록된 곡으로, 한국관광 홍보영상 '한국의 리듬을 느끼세요'로 제작되면서 전 세계를 들썩이게 했다. 국악과 중독성 강한 춤사위가 눈길을 끌면서 유튜브·페이스북 등에서 6억 뷰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밴드명 이날치는 조선후기 8명창 중 한 명으로 꼽혔던 판소리 명창의 이름. 담양군 수북 사람인 그는 춘향가·심청가를 잘했다고 한다. 젊은 시절 줄타기를 날치처럼 잘 탄다고 해서 이 이름을 얻었다. 23일 개막하는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호랑이가 다시 화제다. 대한민국 선수단 숙소에 걸린 새로운 응원 현수막 때문. 1908년 최남선이 한반도를 호랑이로 형상화한 그림과 '범 내려온다'는 글씨가 쓰여졌다. 일제가 한반도에서 멸종시킨 호랑이가 일본 열도의 심장에서 힘차게 포효하길 기대한다.

유지호 디지털편집부장 겸 뉴스룸센터장 hwaone@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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