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두번 죽이지 말라" 학동참사가 쏘아올린 '부검法'

입력 2021.07.21. 14:51 수정 2021.07.21. 16:08 댓글 3개
부검 반대 의사 피력 학동 참사 유가족
사인 규명 목적 부검에 제도 개선 주장
관련법 제정 없이는 완화 어려운 상황
지난 9일 광주 동구 학동 건축물 붕괴 당시 블랙박스를 통해 촬영된 모습. 사진=무등일보DB

세월호 참사와 광주 학동 건물붕괴 참사처럼 피해자의 사망원인이 객관적으로 명백한 사건에 대해서는 부검 대신 공신력있는 의료기관의 사망진단서나 시신을 검시하고 작성한 소견서의 법적 효력을 강화하는 등 부검 관련 현실적인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7년 전 세월호 희생자 유족과 광주 학동 참사 유족들은 육안으로도 사인 식별이 충분한데도 시신을 재차 훼손한다는 이유로 부검 절차를 반대했었다. 그러나 경찰의 '변사 사건 처리규칙'에는 반드시 부검을 거쳐 사망의 인과 관계를 밝혀야 한다고 규정돼 있어 일부 유족들의 강력 반대에도 불구 부검은 진행돼 갈등을 빚은 바 있다.

급기야 학동 참사 유가족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부검 절차 간소화 관련 입법청원 글을 게시해 국민들의 관심을 끌고있다.

21일 경찰과 학동 참사 유가족 등에 따르면 지난 1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학동 건물붕괴 참사 희생자들의 부검 절차 간소화 관련 입법 청원을 게시하고 "명백한 사고사의 경우 부검 없이도 사망 원인을 법적으로 인정해 달라"고 호소했다. 해당 청원은 21일 현재 1천400여명의 동의를 얻고 있다.

앞서 2014년 7년 전 세월호 참사 당시에도 유족들 간 부검을 두고 논란이 있었다. 사고 초기 유족들은 사인이 분명한 고인들의 시신을 재차 훼손한다는 이유로 부검을 극구 거부했었다. 그러나 질식사나 저체온증 등 다양한 사인이 드러날 경우 향후 책임자 처벌 과정의 양형사유가 될 수 있다는 당국의 설득 끝에 부검이 진행됐다.

참사 희생자 유족들의 입장과 달리 현행 경찰청의 '변사 사건 처리규칙' 및 부검 결과서가 갖는 무게로 인해 부검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진행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찰청은 2019년 만든 '변사 사건 처리규칙'에 따라 변사자들의 부검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타살이 의심되는 변사 ▲현장에서 즉시 신원이 확인되지 않는 변사 ▲집단변사나 아동학대로 의심되는 변사 등 사회적으로 이목이 집중되는 변사 ▲사인이 명확하지 않은 변사 사건 등 4개 항목에 대해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부검을 위한 영장을 신청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부검 결과서가 갖는 효력 또한 크다. 향후 처벌과 관련한 책임소지를 묻고 양형사유를 정할 때 법의학자들의 소견이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김태철 동부경찰서 형사과장은 "특정사건 희생자들의 부검을 예외로 한다는 관련법 없이 부검을 진행하지 않을 경우 선례로 남아 악용될 여지가 있다"며 "책임자 처벌 과정을 위해서라도 부검은 진행될 수밖에 없다. 학동 참사 희생자 유족들도 이 같은 설명에 모두 동의했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부검에 대한 현행법과 유가족들 사이의 괴리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관련법 제정 및 사회적 숙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하고 있다. 특히 학동 건물붕괴 참사와 같이 희생자의 사인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거나 육안으로도 사인 식별이 충분할 경우 '기계적'으로 부검을 실시하는 방안 대신 공신력 있는 의료기관의 사망진단서 및 소견서의 법적 효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김윤신 조선대 의대 법의학과 교수는 "부검은 사후에 진행되는 진료의 일환으로 사인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중요 수단이다. 현행법상 수사기관이 부검을 상정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어 예외를 두는 법안이 만들어지지 않는 한 부검은 계속 될 것이다"며 "매 국회 회기마다 부검 관련 법안이 상정되고 논의가 이뤄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부검에 대한 유족과 수사기관 및 일반인의 시선을 이해시키는 사회적 숙의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재우 변호사는 "사인이 객관적으로 명백한 사건들에 대해서는 의료기관의 사망진단서나 부검 대신 검시를 진행한 소견서의 법적 효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현행법과 유족 사이 괴리감을 줄일 필요가 있다"며 "부검영장 발부 규칙도 유족들을 배려하는 식으로 일부 내용을 수정하면 유족과의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이영주기자 lyj257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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