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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천의 얼굴 가진 도시숲 공원”

입력 2021.06.25. 15:49 댓글 0개
도시숲 공원 '짚봉산'
가족끼리 손잡고 도란도란 걷기 좋고 공기 좋은 예쁜 숲길
접근성 좋아 지역민 사랑 듬뿍…남구청 관리도 크게 한 몫

현대 도시인들의 최대 관심사는 아마 건강이 아닐까 싶다. 늘 먹고사는 일에 바쁘고 일에 채이다 보면 운동은 소홀하기 마련이어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큰 게 보통이다. 그래서 도시 사는 이들은 주말이면 으레 산으로 들로 나가 운동을 한다.

요즘에는 다양한 종류의 레포츠 활동이 많아졌지만 그래도 가장 쉽고 편하고 비용도 거의 들지 않는 등산이나 산책이 인기있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등산 또는 가벼운 트레킹이 가능한 산이 있다면 돈 안들이고 건강관리까지 할 수 있어서 사람들은 산을 찾는다.

이렇다보니 주거지를 정할 때도 주변에 등산이나 걷기 코스가 있는지를 먼저 따지는 이들도 많다. 오죽했으면 ‘숲세권’이라는 말이 생겨났겠는가? 숲이 가까이 있으면 산이 있다는 뜻이요 걷기가 가능하다는 것이니 주거환경으로는 그보다 더 좋을 수 없고, 사람들은 그런 곳을 찾아 이사를 다닌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나타난 사회현상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남구민들은 참 행복하다. 좀 과장하자면 주거지에서 몇 발짝 떼면 산이요 걷기길 코스가 있으니 말이다. 걷고 싶은 산들이 지척에 있다.

이번에 소개할 짚봉산도 마찬가지다. 높이가 겨우 해발 127m에 불과하니 굳이 산이라고 하기에 민망할 수준이긴 하지만 엄연히 산이다. 아마도 남구에서 이름을 가진 산 중에서는 가장 키가 작은 미니산이지 않을까? 이름도 독특하다.

원래 이름이 젯봉산(祭奉山)이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원래 이산은 아래 옛 염주마을의 기우제 터여서 젯봉산으로 불렸는데, 짓봉산, 연화산, 발산이라고도 하며 연화동 남동쪽에 있는 연꽃 형국의 산으로 ‘승낙봉’으로도 불렸다.

지형을 분석할 때 깊은 골짜기를 심곡深谷이라 하는데 이를 우리말로는 ‘짚은 골’이라고 하고 이런 연유 때문에 산 명칭이 짚봉이 된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어쨌건 짚봉산은 이름만큼이나 독특하고 아름답고 예쁜 산이다. 산을 전체적으로 보면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걸어도 2킬로미터가 채 되지 않는 작은 산. 그러면서도 숲은 우거지고 길은 가볍게 오르내리기를 방문하는, 마치 잘 만들어진 놀이동산인 듯 아기자기하다.

순하고 부드러운 게 엄마 품안처럼 포근하기까지 하다. 금당중에서 출발해서 미래로21병원 또는 화정3동 광명아파트 부근까지 종주길을 왕복해도 2시간이면 너끈한데 그 과정의 길들은 양탄자 깔린 편한 길처럼 느껴진다.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이 편안한 걷기 길이다. 가까이 있는 금당산만 해도 업다운이 있어 노약자나 어린이들은 꺼리는 곳이지만 여긴 사정이 다르다.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찾는 이들의 세대가 다양하다. 그만큼 등산코스가 안정적이며 걷기 편하다는 뜻이다.

대부분 흙길이어서 안전사고 위험도 제로에 가깝다. 이렇다보니 다른 산들과 달리 근처 어린이들이 도심속 현장 학습장으로도 많이 이용한다.

다른 남구 산들처럼 이곳 짚봉산도 접근성이 매우 좋다. 그 중에서도 특히 좋다. 사통팔달 여러 동네에서 쉽게 진입할 수 있어서 남구와 서구민들이 사랑방처럼 드나들고 만나서 인사하고 운동을 즐긴다.

드나드는 길이 많으니 접근하는 각 길마다 마주하는 풍경도 제각각이어서 마치 ‘천의 얼굴’을 가진 산처럼 느껴졌다. 크기에 비해 걷기길 루트가 다양하다보니 그런 생각은 더욱 강하게 들었다. 특히 정상을 주변으로 사통팔달로 펼쳐진 길을 따라 돌면 ‘아, 참 재미있는 산이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이 산도 서구와 남구에 걸쳐 있어 양 지자체가 상당히 공을 들여 관리하고 있다. 그래서 등산로들이 잘 정비되어 있고 운동기구들도 충실하다. 남구는 올해도 해태아파트 뒤쪽에서 짚봉터널까지 특별점검을 벌여 9종 18점의 시설물들을 보강했다. 주기적인 점검을 통해 고장난 운동기구 등을 고치고 환경정화활동도 벌이고 있다.

다만 짚봉산 산책을 나선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하는 부분도 있다. 사유지가 많은 주월2동 쪽이나 염주승마장 쪽 산자락 등은 아직도 경작지로 이용되고 있어 보기가 민망하다. 자잘한 밭에 작물을 재배하면서 이러저러 설치해놓은 시설물들이 미관을 크게 훼손해놓았기 때문이다.

명작에 오점이랄까? 이 산 일대가 공원지구로 오랜 기간 묶여 있어서 별다른 시설과 개발이 안된 점은 장점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방치된 듯한 모습으로 남은 것도 안타깝다.

이제 이 일대에도 조만간 공원개발이 본격화될 예정이어서 어떻게 달라질지 기대된다.

글·사진=김옥열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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