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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철거왕 계열사 이면계약, 붕괴 건물 철거 주도"

입력 2021.06.24. 15:47 댓글 0개
한솔·다원이앤씨 이면계약 철거비 7대 3으로 나눠
경험 많은 다원이앤씨 현장소장이 철거 공법 지시

[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 사상자 17명을 낸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정비사업 4구역 건물 붕괴 참사의 배경으로 꼽히는 불법 다단계 하도급 거래가 경찰 수사를 통해 점차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해당 구역 내 일반 건축물 해체를 맡은 업체가 '이면 계약'을 통한 하청·재하청으로 공사비를 나눴고, '이면 계약 업체인 일명 철거왕 계열사가 철거 공법 지시를 주도했다'는 복수의 진술이 나왔다.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는 24일 기자 간담회를 열고 붕괴 참사가 발생한 동구 학동 재개발 4구역 내 일반건축물·석면 등 해체 공정 전반에 불법 다단계 하도급이 이뤄진 정황을 확인하고 보강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철거 용역 계약 규모는 ▲일반 건축물(51억 원) ▲석면(22억 원) ▲지장물(25억 원)이라고 설명했다.

공정별 하청 계약 구조는 ▲일반 건축물(재개발 조합→현대산업개발→한솔·다원이앤씨→백솔) ▲석면(조합→다원이앤씨→백솔) ▲지장물(조합→한솔·다원이앤씨 등 3개 업체) 등으로 잠정 파악됐다.

재개발 사업을 따낸 현대산업개발이 서울 소재 철거 업체 한솔기업에 일반 건축물 철거 하청을 줬다.

한솔은 다원이앤씨와 이면 계약을 맺고 일반 건축물 철거 공사비를 '7대 3'으로 나누기로 한 뒤 실제 공사는 광주 지역 신생업체 백솔(사실상 1인 기업)에 재하청을 줬다.

다단계 하도급을 거치면서 공사비가 대폭 줄었고, 허가 받은 계획서상 작업 절차를 무시한 부실 철거가 강행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실제 철거를 했던 백솔 작업자들은 경찰에 "한솔·다원이앤씨 현장소장으로부터 이중 지시를 받았으나 주로 다원이앤씨 소장이 실질적인 철거 공법을 지시했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솔 소장보다 다원이앤씨 소장이 공사 경험이 더 많아 여러 공정을 감독·지도했다는 설명이다. 다원이앤씨는 이른바 '철거왕'으로 불린 회장의 다원그룹 계열사다.

경찰은 이면 계약을 맺고 임의로 철거 방식을 결정한 것으로 보이는 점, 실질적인 현장의 안전 관리·감독 책임을 저버린 점 등을 이유로 다원이앤씨 소장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추가 입건했다.

경찰은 원청인 현대산업개발의 책임 여부를 보강 수사해 실질적인 철거 공정 지휘 체계와 이면 계약 인지·묵인 여부 등을 밝힐 방침이다.

또 법인 등기상 서로 다른 철거업체 2곳(한솔·지형)의 경영진이 겹치는 점 등을 파악, 각 하청사 간 관계를 파악하고 있다.

밀접한 관계를 맺은 업체들이 철거 용역 계약 입찰 과정에 담합 등 공정한 거래 질서를 해친 정황이 있는지도 살핀다.

다원이앤씨·한솔 직원들은 조직적으로 계약 관련 정보로 추정되는 증거물을 감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철거 업체 선정에 있어 재개발 조합이 공사 단가 부풀리기, 금품 청탁, 리베이트 수수 등에 연루됐는지도 수사 중이다.

현재까지 붕괴 참사와 관련해 총 20명이 입건됐고, 이중 3명(철거 건물 감리자, 백솔 대표 겸 굴삭기 기사, 한솔 현장소장)이 구속됐다.

수사는 ▲업무상 과실·감독 부실 등 붕괴 경위 규명 ▲철거 공정 관련 불법 다단계 하도급 거래 ▲철거 업체 선정 과정상 부당 개입 의혹 등 세 갈래로 나눠 진행 중이다.

한편, 지난 9일 오후 4시 22분께 동구 학동 4구역 재개발사업 철거 현장에서 무너진 5층 건물이 승강장에 정차 중인 시내버스를 덮치면서 9명이 숨지고, 8명이 크게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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